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후 카푸치노 한 잔, 호주 프리맨틀 시장
채지형의 ‘요리조리 시장구경’ No.18
시장은 보물창고다.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 나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그 안에 오롯하다. 이슬람 시장은 그들의 종교가, 아프리카 시장은 그들의 자연이, 중남미 시장은 그들의 문화가 빛난다. 시장을 둘러보는 것은 단순히 무엇인가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여행하는 나라의 문화를 만나기 위해서다. 시장에 가면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귀여운 진저맨 쿠키 |
상상하는 것만으로 발바닥이 간질간질해지는 곳이 있다. 새로운 무엇인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기대감과 생전 처음 보는 물건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곳. 아담하지만 흥미진진한 프리맨틀 시장도 그런 곳 중 하나다.
프리맨틀은 서호주에 있는 아담한 항구도시다. 이곳에서는 프리맨틀을 ‘프리오’(Freo)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애칭을 붙여줄 만큼 서호주 사람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19세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프리맨틀은 건물의 80% 정도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어, 도시 곳곳에서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한 여름에는 서호주의 주도 퍼스를 시원하게 해주는 바다 바람이 이곳에서 날아가는데, 퍼스 사람들은 이 바람을 ‘프리맨틀 닥터’라는 정겨운 이름으로 부른다.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부는 이 바람 덕분에 퍼스 사람들이 여름을 편안하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빨간색의 트램과 앙증맞은 스쿠터, 클래식 자동차들이 어우러진 알록달록한 거리 풍경도 프리맨틀이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프리맨틀이 가진 아기자기한 매력 중에서 최고는 프리맨틀 시장을 어슬렁거리는 즐거움 속에 있다. 시장 역시 도시만큼이나 자그마하지만, 마치 동화책 속에 들어간 것 같은 재미를 안겨준다.
서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각종 원두를 파는 커피가게 |
1897년에 문을 연 프리맨틀 시장은 서호주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시장이다. 1950년대까지는 농산물을 주로 판매하는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이주역사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제품과 활기 넘치는 공연이 펼쳐지는 시장으로 발전했다. 단순히 물건만 파는 시장이 아니라, 주민들끼리 교류하고 예술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처럼 특별한 때가 되면, 각종 이벤트가 마련돼 시장이 축제의 장으로 변신한다.
유서깊은 프리맨틀 시장 건물 |
프리맨틀 시장은 입구도 남다르다. 클래식한 건물 입구 위에 ‘1897’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는데, 그곳이 서호주 사람들과 여행자들을 설레게 하는 프리맨틀 시장이다. 이 건물은 건축가 H. J. 에일즈와 찰스 올드햄이 만든 로마네스크 스타일의 작품으로, 정부로부터 문화유산으로 보호받고 있다.
과일을 비롯한 식재료 뿐만 아니라 이민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 |
시장 입구에 있는 생선가게에는 항구도시라는 것을 이야기해주려는 듯 살아있는 생선들이 팔딱 거린다. 생선가게 총각의 환한 미소를 받고 한걸음 들어가면 호주 향취가 물씬 풍기는 장식품과 예술품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역시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은 부메랑을 파는 숍. 부메랑 안에는 캥거루를 비롯해 다양한 동물과 패턴이 그려져 있다. 직접 부메랑을 디자인한다는 주인장은 부메랑에 그려진 디자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이 호주 사람들에게 어떤 생각을 심어주는 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러더니 묻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자리에 앉더니 부메랑 만드는 시범까지 보여준다. 결국 주인장 카리스마에 반해 지갑을 열고 만다.
각양각색의 부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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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과 허브 제품이 인기
인기만점인 여러 종류의 꿀들 |
프리맨틀 시장에서 가장 자주 눈에 띄는 제품들은 천연 제품과 수제품들이다. 호주하면 역시 꿀. 특히 서호주는 봄이 되면 1만 5000종의 야생화가 피는 곳으로 유명한데, 야생화만큼이나 야생화로 만든 꿀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야생화 종류마다 꿀맛이 조금씩 다르다. 각자 취향에 맞는 꿀을 고를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종류가 많아서 뭘 골라야할 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는 추천해달라고 하는 게 최고다.
꿀은 달콤한 맛도 그만이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혹시 가짜가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붙들어 매 두는 것이 좋다. 호주는 설탕 값이 비싸서 설탕으로 가짜 꿀을 만드는 일은 없단다.
천연 허브로 만든 화장품과 욕실 제품, 미용 제품의 인기도 꿀 못지않다. 한 방울로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아로마와 바르기만 하면 피부가 미끄러진다는 크림은 효과 유무를 떠나서 여행자들을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방부제를 넣지 않고 천연 재료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소량으로만 포장되는 것이 특징이다. 브랜드는 따로 없지만, 그래서 저렴한 장점도 있다. 홍보 마케팅비가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으니까. 가격대비 성능에 있어서 이것만큼 좋은 선물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유기농 과일도 가득 |
소품 DIY용 재료들. 호주에 왔으니 캥거루 모양을 골라보는 것은 어떨까 |
흥미진진한 공연이 가득, 시장이 축제장
다민족들이 모여 있는 만큼 전 세계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대부분 간단한 음식으로 즉석에서 만든 것이 대부분으로, 쇼핑이나 눈요기를 하면서 출출할 때 먹으면 좋다. 또 야채와 과일의 천국이기도 하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살 수 있어, 퍼스나 프리맨틀 시민들은 주말에 이곳에 와서 한꺼번에 구입한다.
캥거루 육포 |
먹거리를 이야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것이 육포. 호주 사람들도 육포를 좋아해 다양한 육포를 판매하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캥거루 육포다. 캥거루 육포의 맛은? 글쎄.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홍콩 비첸향 육포를 생각하면 안 된다. 훨씬 질기고 다른 향도 거의 없다. 한없이 버스나 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 오물조물하기 안성맞춤일 것 같다. 한 가지 안 좋은 점은 먹을 때마다 귀여운 캥거루가 눈앞을 아른거린다는 것. 어쩔 수가 없다.
시장밖에서 펼쳐지는 거리 공연 |
프리맨틀 시장은 시장 안만큼이나 시장 밖에서도 흥미진진한 광경이 펼쳐진다. 헐크처럼 생긴 남자가 테니스 채를 가지고 온갖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그러더니 커다란 중절모를 쓴 사람이 동그란 링에 불을 붙이더니 또 다른 공연을 그려낸다.
프리맨틀 시장은 주말에만 열리는데, 이렇게 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거리 예술가들이 시장 밖을 책임진다. 마치 세상에 이보다 더 재미있는 공연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것처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넋을 놓고 공연을 바라본다. 거리 예술가들의 공연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그 공연에 푹 빠져있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카푸치노 스트립의 커피 한잔은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
시장 안에서는 손을, 시장 밖에서는 눈을 즐겁게 했다면, 이제는 입을 즐겁게 만들 시간이다. 이때는 프리맨틀 시장 앞에는 노천카페로 유명한 ‘카푸치노 스트립’으로 가자. 오죽하면 거리 이름에 ‘카푸치노’가 붙었을까. 맛보다 분위기에 취하는 곳이다. 프리맨틀 시장에서 사냥한 기념품 가득한 가방을 옆에 두고 카푸치노를 마시다보면, 행복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뿌듯함이 커피향과 함께 온 몸에 잔잔하게 퍼진다.
* 프리맨틀 시장은 주말에만 열린다. 금요일은 오전8시~오후8시,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전 8시~오후 9시 문을 연다. 평일에는 문을 닫지만 공휴일에는 오픈한다. 2015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21일 월요일부터 28일 월요일까지 문을 연다.
시장가방을 옆에 두고 커피 한잔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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