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러 떠나는 순천여행
채지형의 여행살롱 32화
갈대의 화려한 군무를 볼 수 있는 순천만습지 |
가을이 되면 떠오르는 곳이 있습니다. 전라남도 순천입니다. 낭만가을을 책임지는 드넓은 갈대밭과 형형색색의 꽃이 만발한 대한민국 대표정원이 있기 때문이죠. 초가지붕 가득한 낙안읍성과 고즈넉한 선암사도 멀지 않고요. 순천(順天)은 ‘하늘의 순리에 따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이름처럼 자연도 사람도 하늘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곳이랍니다. 정신없이 보낸 일상을 돌아보고 마음에 틈을 내기 위해 순천으로 떠났습니다.
‘갈대, 쉼과 비움을 말하다’
순천만습지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커플 |
순천에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순천만습지공원입니다. 드넓은 갈대밭과 광활한 갯벌이 마음에 켜켜이 쌓여있던 때를 씻겨주더군요. 순천만 갈대밭은 약 15만 평. 갈대 군락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갈대밭 사이에 나무 데크가 놓여 있어, 아이도 어른도 함께 걷기 좋습니다. 초록 물결이 넘실거리는 여름도 아름답지만, 역시 금빛 반짝이는 가을이 최고입니다. 눈만 황홀한 것이 아닙니다. 갈대들이 바람과 함께 만들어 내는 사악사악 소리가 가슴속에 스며들더군요.
갈대숲을 따라 걷다보면 용산 전망대에 오르는 길이 나타나고, 갈림길에 ‘다리 아픈 길’과 ‘명상 길’이라는 표지판이 등장합니다. 경사가 급한 길을 ‘다리 아픈 길’이라고 표현한 것이 재미있더군요. 두 길 모두 용산전망대로 향하기 때문에, 어느 길을 선택해도 좋습니다.
갈대가 갯벌에서 동그랗게 군락을 이룬 모습. 다른 군락과 만나 넓은 갈대군락을 만들어낸다 |
순천만은 해가 질 때 장관을 펼쳐 보입니다. 몽글몽글 모여 있는 귀여운 갈대군락지와 빨갛게 변하기 시작한 칠면초, 에스자형 물줄기가 어우러져 천상의 풍경을 연출합니다. 새빨간 해가 산 뒤로 넘어갈 때면 갈대밭도 물도 모두 빨갛게 물들어, 누구라도 자연의 장엄한 공연에 빠져들게 되죠. 순천만 일몰은 언제나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지만, 이번 일몰은 더욱 특별하더군요. 마음에 상처가 있기 때문이었을까요. 저도 모르게 눈가에 물기가 촉촉하게 흘러내리더군요.
용산에서 바라본 일몰 |
일몰을 본 후에는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순천만습지공원 내부에는 조명이 거의 없거든요. 갯벌에 사는 생명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서 조명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요. 아름다운 순천만은 다양한 생물들이 사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를 비롯해서 239종의 새와 300여 종의 갯벌 생물들이 살고 있어요. 흑두루미는 순천의 상징새이기도 한데요. 10월 말부터 순천만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늦가을에 순천만을 찾으면 우아한 흑두루미의 몸짓을 보실 수 있답니다.
갈대의 화려한 군무를 볼 수 있는 순천만습지 |
흑두루미를 위해 뽑은 282개의 전신주
순천만 주변은 논밭 풍경도 시원해,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탁 트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순천만 주변 논밭에는 전신주가 곳곳에 박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아, 이유를 물었습니다. 철새 보호를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다시 물었죠, 철새와 전신주가 무슨 상관이냐고요. 옛날에는 철새들이 전신주에 부딪혀 상처를 입곤 했다고 합니다. 논에서 먹이를 먹다가 사람이 나타나면 피하려다 부딪혔던 거죠. 그래서 순천시에서 철새 보호를 위해 282개 전신주를 지하에 묻는 작업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 이후 이곳을 찾는 철새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흑두루미도 2008년에는 100여 마리가 순천만을 찾았는데, 지난해에는 10배가 넘는 1,000여 마리가 넘게 왔대요. 새들도 순천사람들의 정성을 알았나 봐요. 새삼스레, 마음과 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되었답니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순천의 자연을 형상화한 호수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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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는 순천만 생태 보호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순천의 대표 여행지로 자리 잡은 순천만국가 정원도 애초에는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해 기획된 것입니다. 순천만에 관광객이 너무 많이 찾아서, 완충지대로 순천 도심과 순천만 사이에 정원을 만들었던 것이죠. 2013년 정원박람회가 인기를 얻은 이후, 지금은 순천 곳곳에 ‘순천, 정원이 도시’라는 팻말 붙어있을 정도로 순천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홍학이 놀고 있는 순천만국가정원 |
순천만국가정원에서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꽃들 |
순천만국가정원은 순천만의 멋진 갈대숲과 도심 사이에 5km에 걸쳐 조성되어 있어요. 축구장 100개를 붙여놓은 정도의 넓이에, 나무 83만 그루와 꽃 346만 포기가 심겨 있습니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태국 등 각 나라별 정원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고요. 가을이라 코스모스와 국화를 비롯한 여러 가을꽃들이 만개해 있더군요.
동편과 서편을 이어주는 꿈의 다리 |
순천만 국가정원은 동천을 가운데 두고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양쪽을 ‘꿈의 다리’가 연결하고 있죠. 꿈의 다리는 컨테이너 30여 개를 이용해 만든 다리인데요. 세계 16개국, 14만여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모아놓아, 다리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자 미술관 같더라고요.
새벽에 만나는 ‘나만의 정원’
호수정원 가운데 자리한 봉화언덕 |
봉화언덕에 오르기 위해 다리를 건너고 있는 사람들 |
중심이 되는 곳은 순천호수정원입니다. 호수정원은 순천의 지형을 축소해 표현한 곳으로, 6개의 언덕이 있어요. 호수정원 중심에는 높이 16m의 봉화언덕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정원의 전경이 시원하게 들어온답니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파란 하늘 아래에서 가을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이들이 더없이 평화롭게 다가오더라고요.
제가 갔을 때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2016순천만국가정원산업디자인전이 열리고 있었어요. 정원과 산업, 문화, 디자인이 만나는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평이라는 작은 공간에 개성 넘치는 정원을 만들어 놓은 한평정원 페스티벌도 10월 30일까지 펼쳐지고 있답니다.
고즈넉한 순천만국가정원 아침산책 |
마지막으로 정원을 즐기는 저만의 팁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새벽에 가는 겁니다. 아침 6시에 문을 열 거든요. 심지어 6시부터 7시 30분까지는 무료로 정원을 즐기실 수 있어요. 아무도 없는 고즈넉한 정원을 걷다보면, 몸도 마음도 투명해지더라고요. 낮에는 친구들과 예쁜 꽃을 찾아다니며 정원을 즐기고 새벽에는 느리게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잊지 못할 가을 여행 한 페이지를 만드실 수 있을 겁니다.
여행 정보
* 11월 4일부터 6일까지는 제18회 순천만 갈대축제도 열려요. 흑두루미 사진전과 흑두루미 소원 등 전시처럼 흑두루미와 관련된 행사도 마련되고요. ‘무진기행’의 김승옥 작가와 함께 해설이 있는 문학기행도 펼쳐집니다. 갈대숲 미로 산책, 순천만 보물찾기와 같은 갈대를 이용한 체험도 열린답니다.
* 순천만 국가정원의 입장권 가격은 성인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이에요. 입장권 하나로 순천만습지공원과 순천만국가정원 모두 보실 수 있으니, 꼭 챙기셔야 합니다.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순천만습지공원까지는 스카이큐브라는 모노레일도 운행하고 있답니다. 모노레일을 타보는 것도 특별한 재미를 안겨줄 거예요. 스카이큐브 가격은 대인 편도 6,000원, 왕복 8,000원.
순천만습지공원 웹사이트 : http://www.suncheonbay.go.kr
순천만국가공원 웹사이트 : http://www.scgarden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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