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만만 유유자적’ 낭만도시 우다이푸르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 호숫가 풍경

“인도에 이런 곳이 있었어?” 우다이푸르에 온 많은 여행자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우다이푸르(Udaipur)는 좀 다르거든요. 정신없이 치열한 다른 도시와 달리 여유로움과 낭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도시 분위기도 명랑하고요. 좁은 골목에는 인도 세밀화를 비롯한 아기자기한 예술품들이 놓여 있고, 도시 중심에는 거울처럼 맑은 피촐라 호수가 펼쳐져 있습니다. 호수 위에는 레이크 팰리스가 그림처럼 앉아있고요. 한번 보고 나면 반하지 않을 수 없는 도시가 우다이푸르랍니다.

‘화이트 시티’ 우다이푸르

‘인도의 베니스’라고도 불리는 우다이푸르는 인도 서쪽 라자스탄 주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라자스탄 주는 인도에서도 화려하기로 유명한 지역인데요. 도시마다 특별한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핑크 도시로 불리는 자이뿌르는 분홍색을, 금빛 찬란한 자이살메르는 황금색을, 온통 푸른  색으로 치장한 조드뿌르는 파란색을 품고 있죠. 그중에서 우다이푸르는 순수를 상징하는 하얀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밤에 본 우다이푸르. 왼쪽은 시티 팰리스, 오른쪽은 레이크 팰리스다

그래서 우다이푸르를 생각하면, 호수와 하얀색이 떠오릅니다. 그 두 가지를 다 품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동화 속에 나오는 궁전처럼 호수 위에 우아한 궁전이 두둥실 떠 있는 곳, 레이크 팰리스입니다. 낮에 봐도 아름답지만, 이른 아침과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이 되면 더 멋지게 변신합니다. 아침에는 오렌지 빛이 올라와 찬란한 금빛이 주변을 감싸고 밤에는 노을이 지면서 분홍색 세상이 레이크 팰리스 주변으로 펼쳐집니다. 

호수 위 두둥실 떠 있는 궁전, 레이크 팰리스

호수 위에 레이크 팰리스가 우아하게 떠 있다. 시티 팰리스에서 본 풍경

레이크 팰리스는 과거 인도 메와르 왕조의 여름 궁전으로 지어졌습니다. 왕과 왕족들이 나랏일을 보다 날이 더우면, 이곳에 와서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냈겠죠. 그때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궁전이었지만, 지금은 호텔로 바뀌어 누구나 궁전에서 자보는 호사도 누릴 수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재클린 케네디를 비롯해 여러 유명인도 이곳에 머물렀습니다. 꽤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1983년 제임스 본드의 007시리즈 ‘옥터퍼시’를 촬영했습니다. 우다이푸르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남녀 불문하고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보고 싶은 로망을 품게 된답니다.

시티 팰리스 입구

(왼쪽) 시티 팰리스에서 본 우다이푸르 시내 (오른쪽) 시티 팰리스의 일부 공간은 결혼식을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우다이푸르의 예술과 건축, 역사를 한꺼번에 엿볼 수 있는 시티 팰리스

호수에 레이크 팰리스가 있다면, 땅에는 시티 팰리스가 있습니다. 시티 팰리스는 우다이푸르를 대표하는 곳으로, 인도 건축의 정교함과 인도 예술의 화려함을 함께 볼 수 있는 궁전입니다. 우다이푸르를 만든 우다이 싱이 처음 건축했는데, 이후 수많은 마하라자들이 궁전을 더했습니다. 고풍스러운 타일과 세밀한 유리 세공, 옛 흔적을 더듬을 수 있는 그림들이 궁전을 꽉 채우고 있습니다. 화강암과 대리석만으로 지은 건물 자체도 작품입니다. 현재 중심이 되는 궁전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어, 여행자들도 우다이푸르의 찬란한 시대를 만나볼 수 있답니다.  

세밀화 그리기에 도전

시티 팰리스 옆에 자리한 힌두사원, 작디쉬 만디르

시티팰리스 옆에는 작디쉬 만디르(Jagdish Mandir)라는 힌두교 사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651년 만들어진 사원이에요. 힌두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사원을 둘러볼 수 있답니다. 사원 입구에는 거대한 코끼리 석상이 서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비슈누와 가네샤, 시바 신을 비롯한 여러 힌두 신을 모시고 있는 공간이 나타납니다. 수많은 인도 여인들이 두 손을 모으고 집안의 안녕과 건강을 비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힌두교에 관심이 없다면, 안에 들어가지 않고 외벽만 둘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외벽을 촘촘하게 메우고 있는 조각들이 무척 훌륭하거든요. 

 

우다이푸르 거리에는 세밀화로 그린 그림과 작은 엽서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세밀화는 말 그대로 세밀한 필법으로 그린 그림이에요. 12세기 초 서인도에서 시작된 화법으로, 경전과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이 많답니다. 

잊지 못할 유유자적한 시간

우다이푸르에서 도전한 그림 그리기

숨죽이고 세밀화를 그리고 있는 화가들

여행 선물용으로, 자그마한 세밀화를 사러 들어갔습니다. 안에 들어가니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화가들이 열심히 세밀화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혹시 배울 수 있냐고 물었더니, 클래스가 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2시간 정도면 작은 엽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요. 붓을 잡아본 지가 수십 년 전이지만, 호기롭게 도전했습니다. 쉬워 보이는 그림을 하나 고른 후, 따라서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밑그림 위에 적당한 색을 칠했습니다. 재미로 시작한 것인데, 손이 떨리더군요. 그리다 막히는 부분이 나오면 선생님에게 SOS를 외쳤습니다. 친절하게 가르쳐주더군요. 용기를 북돋아 준 선생님 덕분에 제 생애 첫 세밀화를 완성할 수 있었답니다.

호숫가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들

낭만도시 우다이푸르의 화룡점정은 호숫가에서 즐기는 커피였습니다. 카푸치노를 한 잔 주문해 놓고 고즈넉한 호수를 멍하니 바라보곤 했거든요. 화려한 인도 마하라자의 흔적을 둘러보고 흥미진진한 세밀화 수업을 마친 후 여유롭게 즐겼던 호숫가에서의 시간. 우다이푸르의 유유자적한 시간 덕분에 오늘도 우다이푸르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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