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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소박한 아리마 여행

채지형의 여행살롱 41화

‘작은 것이 아름답다’ 소박한 아리마

롯코산 케이블카를 타고 도착한 아리마. 앙증맞은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여행이 깊어질수록 마음을 파고드는 것은 사소하고 작은 것들입니다. 언젠가부터 여행을 떠나면 대도시보다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작은 마을에 눈길이 가더군요. 인연이 시작될 것만 같은 아담한 마을. 일본 간사이 지방 고베에서 롯코산을 거쳐 들어간 아리마도 그랬습니다.

앙증맞은 즐거움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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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온천마을, 아리마

‘작은 것이 아름답다’ 소박한 아리마

아리마는 온천으로 유명하다. 길거리에는 마실수 있는 온천수도 볼 수 있다.

아리마는 원래 온천이 유명한 동네입니다. 크기는 자그마하지만, 물 좋기로는 일본의 다른 온천 못지않죠. 아리마 온천이 문을 연 것은 8세기로, 무려 1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중 하나죠. 땅을 파는 기술이 없었던 시대부터 온천수가 나왔던 자연 온천이에요. 그래서 마을 어디에 가나 온천수가 흐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고서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수많은 권력자들이 아리마 온천을 즐겼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아리마 온천을 좋아하는 부인 네네와 함께 이곳에 자주 방문했다고 전해집니다. 아리마 온천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은 킨노유(金の湯)와 긴노유(銀の湯)에요. 교토에 금각사와 은각사가 있는 것처럼, 아리마 온천에는 금천과 은천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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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아리마 유명 온천중 하나인 긴노유 (오른쪽) 아리마의 대표적인 온천, 킨노유


온천도 좋았지만 아리마 여행을 신나게 만들어 준 것은 앙증맞은 마을에 숨어있는 아기자기한 재미였습니다. 마을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한참 동안 작은 마을을 구석구석 헤매고 다녔답니다.


아리마는 긴 세월 동안 온천과 더불어 살아온 장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금은 엄하면서도 소박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내면의 기품을 품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도 품고 있더군요. 마을이 전체적으로 내뿜는 분위기가 어찌나 평화롭고 여유롭던지요. 천천히 걷는 즐거움도 알게 해주는 곳이었습니다. 좁은 골목길에는 등산객과 여행자와 온천욕을 하는 사람들이 오갔지만, 사람이 많아도 그다지 북적거리는 느낌이 들지 않은 오묘한 곳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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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이지만 관광객들로 골목은 떠들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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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앞에서 족욕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낡은 일본식 집들이 빼곡히 서 있는 언덕을 오르다보니, 아리마의 특산물 중 하나인 센베 과자 공장이 나오더군요. 하얀 모자를 쓰고 분주히 움직이는 분들을 창 너머에서 몰래 구경하다 보니, 마치 일본 소설의 한 페이지에 들어가 있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아리마 센베는 퐁퐁 솟아오르는 탄산수에 밀가루를 풀고 설탕과 소금으로 간을 해서 만든 과자로 1907년부터 만들어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아리마의 명물이에요. 골목길에 있는 정육점도 많은 이들의 발길을 모으는 곳입니다. 우리나라의 정육점에서 식당을 겸할 때는 보통 고기가 많이 들어간 김치찌개가 유명하지만, 아리마의 정육점에서는 김치찌개가 아닌 고기를 듬뿍 넣은 고로케를 팔고 있더군요.

 

따끈한 고로케를 한 입 베어 먹으니, 속이 든든해졌습니다. 고로케 안에 든 고기가 어찌나 큰지, 고로케인지 스테이크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어요. 가격도 저렴해서 정육점 앞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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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아리마 마을에 있는 작은 가게 (오른쪽) 아리마에 있는 장난감 박물관

오래된 내공을 품고 있는 아리마

아리마 온천 마을에서 제 눈길을 사로잡았던 곳은 붓을 만드는 가게였습니다. 붓은 붓인데, 평소에 보지 못했던 특이한 붓이었어요. 바로 인형 붓이었는데요. 세계의 인형 모으기가 취미인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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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을 들면 인형 얼굴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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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붓을 만들고 계시는 할머니

인형 붓으로 글자를 쓰려고 하면, 인형이 얼굴을 빼꼼 내밉니다. 광택이 있는 색실을 이용해서 오색찬란하게 만든 붓대도 다른 붓에서는 보지 못한 독특한 멋을 풍기고 있더군요. 가게 안쪽에는 수십 년간 인형 붓을 직접 만들어 오신 할머님이 작업을 하고 계셨고, 입구에서부터 TV와 각종 신문 잡지 인터뷰 기사들이 붙어있었습니다. 세월이 가든, 사람이 왔다 가든 안경 너머로 계속 붓을 만들고 계시는 할머니. 할머니의 모습이 아리마 마을과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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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돌아보는 것도 아리마마을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마을 입구에는 하천을 따라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가 잘 조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곳곳에는 사찰이 있었는데, 온천마을이다 보니 사람들의 병이 치유되기를 기원하는 ‘온천사’라는 이름의 절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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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마의 고즈넉한 산책로

마을에 정적인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을 공터에서는 원숭이 쇼도 한창이더군요. 둥그렇게 서서 원숭이 쇼를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재미가 한가득 묻어있었습니다. 원숭이의 재주도 재주였지만, 조련사의 신나는 입담에 사람들이 허리를 굽히며 참지 못하는 웃음을 토해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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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펼쳐지고 있는 원숭이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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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서 저도 모르게 시원하게 웃다 보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다지 대단하고 큰 것들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박한 것 하나를 보면서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는데, 위만 바라보면서 힘들게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이 가슴을 때리더군요. 기대 이상의 행복을 만난 아리마 온천으로의 여행. 앞으로도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하는 여행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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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이 주는 편안함이 느껴지는 아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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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jih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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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
소개글
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