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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원옥 할머니 통장서 돈 빠져… 이유 묻자 쉼터소장 무릎 꿇더라"

위안부 유족 A씨, 길 할머니 며느리와 나눈 통화 녹취 공개

조선일보

길원옥 할머니. /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쉼터에 머물면서 정부로부터 월 약 350만원씩 받았지만, 매달 이 돈이 다른 계좌로 빠져나갔다는 진술이 길 할머니 며느리 조모씨로부터 나왔다. 조씨가 지난 1일 마포쉼터 소장 손영미(60)씨에게 이 문제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손씨는 해명 대신 조씨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조씨는 말했다. 조씨는 지난 3일 다시 손씨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 손씨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길 할머니가 젖먹이 시절부터 입양해 키운 황모 목사와 그의 아내인 조씨는 지난 1일 길 할머니가 머물던 마포쉼터를 방문했다. 마포쉼터 압수수색(5월 21일) 등 정의연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중이었다.


이 자리에서 소장 손씨는 황씨 부부에게 '손영미' 명의 통장 2개를 건넸다. 각각 2000만원, 1000만원이 들어있었다. 손씨는 "길 할머니가 사망 후 아들에게 2000만원을 주고, 1000만원은 본인 장례비로 써달라고 하신 돈"이라며 황씨와 함께 은행에 가서 두 통장에 들어있던 합산 3000만원을 황씨 계좌로 넘겼다. 조씨는 "손 소장이 돈을 건네면서 '내가 이걸(통장을) 가지고 있으면 불안하다. 자꾸 압수수색하니까 불안하다'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손씨는 은행에서 쉼터로 돌아온 뒤, 쉼터 2층에서 황씨 아내 조씨와 따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조씨는 손씨에게 "소장님(손씨) 명의 말고, 어머님(길 할머니) 명의의 통장 내역을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손씨는 한숨을 쉬더니 길 할머니 명의 통장 2개를 가지고 왔다고 한다. 하나는 정부 보조금이 들어오는 농협은행 통장, 다른 하나는 우체국은행 통장이었다. 조씨는 "통장을 봤는데 살이 떨렸다"고 했다. 조씨에 따르면, 길원옥 할머니는 정부·서울시로부터 매달 350만원 정도를 은행 통장으로 받았다. 조씨는 "(그 돈을 누군가 계좌에서) 다 뺐더라"고 말했다. 조씨는 "돈이 2000만원도 나가고 400만원도 나가고 500만원도 나갔다"며 "통장을 보니까 가슴이 아팠다. 진짜 위안부 할머니를 앵벌이시켰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통장을 본 뒤 손씨에게 "어머니 돈이 어디 쓰였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손씨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고 했다. 이때 1층에서 남편 황씨가 "어머님이 피곤해 보이시니 빨리 가자"고 말하며 2층으로 올라오자 무릎을 꿇었던 손씨가 벌떡 일어났다고 조씨는 말했다. 조씨는 "소장님, 그거 해명해주십시오"라고만 말한 뒤 쉼터를 빠져나왔다.


쉼터에서 돌아온 지 이틀 뒤인 6월 3일, 조씨는 손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소장님 아직 멀었나요. 은행 가시면 5~10분이면 (금액 사용처) 기록을 출력할 수 있는데 그걸 왜 안 주시나요. 바르게 하려면 뼈를 깎는 아픔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메시지를 받은 손씨는 조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2017년) 위안부 배상액 1억 중 5000만원은 정의연에 기부했고, 1000만원은 당시 (황) 목사님 부부께 드리지 않았느냐"고 해명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황씨 측은 "당시 손씨가 '할머니가 드리는 거니까 그냥 쓰시라'며 1000만원을 줬는데, 그게 배상금인지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는 길 할머니가 작성한 유언장이 공개돼 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았던 단체 '김복동의 희망'이 작년 5월 유언장에 관한 윤 의원과 길 할머니의 대화 등과 함께 올린 것으로, 유언장엔 '저와 관련한 모든 일들을 정리하는 것을 정대협 윤미향 대표에게 맡긴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씨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올해 5월 황씨 부부가 쉼터에 연락해 '윤미향이 그런 유언장을 받아낸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손씨는 "윤미향 의원이 지금 (정의연 사태로 인해) 정신이 없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달라. 윤 의원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답변했지만, 만남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고, 손씨는 지난 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본지는 윤미향 의원, 정의연 이나영 이사장, 한경희 사무총장 등 3명에게 각각 수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원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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