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동화 속 마을 ‘구아르다’
채지형의 여행살롱 47화
구아르다는 해발 1653m에 자리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건물들 |
아기자기한 마을을 보면 우리는 “동화책에 나올 것 같은 마을 같아”라고 표현하죠. 오늘 이야기해드릴 마을, 스위스 구아르다(Guarda, www.guarda.ch)도 비슷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올 것 같은’이 아니라 ‘나온’ 마을이라는 것이죠. 이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동화책이 있거든요. 그것도 스위스에서 태어났다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 봤을 만큼 잘 알려진 동화책이요.
눈덮인 산 안에 다소곳히 자리하고 있는 구아르다 |
동화책 제목은 ‘쉘렌-우르슬리(Schellen-Ursli)’. 주인공 소년의 이름이 우르슬리입니다. 구아르다가 있는 지역은 스위스 그라우뷘덴 주 엥가딘으로, 숲이 가득한 곳이에요. 마을은 해발 1653m에 외롭게 자리하고 있죠. 눈으로 뒤덮인 겨울은 이들에게 혹독한 시기랍니다. 그래서 3월 첫날 ‘칼란다 마르츠’라는 축제를 열어요. 마을 아이들이 어깨에 종을 메고 마을 곳곳을 돌며 추위를 쫓아내는 축제죠.
하이디? 우르슬리도 있다
동화책 주인공 우르슬리. 건물벽과 표지판 곳곳에서 볼 수 있다. |
동화는 우리의 주인공 우르슬리가 축제에 가져갈 방울을 얻기 위해 도전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추위를 견디며 큰 방울을 찾아 고생하는 우르슬리. 그리고 가슴 졸이며 우르슬리를 기다리는 가족. 방울을 가지고 집에 온 우르슬리와 따뜻하게 맞아주는 가족의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독자들은 마음을 쓸어내리죠. 결론은 해피엔딩. 큰 방울을 가지고 우르슬리가 맨 앞에 서서 행진하고 모두가 축제를 신나게 즐기는거죠.
영화 우르슬리 포스터가 붙어있다. |
스위스 동화작가 알로이스 카리지에가 그림을 그리고 셀리나 쇤츠가 글을 쓴 작품인데요. 이야기도 그림도 단순하고 담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사람들의 사랑을 온 몸에 받고 있는 작품이예요. 2014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요. 같은 시기에 개봉했던 007시리즈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해요. 우리가 스위스의 아이콘으로 생각하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보다 더 사랑받는다고 할 정도랍니다. 우르슬리를 보니 어렴풋이 스위스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비룡소에서 ‘우즐리의 종소리’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어요.
우르슬리의 마을, 구아르다
동화마을 구아르다 가는 길 |
우르슬리의 집이 있는 구아르다는 구석구석 기차가 데려다주는 스위스에서도 버스를 타고 1시간은 들어가야 할 정도로 안쪽에 있답니다. 게다가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차를 타고 빙글빙글 겨울왕국을 올라가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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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픙스러운 건물들이 마을을 가득 채우고 있다. |
한참을 올라가다보면, 이런 곳에 마을이 있을까 싶은 곳에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린 것 같은 마을이 나타납니다.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더군요. 17세기 중반의 모습을 그대로 품고 있었어요. 얼핏 보면 영화세트장 같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한 바퀴 둘러보니, 오래된 것이 주는 아늑함과 우아함에 세트가 아니라 진짜라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건물 벽에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가득 그려져 있다. |
구아르다에는 예술가들이 많다. |
한동안 이 마을은 ‘그냥 오래된’ 마을로 머물러 있었어요. 우리의 시골처럼 살기 힘들어져 동네 사람들이 도시로 나가 마을이 텅텅 비어갔어요. 그런데 어느 날 구아르다의 진가를 알아본 이가 옛집을 리모델링해서 멋지게 만들어 내놓으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어요. 향수를 가진 스위스 사람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구아르다가 인기 여행지로 떠오르게 된 것이죠.
아이들과 함께 가족 여행지로도 인기다. |
‘알레그라’ 인사해요
마을을 산책하다보면 “알레그라(allegra)”라는 인사를 받게 되요. 그러면 “알레그라”라고 답을 합니다. 로망쉬어로 ‘안녕’이라는 인사예요. 스위스는 공식 언어가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쉬어까지 네 가지인데, 구아르다는 스위스 남동부의 소수언어인 로망쉬어를 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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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르다는 집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산 중턱에 자리한 마을이라, 추위를 피하기 위해 벽을 두껍게 만들고 창은 아주 작게 냈더군요. 티벳의 집들과 비슷해 보이더군요. 옛 사람들의 지혜가 느껴졌어요.
앙증맞은 레이스들 |
작은 유리창에 놓인 하얀 레이스는 마음을 통통 튀게 만들어주더군요. 문 장식도 어찌나 섬세한지. 추위도 잊고 한참을 들여다봤어요. 집 하나하나가 골동품이더군요. 무심결에 들여다본 집 안에는 수한 양들이 모여 겨울을 나고 있었고요. 봄이 되면 넘실거리는 초록 위를 돌아다니겠죠? 시간이 켜켜이 쌓인 오래된 마을을 느긋하게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100% 충전되는 기분이었답니다.
양들이 봄을 기다리고 있다.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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