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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조선일보

[공복 김선생] “옛 맛 되찾았다” 맥도날드 빅맥, 실제 먹어보니

[함부로 채우지 않아요, 내 공복은 소중하니까] 맥도날드 빅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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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기자가 사서 먹어본 맥도날드 빅맥.

햄버거 마니아 사이에서 “빅맥이 돌아왔다”는 소문이 3월 말부터 돌았다. 물론 빅맥이 맥도날드 메뉴에서 빠진 적은 없다. 맛이 예전만 못해졌는데, 최근 옛 맛을 되찾았단거다. 마침 13일 한국맥도날드에서 “햄버거 등 메뉴의 맛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베스트 버거(Best Burger)’를 도입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베스트 버거는 맥도날드가 본사 차원에서 메뉴 개선 작업으로, 한국은 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 햄버거를 주식으로 먹는 서구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 4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지난달 26일부터 적용됐다는 것이다.


당장 빅맥을 맛보러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맥도날드 매장을 찾아가 빅맥을 주문했다. 기자는 1988년 맥도날드가 서울 압구정동에 오픈한 국내 1호 매장에서 처음 먹었던 햄버거를 잊지 못한다. 이때까지 국내에는 학교 앞 분식집이나 문방구에서 팔던, 맛이 하도 없어서 ‘닭대가리 버거’라고 불리던 것들 말고는 제대로 된 햄버거를 맛보기 어려웠다. 그러다 처음 먹은 빅맥은 그야말로 환상의 맛이었다.


13일 맛본 빅맥은 32년 전 처음 맛봤을 때처럼 환상적이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개선됐다. 일단 눈으로 보기에도 다부졌다. 급하게 혹은 대충 만들어선지 포장을 벗기면 간신히 버티고 서 있거나 옆으로 힘없이 흐물어지던 그동안의 안타까운 모습에서 완전히 체질 개선됐다. 허여멀겋던 번(빵)은 선탠이라도 한 듯 먹음직스럽게 짙은 황갈색으로 변했다. 겉보기에서 예상된 만큼이나 입 안에서 느껴지는 맛도 개선됐다. 번은 구수하고 감칠맛이 났다. 포장된 지 오래됐는지 흐물흐물하고 질척하기 일보직전이던 양상추는 아삭거렸다. 무엇보다 패티(고기)가 업그레이드됐다. 소고기 특유의 맛과 향이 훨씬 진해졌다. 더 따뜻하고 씹으면 배 나오는 육즙도 늘었다.


한국맥도날드측 설명에 따르면 ▲번은 재료와 만드는 법 등 레시피를 바꾸고 굽는 시간을 5초 늘리고 ▲패티만 8장씩 굽던 방식에서 4장만 다진 양파와 함께 굽는 방식으로 바꾸고 ▲채소 보관 시간을 단축해 아삭하고 신선한 식감을 살리고 ▲소스를 50% 증량하고 더욱 골고루 뿌려지도록 소스 분사 방식을 개선하고 ▲치즈가 더 부드럽게 녹아들어 패티와 조화를 이루도록 템퍼링(tempering·치즈 질감과 맛을 살리는 작업이라고 한다)을 개선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직원 교육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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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에서는 그동안 실적 개선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해왔다. 햄버거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 샐러드 등 ‘헬시 메뉴’를 강화하고, 원가와 조리과정 등 비용을 절감하거나, 한국 소비자 입맛에 맞춘다고 맥도날드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 애매한 맛의 신 메뉴를 내놓았다. 하지만 패스트푸드 싫어하는 소비자가 샐러드 먹으려고 맥도날드를 오진 않을 것이다. 신 메뉴는 반짝 인기일뿐 새로운 소비자 유입을 레귤러 고객으로 굳히지는 못했고, 맥도날드를 사랑하는 헤비유저(heavy user) 내지는 핵심 충성 고객들에게 실망만 안겨줬다. 적어도 기자에겐 그랬다.


맥도날드가 그동안 맥치킨 등 과거 인기 메뉴를 되살려 내놓기는 했지만, 짧은 기간으로 한정하거나 과거 맛을 제대로 살리지는 못해 아쉬웠다. 이번에 빅맥을 먹어보니 맥도날드가 드디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지 제대로 감 잡은 듯하다. 베스트 버거는 모든 메뉴에 적용됐지만 빅맥과 쿼터파운더 치즈, 치즈버거 등 이른바 ‘맥도날드 클래식 3’에서 가장 도드라진다. 우연인지 3메뉴 모두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햄버거다. 빅맥 마니아로서 반가움을 넘어 감사하기까지 하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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