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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벗고 유령수술 실명 고발 “인간은 고깃덩어리가 아닙니다”

[아무튼, 주말- 변희원 기자의 한 點] 6년째 유령수술 실태 고발… 성형외과 전문의 김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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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면허를 받은 지 25년째인데 의사면허증에 동의받지 않은 사람의 신체를 칼이나 전기톱으로 잘라도 된다는 내용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 6월 5일 오후에 열린 서울 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성수제)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피고인인 성형외과 전문의 김선웅(52) 천안메디성형외과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A병원은 김 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1심은 김 원장에게 혐의가 없다고 나왔고, 2심은 진행 중이다.


"살아있는 사람이 누워 있고 그 사람은 나한테 신체 생명 맡기고 수술비까지 지불했는데 '수술대 위에 놓여 있는 게 사람이 아니다'란 전제에서 그런 짓을 벌인 겁니다." 김 원장이 변론 중 언급한 '그런 짓'이란 일명 유령 수술. 이런 유령 수술이 알려진 건 위에서 언급한 재판에 등장하는 A병원의 전문의 B가 2014년 이 사실을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이하 의사회)에 고백하면서부터다. B의 양심선언을 들은 사람이 당시 의사회의 법제이사로 활동했던 김 원장이다. 의사회는 그해 진상 조사를 벌여 대국민 사과를 했고, A병원을 보건복지가족부와 검찰에 고발했다.


유령 수술을 알게 되고 나서 김 원장은 6년째 "유령 수술은 곧 살인"이라며 유령 수술의 실태를 폭로하고 있다. 그는 왜 자신이 몸담은 업계를 비난하고, 피고인이 되어 법정에 서는 것일까. 그의 성형외과가 있는 천안을 찾아갔다.


우리가 의사지, 백정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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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공중파의 한 시사 프로그램이 유령 수술을 다룬 날, 네티즌들은 이 방송에 나온 병원이 어딘지 묻는 댓글을 포털에 남겼다. 김 원장이 답변을 달았다. "여긴 C병원이지만 A, D, E, F병원 등등에서 유령 수술 하다 죽인 사람 꽤 많다고 알려졌죠. 복지부는 실태조사도 안 해요. 의사들 사이에서는 대충 이 병원들에서 지금까지 200~300명 죽인 걸로 소문 파다합니다. 수술하다 죽이고, 3억5000만원 쥐여주고 보험 처리하고, 그래서 보호자들 입 막고, 병원장은 보험회사에서 3억5000만원 돌려받고." A병원은 김 원장을 고소했다. A병원은 2000년대 후반부터 강남의 5대 성형외과로 꼽힌 유명한 대형 성형외과였다.


―A성형외과와의 악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2014년 초 출근을 해서 컴퓨터를 켰는데, 그 병원 앞에서 고등학생들이 항의 시위를 한다는 기사를 봤어요. 수능 마친 고3 학생이 수술을 받다 죽었는데, 친구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는 거예요.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최선을 다했더라도 의료 사고가 생길 수 있다는 걸 환자 가족에게 이해시키고 충분한 사과와 보상을 하는 것도 우리 의무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죠. 그랬더니 '이 XX 뭐냐' '넌 빠져라'와 같은 비난 댓글이 달렸어요. 등골이 서늘했어요. 조직적으로 연대한 세력이 이 병원을 비호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당시 의사회 회장에게 이 병원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자고 건의했고, 회장도 동의했어요. 의사회 회원에게도 설문했는데 97%가 찬성했고요. 의외였습니다. 다들 아무 말 안 하고 있을 뿐이지 뭔가 알고 있었던 거죠."


―진상조사로 유령 수술이 밝혀졌나요.


"전문의 8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이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별별 내용이 다 있었어요. 예를 들어 쌍꺼풀 수술하는 데 40분 넘게 걸리면 의사한테 페널티를 줘요. 탈세도 많이 했고, 프로포폴도 빼돌렸고. 조사 보고서를 만든 뒤 한 달이 지나서 그 병원에 있던 의사 B한테 연락이 왔어요. 유령 수술에 동참했다고, 자기에게 증거 자료가 있다고. 그는 환자 진료 기록을 갖고 있었어요."


―뭐라고 하던가요?


"유령 수술에 가담하면서 너무 괴로웠대요. 상담 의사 한 명이 아픈 바람에 그가 상담 의사 역할을 맡았거든요. 자신이 상담한 환자들이 누구에게 수술을 받았는지도 모른대요. 성형외과 전문의를 고용하면 인건비가 더 드니까 눈은 안과 의사, 코는 이비인후과 의사, 턱은 치과 의사한테 수술을 맡기는 식이었어요. 원장이 유령 의사들에게 교육하는 내용도 녹음을 해왔는데, 그게 충격적이에요. '수술실에 있는 환자가 해당 수술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괜히 뭐 해보려다 사고 치지 말고 수술한 흔적만 내라.' '병원이 잘되는 건 수술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환자를 수술대에 눕히는지가 관건이다.' 문제는 유령 수술을 하는 병원이 여기 한 군데가 아니라는 거예요. 당시 대형 성형외과 몇 군데서 이미 이뤄지고 있었고, 규모가 더 작은 데서도 했어요. 거기서 근무하던 의사나 직원들이 얘길 해서 알죠. 하지만 이걸 입증할 증거가 없고, 이 사람들도 증인으로 안 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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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수술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브로커가 환자를 데려오기도 하고, 환자들이 스타 의사를 보고 병원을 찾기도 해요. 상담실장이 일단 수술할 부위와 방법을 정해줘요. 그리고 환자들은 스타 의사와 만나 상담을 받고 수술 날짜를 정해요. 수술실에서 스타 의사가 마취 직전까지 환자 옆에 있다가 마취가 되면 그 의사는 수술실을 나가고, 유령 의사가 들어와서 차트를 보고 수술을 하는 식이죠. 유령 수술을 하기 위해서 눈이나 코 수술할 때도 국소 마취가 아니라 전신 마취를 해요. 여기서 일어나는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에요. 전문의보다 싸기 때문에 고용하는 유령 의사는 실력이나 경력이 모자라니까 수술 중 사고를 일으키거나 후유증을 남기고, 유령 수술을 위해 필요 이상의 마취를 하면서 또 사고가 일어나고요. 유령 의사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 책임지고 대처를 할 수도 없죠. 무엇보다 환자의 동의를 안 받은 사람이 수술을 했다는 게 가장 문제입니다."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 입장에서는 돈 때문에 유령 수술을 할 텐데, 고용된 유령 의사도 마찬가지인가요?


"일단은 돈 때문이죠. 의사 면허 땄다고 해서 혼자서 당장 뭐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유령 수술하면 돈을 벌 수 있는 데다가 실습도 할 수 있거든요. 이건 진짜 환자를 '마루타'(인체 실험 대상자) 취급하는 거예요. 유령 수술 조사하면서 저와 동료들이 '우리는 의사지, 백정이 아니잖아'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성형 광고, 다 포토샵이다?


의사 B가 병원 A에서 갖고 나온 진료 기록에 등장하는 환자는 130여명. 김 원장과 동료들이 그중 턱 수술을 한 35명에게 연락했더니 7명이 후유증을 호소했다. 그들은 턱에 감각이 없거나, 입을 제대로 못 벌린다고 했다. 의사회는 이 병원을 사기로 고발했고, 후유증이 심한 환자들은 상해로 병원을 고소했다. 사기죄로는 기소됐지만, 검찰은 병원을 상해죄로는 기소하지 않았다. 김 원장은 "상해죄가 아니란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환자 동의 없이 수술하면 상해가 맞는다. 환자가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한 건 자신을 상담한 의사에게 수술을 받는 것에 동의한 것이지, 다른 의사에게 수술받는 것을 동의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환자의 신체권을 침해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사기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고, 법원에 의견서도 제출했다. 2015년에 시작해 5년 넘게 속행된 재판은 8월 22일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다른 병원에서도 환자가 죽었고, 여전히 유령 수술이 벌어진다는 소문이 돌자 김 원장은 답답해졌다. 2018년 의사회의 법제이사 임기도 끝났다. 지난해 2월, 김 원장은 '닥터 벤데타'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성형외과의 실태에 대해 고발했다. 가면을 쓰고 진행하다가 지난 3월 자신의 얼굴을 공개했다.


―성형을 하려고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유령 수술이 가능한 것 아닌가요?


"이 문제는 2007년 의료 광고를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과장 광고가 판을 쳤고, 연예인들이 광고에 등장하고. 3억원 넘는 광고비를 받은 연예인들이 해당 병원에서 수술 안 한 경우도 있었어요. 가장 심각한 게 수술 전후를 비교해 보여주는 '비포 앤 애프터' 광고죠. 이게 나오면서 성형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그 광고 중 대부분이 위조에 가까운 포토샵을 거쳤다는 것도 모르고, 그걸 보고 병원에 찾아가는 거죠."


―환자가 늘어난 게 문제가 되나요?


"눈을 찢고 꿰매면 눈이 예뻐지고, 턱을 부수면 갸름해지는 줄 아세요? 수술을 해서 나아지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아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양악 수술을 하려면 신경을 다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기도 하고, 눈에 쌍꺼풀이 생기면 오히려 더 어색한 눈매를 갖는 사람도 있어요.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를 다 수술하는 건 말이 안 돼요. 저도 상담한 사람 열 명 중 세 명 정도 수술해요. 허위·과장 광고를 하고, 유령 수술을 하는 목적은 더 많은 환자를 수술대에 눕히기 위한 거예요. 이런 병원이 환자를 인간 취급을 할 리가 있겠어요."


―유령 수술이 영리 활동이라고 주장한다면 어쩌시겠어요.


"광고 안 하고, 오는 환자 절반 넘게 돌려보내고, 유령 수술 안 해도 수술만 제대로 하면 성형외과 돈 잘 법니다. 제가 그런 식으로 벌어봐서 누구보다 잘 알아요. 대체 얼마를 벌고 싶기에 의사로서의 양심, 인간으로서의 양심을 다 던져놓고 그런 짓을 합니까. 유령 수술하면 환자가 수술대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하는 건데, 그건 병원 영업이 아니라 살인이라고요. 그래서 사기보단 상해로 우선 처벌을 받아야 해요. 환자의 재산권보다 신체권을 침해한 게 더 심각한 문제거든요."


―2014년 유령 수술이 세상에 드러난 뒤 줄지 않았나요. 수술실에 CCTV를 설치했다는 성형외과도 많아졌습니다.


"줄어들긴요. 형사처벌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는데 누가 겁을 먹어요. 마음먹고 유령 수술하려면 CCTV도 다 소용없어요. 지난해 초에도 한 성형외과 전문의가 유령 수술에 가담했다는 죄책감에 못 이겨 자살을 했어요. 그래도 지난 1년간 유령 수술이 언론에 계속 나오고, 제가 유튜브에서 계속 떠들어대니까 올 들어 좀 잠잠해지긴 했어요. 이게 근절되려면 국가기관에서 이제껏 이뤄진 유령 수술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고, 혐의가 입증되면 상해죄로 처벌을 해야 합니다. 성형 광고도 금지해야 업계가 정상으로 돌아가죠."


―예뻐지고 잘생겨야 한단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입니다. 성형외과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말릴 수 있을까요.


"외모에 대한 강박을 심어주는 사회이기 때문에 더더욱 성형 광고를 금지해야 합니다. 2015년 제가 의사회에서 법제이사로 활동했을 때 '렛미인'(전신 성형을 해주는 TV 프로그램)에 불법 광고나 알선의 소지가 있으니 방송을 그만하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냈어요. 두 번 보내니까 폐지가 되더군요. 어떻게 TV에서 성형하면 인생이 바뀌는 것처럼 보여줄 수 있죠? 설령 그게 현실이라고 해도 그걸 긍정하고 조장하는 게 정상입니까."


그냥, 성형수술대에 눕지 마라


금요일 오후, 천안에 있는 김 원장의 병원에 찾아갔을 때 접수대에 간호사가 한 명 있었고, 대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첫 인터뷰는 그가 유튜브를 찍는 곳에서 이뤄졌다. 병원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건물의 한 사무실. 벽지가 찢어지고 쓰레기가 굴러다니는 휑한 사무실 한가운데 수술용 침대와 조명이 놓여 있었고, 전동 톱, 갈고리, 가위 등이 벽에 걸려 있었다. 을씨년스러운 게 공포 영화 촬영장 같았다.


―문제가 된 댓글에서 언급한 병원은 다 강남의 대형 성형외과입니다. 지방에서 작은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라서 그런다는 얘기도 들었을 법합니다.


"병원은 작아도 저 잘 벌었고, 제 실력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다른 데를 부러워하거나 질투할 필요가 없었어요. 또 이걸로 제가 돈을 더 버는 건 더더욱 아니에요. 이 싸움 시작한 이래로 조사하고 다니랴, 검찰과 법원 다니랴, 유튜브 찍으랴, 병원은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단골이나 재수술 환자만 찾아와서 제 수입은 10분의 1로 줄었어요."


―가족이나 직원들의 불만이 있겠네요.


"직원 월급은 예전과 똑같이 주기 때문에 불평은 없어요. 아내는 제 성격을 잘 알아서 하지 말란 얘긴 안 하는데 해코지라도 당할까 봐 걱정을 많이 해요."


―동종 업계에선 욕을 안 합니까.


"대부분은 유령 수술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고, 유령 수술이 없어져야 선량한 의사들이 제대로 의료 활동을 할 수 있단 걸 알기 때문에 저를 비난할 것 같진 않아요. 그렇다고 저랑 같이 나서지도 않겠지만…."


―병원 운영을 못 하고, 고소도 당하는데 왜 나서나요? 본인이나 가족이 피해를 본 것도 아니고, 이게 의무도 아닙니다.


"수술실에서 성형 수술하는 걸 한번 보면 그런 질문 못 할걸요. 성형 수술에 쓰이는 도구는 톱, 망치, 칼, 가위 같은 겁니다. 그런 도구로 사람의 뼈를 부수고 자르고, 살을 오리고 찢습니다. 그런데 환자의 동의를 안 받은 사람이 그런 행위를 한다고요? 그건 인간을 인간으로 보는 것을 포기하고 정육점의 고깃덩어리로 취급하는 겁니다. 저는 가끔 수술대에서 성형을 받다가 죽은 여고생을 떠올리면 몸서리를 쳐요. 이거라도 안 하면 제가 못 견딜 것 같아요."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까.


"학생들은 제발 부모님과 함께 여러 병원을 찾아서 상담을 받고 결정하세요. 조금이라도 의심이나 의문이 들면 수술받지 마세요. 자기 몸을 갖다가 톱으로 썰고, 가위로 오리는 일인데, 어떻게들 그렇게 쉽게 수술대에 오릅니까. 성형업계가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아예 수술대에 눕지를 말라고 하고 싶네요."


: 유령 수술(ghost surgery)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의사가 하는 수술. 상담받은 성형외과 스타 의사가 수술하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전신마취 후에 유령 의사가 등장하는 식이다. 유령 의사는 성형 전문의가 아니거나 다른 전문의보다 인건비가 낮다.


[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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