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문화를 한 눈에’ 노블링카
채지형의 리틀인디아 제8화
“따시뗄렉”
오늘은 특별한 인사로 시작해봅니다. 왜 ‘나마스떼’가 아니라 ‘따시뗄렉’이냐고요? 인도 안의 작은 티베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인도 북서쪽에 히말라야를 품고 있는 히마찰프라데시주가 있는데요. 이 안에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맥그로드 간즈(Mcleod Ganj)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티베트 본토보다 더 티베트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는 곳입니다. 티베트 본토는 1951년 중국에 의해 강제로 점령당해, 더 이상 티베트 문화를 온전히 지키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인도 안 작은 티벳, 맥그로드 간즈. 티베트 승려를 길에서 쉽게 볼 수 있다. |
중국의 점령 이후, 압력이 거세지자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 14세는 1959년 인도로 망명합니다. 인도는 땅을 빼앗긴 티베트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고, 인도로 망명한 티베트인들은 맥그로드 간즈에 정착하게 되죠. 그래서 맥그로드 간즈에는 인도사람들보다 티베트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전통의상을 입고 마니차를 돌리는 티베트할머니를 보면서, 이곳이 인도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맥그로드 간즈에서 차로 30분 정도 가면, 티베트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노블링카(Norbulingka)인데요. 티베탄 커뮤니티에서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만든 곳입니다. 티베트 문화를 볼 수 있는 박물관과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단아한 정원과 멋스러운 레스토랑도 있어서, 티베트 문화를 살펴보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노블링카 입구와 그 안에 있는 티베트 사원 |
티베트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노블링카라는 이름이 익숙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노블링카’는 티베트의 수도인 라싸에 있는 달라이 라마의 여름궁전을 부르는 이름이거든요. 티베트어로 ‘노블’은 보물을, ‘링카’는 뜰을 의미하는데요. 178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는 달라이라마의 여름궁전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정원과 동물원으로 유명한 궁전이었어요. 티베트의 각종 중요한 축제와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노블링카라는 이름은 티베트의 더없이 평화로운 시절을 떠오르게 합니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더 이상 그런 모습을 기대할 순 없지만요.
티베트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노블링카 |
여유롭게 차 한잔 나눌 수 있는 허밍버드 카페 |
풍부한 티베트 문화를 볼 수 있는 인형 박물관
노블링카 입구는 자그마한 정원이 꾸며져 있습니다. 두 개의 문이 있는데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왼쪽 문은 숙소로 들어가는 출입문이거든요. ‘노링 하우스’라는 이름의 숙소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아담한 연못이 나타나고요. 울창한 나무 사이로 타르쵸가 펄럭입니다. 타르쵸는 불교경전이나 기도문이 쓰인 사각형 천을 이어서 달아놓은 것을 말하는데요. 티베트 사람들은 타르쵸가 바람에 펄럭이면, 경전의 말씀이 세상에 퍼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히말라야 한 복판에서 거센 바람에 따라 춤을 추던 타르쵸가 생각나더군요.
길을 따라 들어가니, 티베트 풍으로 지은 건물이 이어지고 끝에 웅장한 절을 나타났습니다. 데덴 추클라캉(Deden tsuklagkhang) 사원인데요. 티베트 문화와 건축양식, 불교 예술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중앙에는 인자한 얼굴의 거대한 부처상이 있고요. 건물 내벽에는 노블링카 예술가들이 작업한 세밀한 탱화가 이어져 있었습니다. 사원이면서 자체로 훌륭한 예술작품이었어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경건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두 손을 곱게 모으게 되더군요.
사원을 둘러 본 후에는 오른쪽에 있는 로젤 돌 박물관(Losel Doll Museum)에 꼭 들러야 합니다. 티베트 각 지역의 전통의상을 입은 약 150개의 인형이 전시되어 있거든요.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념품 인형이 아니었습니다. 인형들이 입은 옷과 장신구들은 현지 조사를 거쳐 공들여 만들어졌고요. 장신구 재료도 현지에서 가져와 제작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정성이 대단했습니다. 이곳에서 놀랬던 것은 티베트 문화의 다양성이었어요. 10년 전 라싸를 비롯해 티베트 곳곳을 다녀봤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저의 자부심이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것은 티베트의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이더군요. 저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티베트 문화를 잘 볼 수 있는 인형박물관 |
티베트 예술가들의 작업실
박물관에서 나와 티베트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탕가(불교 그림)를 그리고 있더군요. 지나가는 벌레도 숨죽일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더 없이 세밀하게 그려야하니까요. 집중해서 그리는 모습을 한참 보고 있었더니 발바닥이 간질간질해지더군요.
탕가를 그리고 있는 예술가와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장인. |
옆 작업실에서는 나무를 재단하고 재단한 나무에 그림을 그려 넣는 작업이 한창이더군요. 목공예실이었습니다. 건너편 작업실에서는 작은 나무 상자에 색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더군요. 전통 의상을 만드는 작업실도 있었는데요. 직접 실로 베를 짜는 공간부터 천을 재단하고 바느질 하는 곳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작업하는 모습을 보다 우연히 옆에 있는 가방에 눈길이 갔는데, 가방 위에 커다랗게 ‘프리티벳’이라고 쓰여 있더군요.
나무에 티베트 문양을 넣는 작업.(좌) 채식을 마친 후 말리는 작업.(우) |
이곳의 작품들을 보면서 티베트 문화가 궁금해졌다면, 클래스에 등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탕가를 비롯해 자수, 목공예를 배울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거든요. 저도 다음에 다시 온다면,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티베트 공예를 접해보고 싶은 생각은 들더군요.
전통과 현대의 만남, 노링 하우스
이틀정도 여유가 있다면 노블링카 안에 있는 노링 하우스(Norling House)에 묵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어요. 초록 숲 안에 평화롭게 자리하고 있는 노링 하우스는 티베트 문화를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거든요. 티베트 전통과 현대적인 스타일의 만남이라고나 할까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면서, 티베트 문화를 구석구석에 담고 있더군요.
노링 하우스 2층에 마련된 거실. 달라이라마의 행적을 상세하게 볼 수 있다. |
노링 하우스에 걸려있던 그림 |
티베트 예술가들의 손길로 만들어진 노링 하우스의 방 |
에어컨도 미관을 해치지 않도록 나무로 된 커버를 쓰고 있었는데요. 나무로 만들어진 커버 역시 티베트의 상징 중 하나인 끝없는 매듭 문양이었습니다. 이 문양은 티베트 문화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상징인데요. 삼라만상이 윤회설에 따라 돌고 돈다는 것, 그리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또 깨달음에 이르면 지혜와 자비가 하나로 연결돼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요.
만물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문양 |
“투제체”(티베트 어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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