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의 고향, 카슈가르 일요시장
채지형의 ‘요리조리 시장구경’ No.13
시장은 보물창고다.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 나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그 안에 오롯하다. 이슬람 시장은 그들의 종교가, 아프리카 시장은 그들의 자연이, 중남미 시장은 그들의 문화가 빛난다. 시장을 둘러보는 것은 단순히 무엇인가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여행하는 나라의 문화를 만나기 위해서다. 시장에 가면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사막을 건너고 설산을 넘어온 실크로드 대상들은 카슈가르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들에게 카슈가르는 오아시스였다. 중국 서쪽 끝에 있는 카슈가르는 중국과 인도,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던 실크로드의 중심도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발달했다. 수천 년전부터 각기 다른 나라에서 특산품을 들고 온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으니, 얼마나 다양하고 신기한 것들이 많았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설렌다.
전성기는 실크로드가 한창일 때였지만, 오늘날의 카슈가르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파키스탄을 비롯해, 키르키즈스탄, 타지키스탄 등 주변 국가로 연결해주는 통로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슈가르가 국경을 나누고 있는 나라만도 6개국. 카슈가르 시장에는 수많은 나라에서 흘러들어온 물건들이 차고 넘친다.
중국에서 가장 큰 행정구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카슈가르가 속해있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은 중국의 행정구역 중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지역으로, 위구르족이 90% 이상이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성도는 우루무치지만, 위구르사람들은 카슈가르를 정신적인 고향으로 생각한다. ‘신장에 와서 카슈가르를 보지 않고서는 신장을 본 게 아니다’라는 말도 있다. 카슈가르에서 베이징까지 거리는 약 3000km. 카슈가르에 머물다 보면, 이곳이 중국 땅이라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다.
카슈가르에서는 꼭 가봐야 할 두 개의 시장이 있다. 둘 다 이름은 일요시장이지만 성격은 다르다. 첫 번째 일요시장은 일요일 아침마다 카슈가르 외각에서 열리는 가축시장이고, 두 번째 일요시장은 위구르족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시장이다.
먼저 가축시장으로 향했다. 외곽으로 30분쯤 차로 달렸을까. 키 큰 미루나무가 줄줄이 이어진 길을 따라, 양을 태운 경운기와 삼륜차가 한 곳으로 흘렀다. 그들이 가는 곳이 일요일 아침마다 사람들을 집결시키는 가축시장. 시장으로 들어가지 않으려는 양들과 씨름을 벌이는 할아버지, 풀을 먹이며 달래보는 아저씨, 아빠를 따라 시장구경 온 아이들. 시장 입구부터 각양각색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가축들을 거래하는 일요 가축시장
이른 아침부터 속속 도착하는 양들 |
가축시장에 나온 양들 |
가축시장은 먼지투성이 |
양과 소들의 몸부림으로 이미 시장 안은 먼지투성이였다. 양들은 짚으로 만든 목줄에 목을 대고 줄줄이 서 있었다. 무심한 양들의 눈빛에 괜스레 마음 한쪽이 서늘해졌다. 한쪽에서는 곧 팔려갈 운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열심히 풀을 뜯고 있는 양들도 있었다. 도파를 쓴 할아버지들이 양을 살펴보고 흥정하는 모습이 진지했다. 양을 다루는 시장이다 보니, 양을 묶을 때 쓰는 줄과 방울, 양을 다룰 칼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용품들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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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 관련된 다양한 용품들 |
위구르족은 전통적인 유목민족이다. 유목생활을 하는 이들은 많이 줄었지만, 신장 위구루 자치구에는 중국 최대 규모의 목초지가 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양을 키우는 지역이 신장위구르지역이다. 위구르사람들에게 양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살아서 일하고 죽어서 털까지 모두 바치는 고맙고도 미안한 존재. 양은 위구르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준다. 고기부터 가죽까지. 양으로 사람들은 옷을 해 입고 음식을 해먹는다. 양을 요리하는 방식도 양꼬치구이를 비롯해서 바비큐, 만두 등 무척 여러 가지다.
진지한 표정으로 흥정하는 위구르사람들 |
양꼬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카슈가르는 양꼬치구이의 신세계를 보여준 곳이었다. 두툼한 살코기를 꼬치에 막 구우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한꺼번에 느껴졌다. 양꼬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카슈가르에 있는 동안 매일 양꼬치집을 들락거렸다. 카슈가르의 양꼬치집에서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선풍기로 바람을 날리는 풍경이었다. 길을 가다 냄새를 맡고 나면, 발걸음은 저항하지 못하고 양꼬치집으로 향하곤 했다.
가축시장에 나온 양들 |
운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열심히 풀을 뜯고 있는 양들 |
실크로드의 역사를 품고 있는 일요시장
가축시장을 둘러본 후에 갈 곳은 카슈가르 북동쪽에 있는 일요시장이다. 옛날에는 일요일마다 열렸지만, 지금은 매일 열린다. 일요일 마다 열릴 때는 위구르족 사람들이 서로 안부를 묻고 교류를 하는 역할을 했지만, 상설시장으로 변한 이후부터 교류의 역할은 많이 줄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상점이 있고 구역이 잘 나누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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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고향, 카슈가르의 일요시장 |
들어가자마자 사탕을 파는 곳들이 눈을 달달하게 만들어줬다. 위구르사람들이 쓰는 털모자와 악기들, 카페트가 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특히 위구르사람들이 치장하는 것을 좋아해서인지 반짝거리는 비즈가 달린 화려한 옷감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북적거리는 시장을 오가며 케잌을 파는 아이들은 시종일관 밝은 웃음을 보여줘, 일요시장을 돌아보는 동안 발걸음이 가벼웠다.
시장을 오가며 케잌을 파는 아이들 |
숙소에서 만난 칭따오에서 온 중국친구와 함께 시장을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숄이 있어서 가게에 들어갔다. “네가 중국인이니, 흥정 좀 해줘”라고 부탁했더니, 친구는 흔쾌히 오케이했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인가. 방금 전까지 환하게 웃던 주인은 중국친구의 질문에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팔 생각이 없어 보였다. 주인의 표정을 보고서야 무릎을 쳤다. 위구르족사람들이 중국 한족에 대한 마음이 좋지 않다는 것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하지만 독립하지 못하는 위구르족의 현실. 시장에서 보는 것은 역사와 문화뿐만이 아니었다.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안고 시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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