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色과 미소에 압도 당하다

[베트남 시골 시장]

 

프랑스인이 반한 '사파'

몽족 등 소수민족 거주… 해발 1600m 서늘한 매력

 

촌스러운 토요시장 '깐까우'

60년대가 이랬을까… 야생의 먹거리와 버펄로 시장 장관

 

형형색색 일요시장 '박하'

세계적 사진 '명소' 입구엔 호텔·식당 여럿

전통복 입은 여성들과 화려한 공예품 시선 압도

조선일보

컬러를 사랑하는 몽족 여성들에게 장날은 ‘외출복’을 차려입고 나서는 특별한 날이다. 깐까우 시장에서 만난 몽족 여성은 집에서 기른 농산물과 검은 토종닭을 들고 나왔다. / 박은주 기자

버펄로 가랑이 사이로 길쭉한 쐐기 같은 것이 나왔다. 성난 듯 붉은빛이었다. 남자들이 그것을 가리키며 키득거렸다. 버펄로는 이내 앞에 있는 버펄로 엉덩이를 타고 올라갔다. 안단테와 모데라토 사이의 움직임이었다. 지나가던 외국인이 "메이크 러브"라고 했다. 가당치 않은 표현이다. 교미라는 한자어도 인공적이다. 그저 흘레를 붙는 것이다. 깐까우(Can Cau) 시장은 어떤 인공적인 단어도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


무더운 식민지 베트남에 살던 프랑스인들은 하노이 북서쪽의 오지, '사파(Sapa)'가 서늘하다는 데 매력을 느꼈다. 해발 1600m에 위치한 사파는 인도차이나에서 가장 높은 판시판산(3143m)까지 품었다. 사파가 휴양지가 된 것은 70년도 넘었지만 얼마 전 고속도로가 개통되며 사람이 몰려든다. '사파 여행=트레킹'이다. 산과 사진, 혹은 둘 다를 좋아하는 이들이 몰려든다.


사진가들이 사파를 사랑하는 이유는 또 있다. 흑몽족, 화몽족, 댜오족 등 아홉 소수민족이 산다. 남자들은 농사를 짓거나 약초를 캐고, 여자들은 수공예품을 만든다. 세월이 이들을 모두 예술가로 만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 서는 시장은 직장이자 쇼핑센터다. 사파에서 세 시간 거리의 두 시장에 다녀왔다.

토요 깐까우(Can Cau) 시장

조선일보

① 사파의 가다랭이 논.② 박하시장 노점에서 국수를 먹고 있는 모자. ③ 박하시장의 매대는 색의 향연이다. / 사진작가 Ha Manh·박은주 기자

아침 6시부터 서둘렀지만 결국 깐까우에 오전 9시가 좀 넘어 닿았다. 사파에서 120㎞에 불과하지만 차로 세 시간이다. 인간 심미안은 잔혹하여, 있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것이 더 귀해 보인다. 가파른 경사에 여러 층으로 난 논에 자꾸 눈이 간다.


60년대 우리 장날이 이랬을 것이다. 땅과 산에서 거둔 것, 손으로 만든 것이 다 나와 있다. 버펄로 시장은 압도적이다. 20만~30만원에 팔릴 놈들이 백 마리에 가깝다. 과육이 매우 공격적인 각종 감귤류, 감, 구아바, 더덕과 약초, 자연에서 난 것들이 지천이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 때로 중국인들도 물건을 팔러 온다.


진흙과 분뇨가 빚은 강렬한 지린내에 겨우 적응되어도 좀처럼 물건을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무심한 현지인들의 삶에 끼어들기가 어쩐지 어색하다. 하릴없이 시장을 돌아다니다 돼지고기가 잔뜩 들어간 국수와 찹쌀도넛, 과일을 사서 모르는 아이들과 나눠 먹었다. 왕복 6시간, 온통 초록뿐인 리조트에서 낮잠 자고 책 읽는 것보다 이게 더 나았을까, 숙소로 돌아와서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일요 박하(Bac Ha) 시장

깐까우가 봉화 5일장이라면, 일요 박하 시장은 대구 서문시장쯤 될 것이다. 장터 입구에는 호텔, 식당과 상설 점포가 여럿이다. 마라케시 시장이 그렇듯, 아무렇게나 아무 데나 카메라를 들이대도 절로 사진이다. 전통 복장을 입고 온 여성들과 화려한 공예품 비주얼이 압도적이다. 뜻 모를 문양이 수놓인 패브릭, 의상, 가방과 인형에서 눈을 뗄 수 없는데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나 기계로 만든 것도 있다"고 가이드가 속삭인다.


깐까우와 박하는 20㎞ 떨어져 있지만, '시차'는 20년쯤이다. 유럽의 오지 여행객들에게는 명성이 높은 이 시장은 외지인의 '오리엔탈리즘 취향'을 거의 정확히 뚫고 있다. 자신들이 팔 것을 '전시'할 줄 안다는 뜻이다. 소녀부터 할머니까지 몽족 여인들이 달려들어 5000원짜리 가방을 사라고 난리다. 소수민족의 생존 욕구를 값비싼 렌즈들이 부지런히 따라다닌다.


이상한 일이다. 박하 시장을 보고 나니, 촌스러운 깐까우가 다시 그리워졌다. 무심한 사람들과 누추한 풍경, 본 적 없는 과거와 마주한 느낌 때문일 거다. 두 시장은 짝(pair)으로 만났을 때, 값어치가 더 빛난다.


소수민족 마을에서 하룻밤(홈스테이) 지내는 것이 하루 30달러 내외. 낙후한 지역이니 이리저리 불편함은 기본인데도 다들 좋아라 한다. 초행이라면 라오짜이(Lao Chai)의 '에코팜리조트'(도미토리 25달러, 독채 방갈로 100달러 내외)도 좋다. 하노이 호텔리어 출신인 주인 칸(Khanh)씨가 높은 안목으로 꾸민 실내, 음식과 호텔 내 각종 프로그램이 만족스럽다. 한적한 곳에 위치한 '파오 사파(Pao Sapa)'는 신축 호텔로 반짝반짝하고, 방송 '신서유기'에 나온 '사파 클레이 하우스(Clay House)'도 조용하고 쾌적한 시설이다.


밥값, 교통비, 물건값 뭐든 한국보다 싸다. 외지인이라 바가지 쓴다는 의심도 들지만, 기부한다는 심정으로 너그러이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몽족 여성이 짠 수공예 대형 패브릭은 50~ 100달러쯤. 시장에는 100% 핸드메이드와 기계로 짠 것, 중국산이 섞여 있다. 중국 윈난성 국경이 지척이다.

콕콕! 해외여행 Tip : 베트남 사파

조선일보

기자에게는 사파가 천국이었다. 비슷한 시기 거기 다녀온 선배는 '괴로웠다'고 했다. 교통편과 호텔 위치 때문이었다.


사파에서는 천국과 지옥이 한 끗 차이다. 사파에 사람과 돈이 몰리며 지금 110여 곳이 공사 중이다. 손바닥만 한 사파 시내에서 공사장 피하기 어렵다. 외곽이 최고다. '모르는 곳에서는 시내 중심'이라는 호텔 선택 원칙을 이곳에서는 깨야 한다. 몽족 거주지인 깟깟마을, 라오짜이 등 차로 20~30분 거리의 외곽 마을에 숙소를 잡으면 그야말로 천국이다. 앞으로 수년간 유효할 법칙이다.


공항이 없는 사파에 갈 때는 리무진 버스가 최고다. 좌석이 뒤로 젖혀진 '슬리핑 버스'(6시간), 야간 기차(10시간)도 있지만 9인승 리무진 버스(25~35달러)가 더 쾌적하고, 무엇보다 호텔 문 앞으로 데리러 와서 사파 호텔에 내려준다. 구글에 'Sapa limousine bus'나 브랜드명인 '에코사파(ecosapa)'로 검색. 사파 외곽 호텔은 직접 리무진 버스를 운행하기도 한다. 먼저 하노이나 사파 지역 투숙 호텔에 이메일로 요청하면 편리하다.


사파(베트남)=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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