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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에 열광하는 이유

채지형의 여행살롱 33화

무민에 열광하는 이유

“이곳에서는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내일 일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요.

가끔씩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일이 일어나곤 했지만 아무도 마음에 두지 않았어요.

이거야말로 정말 즐거운 일 아니겠어요?”

- 토베 얀손의 ‘즐거운 무민 가족’ 중에서

혹시 무민을 보신 적 있나요? 자일리톨껌 통에 붙은 무민을 보셨다고요? 아, 일본에서 무민 카페에도 들르셨군요. 무민 인형도 가지고 계신다고요? 의외로 무민이 우리에게 가까이 있었군요!


먼저 고백하자면, 저는 캐릭터 마니아예요. 철을 빼놓고 나이만 들었지만, 어쩌겠어요. 귀여운 아이들이 좋은걸요. 캐릭터 중에서도 몇 가지 열광하는 캐릭터가 있어요. 그중 하나가 무민이에요. 맞아요. 하얗고 커다란 그 친구요. 무민을 만나러 핀란드에 다녀왔어요. 핀란드에 있다는 무민 월드(Moomin World)가 무척 궁금했거든요. 저와 함께 무민을 찾아 떠나보실까요?

개성을 존중하는 평화주의자, 무민

무민에 열광하는 이유

토베 얀손의 무민 시리즈

무민이라고 하면 캐릭터 인형이나 애니메이션을 먼저 떠올리시겠지만, 무민이 처음 등장한 것은 동화책이에요.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이 쓰고 그린 <무민 가족과 대홍수(The Moomins and the Great Flood)>의 주인공이죠. 토베 얀손이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 1945년. 무려 71년 전이니, 무민의 나이도 71세. 생각보다 많아서 놀라셨죠?

 

토베 얀손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자랐다고 해요. 그녀는 무민과 무민마마, 무민파파, 모험가 스너프킨, 빨간 머리 리틀 미를 통해서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그려냈죠. ‘즐거운 무민 가족’ 시리즈로 어린이문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았어요. 1970년 무민 동화의 마지막 편인 <무민 골짜기의 11월>이 나올 무렵, 무민은 핀란드뿐만 아니라 유럽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캐릭터가 되었죠. 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그 인기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동화책은 세계 60여 개국 이상 언어로 번역 및 출간돼 수천만 권이 판매되었답니다.

무민에 열광하는 이유

무민과 함께 행복해하는 아이들

이쯤 해서 질문 하나. 무민은 어떤 동물일까요? 많은 분들이 하마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사실은 트롤이에요. 북유럽 전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괴물이 토베 얀손의 손을 통해 귀여운 아이콘으로 새롭게 태어난 거죠.

알록달록 무민 가족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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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이 사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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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연중

무민 월드(www.moominworld.fi)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2시간 30분 거리에 있었어요. 헬싱키 중앙역에서 투르쿠까지 2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간 후, 20여 분 차를 타고 난탈리라는 도시에 들어갔죠. 난탈리는 핀란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휴양지예요. 주변에 수백 개의 섬이 점점이 박혀 있죠. 무민 월드도 수많은 섬 중 하나에 자리하고 있었어요. 이름은 카일로(Kailo)섬. 마치 춘천 남이섬에 남이나라가 있는 것처럼, 카일로섬에는 무민 월드가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 놓고 있더군요.

 

섬이긴 하지만 배를 꼭 탈 필요는 없어요. 데크가 놓여있어서 걸어 들어갈 수 있거든요. 무민 월드에 가던 날. 하늘이 유난히도 맑고 경쾌했어요. 꼬마들은 흥겨움을 어찌할 바 몰라하며 씩씩하게 입구로 걸어갔어요. “무민, 무민” 힘차게 외치는 아이들이 어찌나 귀엽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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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월드인 카일로섬에 들어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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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도 알록달록

무민 월드는 동화책을 보며 상상하던 무민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어요. 빨간색 지붕의 무민 집이며 침실이며, 무민파파의 까만색 모자에 노란색 감옥까지 만들어 놓았더라고요. 무민과 스너프킨, 리틀 미 옷을 입은 인형들을 보고 아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더군요. 조금이라도 빨리 무민을 안고 싶은 마음에 팔은 이미 앞으로 나와 있었고요. 그런데 애들뿐만이 아니었어요. 부모들도 아이들 못지않게 신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지금은 어른이지만 부모들도 어린 시절 무민을 보고 자랐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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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이 어떻게 사는지, 집 안으로 들어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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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가족사진과 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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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무민파파의 모자를 써보자" / "엄마 하나도 안보여요"

핀란드는 ‘무민의 나라’

무민에 열광하는 이유

핀란드 햄버거 가게 앞의 무민캐릭터. 핀란드 곳곳에서 무민을 만날 수 있다

제가 무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무민의 개성 넘치는 성격 때문이에요. 평화를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지만, 때론 무척 엉뚱하거든요. 무민 동화도 그래요. 마냥 아름답기만 한 왕자님과 공주님 이야기가 아니에요. 갈등도 많고 어두운 이야기도 등장해, 여러 생각에 잠기게 한답니다.

 

참, 핀란드 사람들의 무민 사랑에 대해서도 말씀드려야겠군요. 핀란드는 ‘무민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핀란드 사람들의 무민에 대한 애정은 깊고도 넓답니다. 핀란드 국민들의 추앙을 받는 정치인 타르야 할로넨을 ‘무민마마’라고 부를 정도니까요.

 

슈퍼마켓에 가면 무민 과자와 샴푸가, 우체국에서는 무민 캐릭터 엽서와 우표 세트가 있죠. 면세점도 마찬가지예요. 무민이 그려진 커피와 자일리톨껌은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념품이죠. 핀란드 집에 가면 적어도 하나 이상은 무민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이 있다고 하고요. 핀란드를 떠날 때쯤 핀란드 사람들에게 무민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들의 정서가 담긴 아이콘이라고나 할까요.

 

함께 간 친구 핀란드 친구 사리에게 물어봤어요. 핀란드 사람들은 왜 그렇게 무민을 좋아하냐고요. 다른 이유도 있지만, 무민의 성격이 핀란드 사람들하고 닮아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해주더군요. 그 말을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조금 무뚝뚝해 보이기도 하지만, 다정하고 용기가 넘치는 면이 비슷한 것 같았어요. 무민은 또 햇빛을 귀하게 여기고 재미를 추구하는데, 이것도 공통점이 있어 보이고요. 

 

무민 월드에서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낸 후, 바닷가 근처로 나가봤어요. 가족들이 곳곳에서 자리를 깔고 숲과 바다를 만끽하고 있더군요. 그 안에 있으니 저도 무민이 된 것 같은 행복한 마음이 들더군요. 무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동화책이 저를 부르네요. 책장 안쪽에 쌓아둔 무민 골짜기의 친구들을 다시 꺼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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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마구 달려서 무민에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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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안아야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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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넓지 않지만 바다에 둘러싸여 있어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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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jih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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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
소개글
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