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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조선일보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2030 여행 버킷리스트는 '별'

"어디야 지금 뭐 해,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너무 멀리 가지 않을게, 그렇지만 네 손을 꼭 잡을래."

배우 박보검이 부르면서 유명해진 적재의 '별 보러 가자'의 가사 한 대목이다. 이 노랫말처럼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별 여행'이 화제다. 밤 하늘 가득한 별이 잘 보이는 명당을 공유하는 별 여행 커뮤니티까지 생겼다. 국내뿐 아니라 별을 보기 위해 몽골이나 뉴질랜드 같은 해외 여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별만 볼 수 있다면 백두대간도, 섬도 간다

유명한 별 여행지 중에는 높은 고산 지대가 많다. 하늘이 가깝고 도시의 불빛에서 멀어져야 하다보니 당연한 일이다. 청옥산 정상에 위치한 육백마지기가 대표적인 곳이다. 육백마지기는 강원도 평창의 해발 1200m 고지대에 있는 평원이다. 한국 최초의 고랭지 채소밭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별 사진이 예쁜 곳으로 더 유명하다. 특히 고지대 평원의 한켠에 자리잡은 교회 건물과 풍력발전기는 별 사진에 이국적인 정취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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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백마지기의 밤하늘. /별난가족 박성수 대표 제공

지난해 6월 별을 보기 위해 육백마지기를 다녀온 20대 직장인 김동현씨는 "우리나라에서도 선명하게 많은 별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마치 눈 앞에 별가루를 뿌려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강원 강릉시 왕산면에 있는 해발 1100m의 안반데기 마을도 별 여행족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이다. 안반데기 마을은 한국에서 사람이 사는 가장 높은 지대로 알려져 있다. 안반데기 마을에 '구름 위 마을'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안반데기 마을은 민박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동해 일출 조망 명소인 멍에전망대 부근의 임시 주차장을 이용하는 차박(車泊)족도 적지 않다. 말그대로 자동차를 숙소 삼아 밤을 지새는 차박족은 별 여행지를 가장 잘 찾아내는 이들이기도 하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선택지는 더 많아진다. 경상남도 합천에 있는 황매산은 최근 뜨고 있는 별 여행지다. 포털사이트에 ‘황매산’만 검색해도 ‘황매산 은하수’가 자동으로 뜰 정도다. 높이 1113m인 황매산은 정상에 철쭉밭이 있어 철쭉이 피는 5월에는 꽃과 함께 은하수를 볼 수 있다. 해발 800m 지점에는 오토캠핑장이 있어 차박러나 캠핑족에게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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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은하수를 찍은 사진들. /인스타그램 캡처

김현명(27⋅남)씨는 지난 5월 철쭉시즌과 은하수시즌에 맞춰 황매산을 다녀왔다. 그는 "은하수를 보기 위해서 신경써야 할 것이 많지만 실제로 은하수를 눈에 담으면 일상의 피로가 씻겨나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도시의 불빛에서 자유로워지는 섬도 빼놓을 수 없는 별 여행지다.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3시간 정도 가야 하는 굴업도는 대표적인 별 여행지다. 날씨만 좋으면 별은 물론이고 은하수까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년새 몽골 여행객 30% 늘어…별 보러 비행기 탄다

칭기즈칸의 나라로만 알려졌던 몽골이 최근 별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한·몽골 항공회담 이후 인천-울란바토르 항공 노선이 늘어나면서 몽골 여행이 한층 쉬워진 덕분이다. 2016년에만 해도 몽골로 떠난 여행객은 32만2969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42만8712명으로 2년새 약 30% 정도 늘었다.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에 따르면 올해 3월 한달 동안 몽골로 가는 항공권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1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몽골은 세계 3대 별 관측지로 꼽힌다. 해가 저물어도 이런저런 불빛에 물든 한국의 밤하늘과 달리 몽골의 밤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 유명하다. 하늘을 올려다볼 때 별을 가리는 구조물도 미세먼지도 없다. 몽골 여행은 보통 사막과 호수를 돌아보는 코스로 돼 있는데, 울란바토르 같은 대도시를 벗어난 사막에서는 더욱 별빛이 선명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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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밤하늘에 나타난 은하수를 바라보는 여행자들. /윤정욱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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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몽골 여행책인 '몽골, 안단테'를 출간한 여행작가 윤정욱은 "해외여행이 자유로운 2030 세대에게는 미국이나 유럽, 동남아는 더 이상 이국적인 풍경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래서 조금 더 색다른 풍경을 보기 위해 별을 보러 해외로 떠나는 것"이라며 "별을 볼 수 있는 여행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가까우면서 별을 관측하기 좋은 몽골을 많은 청년 여행객이 찾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뉴질랜드의 테카포 호수도 한국의 '2030' 여행객이 많이 찾는 별 여행지다. 미 CNN 방송은 ‘지구상에서 별 관찰하기 좋은 장소’ 2위로 테카포 호수를 꼽기도 했다. 해빙 호수에서 차로 15분 거리인 ‘테카포 욘산 천문대’와 테카포의 하늘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선한 목자의 교회’가 별 명소로 꼽힌다.


특히 뉴질랜드 별빛투어는 항공, 숙박, 교통 면에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 '초보' 별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200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여행 페이지 '여행에 미치다'의 조준기 대표가 가장 추천하는 별 여행지가 뉴질랜드다. 조 대표는 "(뉴질랜드) 하늘을 올려다 보면 우주 속에 있는 기분이 든다. 세상에 별이 이렇게 많았구나, 서울 공해가 정말 심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별·은하수 보고 싶다면…

많은 '2030' 여행자가 별 여행을 버킷리스트에 올리고 있지만, 그만큼 온전히 별을 보는 건 쉽지 않다. 여행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별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몇 가지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건 날씨다. 보름달이 뜨는 날은 은하수는 물론이고 별도 제대로 보기 힘들 수 있다. 보름달이 뜨지 않는 날을 잡고 기상 상황을 최대한 확인하는 게 별 여행의 필수다. 밝은 달이 떠도, 구름이 많아도 별은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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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별 여행지인 선한 목자의 교회. /뉴질랜드 관광청 제공

별은 자정 즈음보다 새벽 시간대에 잘 보인다. 구름이 걷힌 뒤에 맑은 밤하늘이 펼쳐지면 모습을 감추고 있던 별들도 하나둘 고개를 내민다. 고산지대에 많은 별 여행지에 새벽 시간에 깨어 있으려면 방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고산지대에 올라가면 도심보다 기온이 10도 가까이 떨어진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별 사진을 잘 찍는 것도 쉽지는 않다. 아무리 좋은 휴대폰이어도 한밤중에 별 사진을 선명하게 찍기란 어렵다. 사진이 목적이라면 최소한 미러리스 카메라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 셔터스피드는 1/30초까지 올리고 조리개를 최대한 조여야 한다. 삼각대는 필수다. 밤하늘은 초점이 잘 안 맞기 때문에 미리 달 같은 곳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여행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최고의 방법은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하기보다 밤 하늘 가득한 별을 눈에 담아오는 것이다. 별 여행 커뮤니티인 ‘별난가족’의 박성수·김우근 대표는 "별은 꿈꾸는 사람들의 시그니처다. 바쁜 일상 속에 잊고 살던 어릴적 꿈과 상상력을 되살려 준다"고 말했다.


심영주 인턴기자, 이혜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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