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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으로 떠나는 특별한 홋카이도 여행

채지형의 여행살롱 46화

동물원으로 떠나는 특별한 홋카이도 여

아사히야마동물원 입구에 있는 동물원 표지판

며칠 전 친구에게 연락이 왔어요. 올겨울에는 홋카이도 여행을 꼭 하겠다고요. 잘 생각했다고 맞장구를 쳤죠.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어요. “아사히야마 동물원에는 꼭 가 봐야 해”라고요. 홋카이도의 환상 설국만을 기대했던 친구. 동물원 이야기는 금시초문이었나 봐요. “동물원이라고? 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아프리카가 아니라 홋카이도야” 놀라며 묻더군요. 게다가 동물 좋아할 나이는 지났고, 혼자 가는 여행이라면서요. 고개를 끄덕이며 잘 알고 있다고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치면 아까운 곳이라는 이야기도 함께요.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뒤뚱뒤뚱 펭귄 산책

아사히야마(旭山) 동물원은 아사히카와에 자리하고 있어요. 아사히카와는 삿포로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홋카이도의 대표 도시 중 하나랍니다. 일본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하고 있는 동물원인데요. 이곳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펭귄들의 산책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오전 11시와 오후 2시 30분, 두 차례 한 무리의 펭귄들이 30~40분 정도 산책한답니다.

 

펭귄 산책이 시작되는 오후 2시 반. 오전 11시쯤 동물원 입구에 들어설 때만 해도 무척 한산했는데, 어디에 숨어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모여들더군요. 펭귄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긴 띠를 이룰 정도로 길게 이어져 있었어요. 추운 날씨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손을 호호 불며 펭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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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관람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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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게 산책하고 있는 아사히야마동물원의 펭귄들

관객들의 기다림에 화답이라도 하듯, 2시 30분이 좀 넘으니 펭귄들이 문 앞에 모여서더군요. 마치 런웨이의 캣워크를 기다리는 모델들 같았어요. 굳게 닫혀 있던 문이 활짝 열리더니 펭귄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뒤뚱뒤뚱 한 걸음씩 내디디는 폼이 어찌나 귀엽던지요. 하늘을 향해 부리를 쳐들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전투에 이기고 돌아온 개선장군 같기도 했어요. 하얀 배와 까만 날개, 그리고 포인트를 주는 노란색 가슴은 펭귄의 색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더라고요.

동물원으로 떠나는 특별한 홋카이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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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게 산책하고 있는 아사히야마동물원의 펭귄들

눈을 맞으며 우아하게 걷는 펭귄이 있는가 하면, 대열에서 이탈해 혼자 고독을 씹는 펭귄도 있고 헤엄치며 앞으로 가는 펭귄, 느리게 걷는 친구들과 보조를 맞추는 펭귄, 눈 속 어딘가에 배설물로 흔적을 남기는 펭귄까지 수많은 펭귄이 각자 원하는 스타일로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펭귄들의 산책이 얼마나 중독성이 강한지. 추위도 잊은 채 펭귄들의 발걸음을 따라다녔답니다.

행복한 동물들이 사는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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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모양으로 만들어진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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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펭귄 산책이 관람객을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줄 알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분명한 목적이 있더군요. 펭귄들의 성인병 예방을 위한 것이었어요. 겨울이 되면 펭귄들이 운동량이 부족해져서, 일부러 산책을 시키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동물을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을 연구하고, 자연스러운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요.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이 편안해야 관람객들도 ‘행복한 동물’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동물원을 둘러보니 이런 멋진 발상은 아사히야마 동물원 전체에 깔렸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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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북극곰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1967년 문을 열었는데, 1990년대 중반 관람객이 줄어들어 문을 닫을 위기까지 갔다고 해요. 그러나 동물을 보여주는 전시 방식에 혁신을 시도함으로써 인기 있는 동물원으로 거듭나게 되었답니다. ‘기적의 동물원’이라는 별명을 가진, 명실상부한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꼽히고 있고요. 올해가 2017년이니 벌써 50주년이 되었군요.

 

펭귄 산책에 이어 펭귄들이 사는 펭귄 관에 가니 동물원의 생각을 좀 더 분명히 알 수 있겠더군요. 남극 바다에서처럼 펭귄이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게 수족관을 꾸며놓았더라고요. 수족관도 평면이 아니라 터널처럼 생겼고요. 그곳에서는 물속을 날아다니는 펭귄을 만날 수 있었답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에는 펭귄만 있는 게 아닙니다. 거대한 북극곰도 있죠. 육중한 몸을 날렵하게 움직이는 폼에 저도 모르게 눈을 똥그래지더군요. 북극곰과 가까운 곳에는 눈빛을 반짝이는 늑대가 살고 있었어요. 늑대관 또한 땅 아래에 투명 터널을 만들어 늑대를 어느 곳에서보다 가깝게 볼 수 있게 돼 있었답니다. 낭떠러지를 오가는 염소를 위해서 절벽도 만들어져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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늠름함을 뽐내고 있는 북극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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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야마동물원은 동물들이 원래 모습을 간직하며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애쓰고 있다. 아사히야마동물원에 사는 동물들

펭귄만큼이나 사랑스러운 동물은 레서판다였어요. 픽사의 인기 애니메이션 ‘쿵푸팬더’의 주인공인 푸의 사부가 레서판다죠. 다람쥐처럼 나무를 타다 갑자기 앞에 나와 두 발로 서서 ‘너, 누구니?’ 하는 표정을 짓는 레서판다.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만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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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직한 래서팬더

이 외에도 아사히야마 동물원에는 수많은 동물이 각자 개성을 뽐내며 살고 있었답니다. 모두 행복 바이러스를 풍풍 뿜어내는 마력을 지니고 있어, 새로운 동물을 만날 때마다 동물이 아니라 친구를 마주한 느낌이 들더군요.

 

행복을 안겨주는 동물원이라니, 큰 배움을 얻고 동물원을 나섰습니다. 누군가의 처지에 서서 생각하는 배려와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창조의 힘이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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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야마동물원 기념품숍에서 판매하는 동물인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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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jih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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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
소개글
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