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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컴백 패티김 “신혼여행 대신 파병 장병 위문, 공연 인생 최고 선택”

은퇴 10년 만에 깜짝 컴백, 패티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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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은 유럽으로 가고 싶었지요. 그런데 ‘길 선생’(故 길옥윤 작곡가)이 베트남 파병 장병 위문 공연을 가자고 해요. 기타 하나, 색소폰 하나 들고 자비(自費)로 둘이 갔어요. 외딴섬으로 가는 군용 헬기에 총탄이 날아들어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겼죠. 너무너무 무서웠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때가 55년 노래 인생 중 가장 뜻깊고 훌륭한 순간이었습니다. 길옥윤 선생 아이디어니, 자, 박수 받으십시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2TV ‘불후의 명곡-아티스트 패티김 편’ 녹화 현장. ‘영원한 디바’ 패티김(84·본명 김혜자)이 허공을 가르며 손을 올렸다. “내일 어찌 될지 모르는 열아홉 스무 살 까까머리 젊은이들과 함께, 무대도 없이 흙무더기 위에서 노래 부르며 참으로 뜨겁게 울었습니다.” 하늘로 보내는 패티김의 눈물 섞인 미소에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2012년 공식 은퇴 선언을 한 뒤 10년 만에 찾은 방송 무대. 패티김의 표현을 빌리자면 “급격히 빠져들어 결혼(1966년)하고, 7년 뒤에 뜨겁게 이별했고(1973년 이혼)… 무대에선 환상적인 커플이었으나 집에선 그러지 못했던” 그녀의 전(前) 남편에게 바치는 우아한 화해 제스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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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부터 매주 토요일 3주 연속 방송할 이번 무대에서 패티김은 ‘복귀하신 패티김’이라는 후배의 말에 “복귀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대신 그는 “(팬들과 후배 가수들을) 정말 보고 싶었다”면서 한국을 찾은 이유를 밝혔다. 그는 “대단히 감사하다. 자꾸 눈물 나려고 한다”면서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치고 박춘석(1930~2010) 작사·작곡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1983)으로 무대를 열었다.


10년 전 은퇴를 위한 전국 순회 공연 마지막 날 “아임 프리(I’m free)!”라고 외치며 가수 패티김에서 인간 김혜자로 삶의 무게 추를 완전히 옮기는 듯했던 그는 여전한 아우라로 무대를 휘어잡았다. 늘어질 틈을 주지 않는 철저한 관리와 절제의 표상이었던 패티김은 이날도 12시간 넘게 녹화하는 동안 흐트러짐 없이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으로 체력을 키웠다는 그는 몸에 꼭 맞는 반짝이 슈트 차림의 모델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더니, 그다음에는 청바지에 흰 셔츠, 운동화 차림으로 나섰다. 쇼트커트 백발까지 어우러진 모습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메릴 스트리프를 압도했다. 가장 좋아한다는 ‘9월의 노래’(1968)도 열창했다.


국내 가수 중 처음으로 은퇴 순회 공연을 한 패티김은 ‘최초’ 기록가다. 광복 이후 1960년 일본 정부가 초청한 첫 한국 가수, 1963년 솔로 가수 최초로 미국에 진출, 1966년 최초 리사이틀 공연, 1967년 자기 이름을 딴 ‘패티김 쇼’ 최초 진행, 1978년 대중가수 최초 세종문화회관 공연, 1989년 한국 가수 최초 미국 카네기홀 공연 등 그가 가는 길 자체가 한국 대중가요의 역사였다. 동시에 ‘최초의 한류 가수’란 타이틀도 붙었다.


이번 ‘불후의 명곡’ 주인공은 패티김이었지만 그녀는 후배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렸다. 옥주현·황치열·박기영·빅마마 박민혜 등 실력파 가수와 최근 ‘피겨 여왕’ 김연아와 결혼한 고우림이 속한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 아이돌 그룹 DKZ와 첫사랑, 아이돌 밴드 엑스트라오디너리 히어로즈, TV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은 김기태·억스·이병찬 등 14팀이 패티김의 명곡을 재해석했다. “경쟁이 아니라 ‘불후의 명곡’에 모였다는 것 자체가 모두 1등”이라며 각자의 장점을 부각했다.


박춘석 작사·작곡의 초우(1962) 이후 여러 히트곡이 나왔지만, 이날 주요 무대는 한때 사랑한 사이였고, 헤어지고 나서도 음악적 동반자로서 의리를 다한 ‘길 선생’에 대한 추억으로 채워졌다. DKZ가 부른 ‘그대 없이는 못 살아’에 대해 “(표현에 인색했던) 길 선생은 항상 잘못하고는 노래를 쓱 내밀었다”면서 “2~3일 사라지고 나서 (미안하다고) 노래만 쓱 내밀면 다냐”고 객석을 향해 말했다.


“판정단 여러분, 누구 잘못이에요? 판정해주세요!” 매체에 나온 패티김의 회고록과 길옥윤의 자서전 ‘이제는 색소폰을 불 수가 없다(조선일보사·1995)에 따르면 길옥윤은 천재적이었지만 술과 도박에 빠져 있었다고도 했다. 다만, 제자 가수와의 불륜에 대해선 “전능하신 천부 하느님 아버지의 이름으로 맹세컨대 아무 관계 없던”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패티김은 “그래도 참 재밌는 부부 생활이었다”며 ‘길 선생’ 마지막 가는 길에 불렀던 ‘서울의 찬가’를 후배들과 합창곡으로 골랐다. “길 선생이 참 서울을 좋아했어요. 그 당시엔 별거 없는 서울이었지만 노래처럼 찬란하게 꽃피고 있잖아요. 우리 인생도 찬란해지길 바랍니다. 오케이?!”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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