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넘치는 ‘올림픽의 도시’ 리우
채지형의 여행살롱 22화
뜨거운 여름을 더욱 핫하게 만들고 있는 제31회 리우올림픽. 세계인의 이목이 리우로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남미에서 처음 열리는 올림픽이라 더 관심이 가는데요. 여행살롱도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오늘은 아름다운 도시로 유명한 도시,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로 떠나 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더운 여름날, 우리 선수들 얼마나 더울까 걱정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리우는 지금 겨울이에요. 6월부터 9월까지 겨울인데요. 그렇다고 우리 겨울을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여름은 엄청나게 덥지만, 겨울은 섭씨 18도~28도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딱 좋은 날씨거든요.
리우 데 자네이루는 포르투갈어로 1월의 강이라는 뜻이에요. 브라질 현지 발음으로는 '히우 지 자네이루'라고 하는데요. 남미 지도를 보시면 오른쪽에 거대한 땅을 차지하고 있는 브라질이 보이실 거예요. 그리고 리우 데 자네이루는 그 브라질 안에서 남동부 대서양 연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이야기를 할 때 크기와 수도 이야기를 듣고 놀라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브라질은 무려 한반도의 40배나 되는 크기에 남미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아주 거대한 나라입니다. 수도는 브라질리아라는 도시예요. 비행기 모양으로 설계된 계획도시죠. 브라질 내륙에 있는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아마존을 개발하기 위해 만든 도시랍니다. 1960년 브라질의 수도는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브라질리아로 옮겨졌죠.
리우 카니발이 열린 곳에서 양궁경기가!
양궁경기가 열린 삼바드로모. 2월에는 리우 카니발이 열린다 |
수도는 브라질리아지만, 문화와 경제 수도는 여전히 리우 데 자네이루입니다. 리우를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열정이 샘솟는 도시라고나 할까요. 도시 자체가 수많은 문화가 함께 만들어낸 용광로 같아요. 삼바와 모던재즈가 만나서 만들어진 '보사노바'도 리우 데 자네이루가 고향이구요. 2월만 되며 지구 전체를 들썩이게 만드는 리우 카니발이 열리는 곳도 이 도시죠.
참, 우리나라 양궁선수들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던 곳 보셨나요? 그곳이 매년 리우 카니발이 열리는 삼바드로모입니다. 삼바드로모는 둥그렇거나 정사각형으로 된 운동장이 아니에요. 삼바 퍼레이드를 할 수 있도록 길쭉하게 만들어져 있죠. 6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경기장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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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카니발의 흥겨운 모습 |
리우 카니발은 저녁에 시작해서 새벽에 끝나요. 엄청나게 환한 조명 아래서 몇 조각 되지 않은 옷을 입고 형형색색의 깃털 모자로 한껏 치장한 댄서들이 긴 퍼레이드를 펼치죠. 야광 빛을 번쩍이며 등장하는 다양한 무대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랍니다. 한 그룹마다 삼바 춤을 추는 사람만 4000여 명에 달해요.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시원한 맥주와 아이스크림이죠. 리우 카니발이 열리는 것은 2월 말쯤. 우리에게는 겨울이지만 이들에게는 열기로 폭발할 것 같은 여름이거든요. 조명에서 나오는 열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기에 계속 물을 찾을 수밖에 없답니다.
코르코바도 언덕의 예수상
리우 데 자네이루의 대표 아이콘은 세상 모든 것을 다 품고 있는 듯 우뚝 서 있는 예수상이죠. 브라질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예수 그리스도 동상인데요. 710m 높이의 코르코바도 언덕 위에 우뚝 서 있어서 세상을 다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이죠. 양쪽으로 활짝 펼치고 있는 팔 길이만 해도 28m나 된답니다. 높이 계신 예수상을 만나기 위해서는 등산 아닌 등산을 해야 하는데요. 산 아래에서 앙증맞은 트램이 있어요. 트램을 타면 20분 만에 언덕 위에 있는 예수상을 만날 수 있답니다.
세상을 다 품을 것 같은 코르코바도언덕의 예수그리스도상 |
막상 예수상 앞에 도착했는데, 흐린 날씨 때문인지 사방이 온통 안개가 펼쳐져 있더라구요. 보이는 것이라곤 날씨를 안타까워하는 동병상련의 여행자들뿐이였구요. 날을 잘못 택해서 온 거 아닌가 하며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요. 커피 한잔하면서 기다리다 보니, 안개가 바람에 날리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했어요. 아련하게 등장하는 예수상을 보니, 마음이 참 미묘하더군요. 어딘가 외로워 보이기도 하구요. 백인도 흑인도 아닌 얼굴을 하고 리우데자네이루를 내려다보고 있는 예수그리스도를 보니, 복잡다단한 브라질의 역사와 인간사에 대한 오만가지 상념이 머리를 훑고 지나갔습니다.
열기 넘치는 해변들
이빠네마 해변에서 본 빵데 아수카르 |
빵데 아수카르도, 리우 데 자네이루의 랜드마크 중 하나죠. 뜻은 ‘설탕 덩어리’지만, 풍광은 그 어느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요. 산 자체는 마치 중국 계림에 있는 밥공기처럼 생긴 산이 생각나더군요. 어떻게 보면 낙타 등 모양으로도 보였는데, 이름만큼이나 재미있게 생겼어요. 이곳에 가시면 왜 리우를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로 꼽는지 단번에 아실 수가 있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에 따라 리우의 여러 모습을 감상하실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역시 최고는 일몰 때예요. 푸른 바다와 부드러운 해안, 그리고 북적거리는 도시가 묘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해주는 장면들이 연출되기 때문이죠.
아름다운 광경을 배경으로 책을 읽고 있는 사람, 연인과 키스를 나누는 커플, 아이들에게 열심히 설명해주고 있는 아빠, 그리고 그 아름다움에 취해있는 것 같은 몽롱한 여행자까지 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이었어요. 전망대가 저녁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이렇게 야경을 즐기실 수 있고요.
에너지 넘치는 이빠네마 해변 |
리우에 간다면 해변에도 가야죠. 구릿빛 건강함이 넘실거리는 코파카바나와 이빠네마, 레블론 해변이 그곳이죠.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태양을 온몸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데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뜨거운 심장을 시원한 바닷속에 식히고 있는 모습들을 보실 수가 있어요. 물장난을 치는 꼬마들부터 시작해서, 비치발리볼을 즐기는 젊은이들, 선글라스를 쓰고 소설을 읽은 사람들. 건강한 풍경들이 펼쳐진답니다. 저도 해변에서 물빛과 잘 어울리는 파란색 의자를 하나 빌려서, 그 안에 몸과 마음을 푹 내려놓았더니 아이들이 청량한 웃음소리가 더욱 시원하게 들려오더군요.
시원한 자연의 소리, 이과수폭포
전율이 흐르는 이과수 폭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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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허락한다면, 이과수폭포도 가보세요. 온몸에 소름이 파르르 돋는 전율을 경험하실 거예요. 이과수폭포 가시기 전에 꼭 보셔야 할 영화로는 ‘미션’이 있습니다. 미션의 배경이 이과수폭포거든요. 미션에 삽입된 음악 중 ‘가브리엘 오보에’는 세계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었죠. 이과수폭포는 폭이 약 3km 정도 되어요. 평균 낙폭이 64m, 최대 낙폭은 82m에 달합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세 나라에 걸쳐져 있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데요. 이과수폭포는 단 하나의 거대한 폭포라기보다는 여러 폭포가 모여 있는 폭포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75개의 크고 작은 폭포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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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열기 넘치는 삶에 빠져 있다가, 이과수폭포에서 자연의 엄청난 연주를 듣다보면 갑자기 조용해집니다. 생각할 것들이 많아지거든요. 아름다운 브라질이 제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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