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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다” 호돌이 컵, 서울우유 컵… 옛날 유리컵의 귀환

뉴트로 열풍 타고 인기… 물병으로 쓰던 유리병 주스도 화제

호돌이 컵 몸값 10만원대 치솟아, 빈티지 컵 쓰는 카페 인기

“갖고 싶다” 호돌이 컵, 서울우유

“호돌이 컵을 아시나요?” 1980~90년대 음료를 사면 사은품으로 받았던 투박한 옛날 유리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스타그램 @lovepander

“심 봤다!” 송지은 씨는 얼마 전 시골 외할머니 집을 방문했다가 신문지로 꽁꽁 싸 보관해둔 옛날 유리컵을 한 무더기 발견했다. 서울우유, 썬키스트, 코카콜라 등 예전에 음료를 사면 사은품으로 받았던 유리컵이다. “사고 싶어도 구하기 어려운 것들인데 할머니 집에 있다니, 뜻밖의 횡재를 했죠.”


1980~90년대 음료 회사에서 홍보용으로 나눠줬던 옛날 유리컵이 인기를 끌고 있다. ‘빈티지컵, ‘레트로컵’ 등으로 불리는 이 컵들은 최근 중고 거래 시장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적게는 몇천 원에, 많게는 2~5만 원. 특히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가 들어간 컵은 ‘희귀컵’으로 대접받는데, 가격이 1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디앤디파트먼트서울의 관계자는 “빈티지 컵 중에서도 호돌이 컵이 인기다. 그나마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다”라고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빈티지컵을 검색하면 42000개, #레트로컵은 4200개 이상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컵에 커피나 음료를 담아 인증하거나, 모아둔 컵들을 자랑하고 판매하는 게시물이 대부분. 빈티지컵에 음료를 담아 파는 가게도 있다. 서울 사당동 ‘경, 이로운’, 춘천 ‘크로프트 커피’ 등은 빈티지 컵 음료로 뜨는 카페들이다. 홍대 인근에 있는 ‘어른이대공원’은 입구가 오목한 서울우유 유리병에 생맥주를 담아 팔아 입소문이 났다.


빈티지 컵의 인기는 몇 년째 불고 있는 복고 열풍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에는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트렌드를 두고 ‘뉴트로(New-tro)’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오래된 자개장을 인테리어로 활용한 카페가 SNS 명소가 되고, 초록색 점박이 플라스틱 그릇에 떡볶이를 담아주는 강남의 한 식당은 줄 서서 들어가는 맛집이 됐다.

“갖고 싶다” 호돌이 컵, 서울우유

빈티지 컵은 일부 수집가의 취향을 넘어 젊은이들의 ‘힙’한 감성을 자극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카페 ‘경,이로운’, ‘소월상점’ 인스타그램

흥미로운 건 이 유행을 10~20대가 이끌어 간다는 것. 복고 제품에 대한 추억이 없는 이들에게 빈티지 컵은 힙(Hip)한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윗세대가 보기엔 촌스러운 색과 로고로 장식된 컵일 뿐이지만, 이들에겐 개성 있고 신선하고 갖고 싶은 ‘굿즈’다. 대학생 이나리 씨는 “세련되고 깔끔한 요즘 컵과 달리 빈티지 컵은 모양이 뭉뚝하고 그래픽이 귀여워 정감이 간다. 썬키스트, 코카콜라 등 외래어를 한글로 표기한 것도 재미있다”라고 했다.


빈티지 컵이 인기를 끌자, 관련 업체들은 다시 빈티지 컵을 만들어 내놨다. 빙그레는 19980년대 말, 1990년 초반 사용하던 로고를 사용해 유리컵을 만들어 사은품으로 증정했으며, 오리온은 패션 편집숍 비이커와 함께 초코파이 그림이 그려진 빈티지 컵을 제작해 판매했다.


한편, 1980~90년대 가정에서 물병으로 쓰던 유리병 오렌지주스의 근황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민 보리차 물병이 돌아왔다’라며 마트에 유리병 주스가 진열된 사진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페트병 사용과 함께 수요가 줄면서 2013년 이후 제작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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