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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식재료 탐험, 피지의 난디 마켓

채지형의 ‘요리조리 시장구경’ No.2

시장은 보물창고다.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 나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그 안에 오롯하다. 이슬람 시장은 그들의 종교가, 아프리카 시장은 그들의 자연이, 중남미 시장은 그들의 문화가 빛난다. 시장을 둘러보는 것은 단순히 무엇인가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여행하는 나라의 문화를 만나기 위해서다. 시장에 가면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독특한 식재료 탐험, 피지의 난디 마

피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바다 풍경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야자수와 넘실거리는 파도가 생각나는 피지. 두 번째 시장여행의 목적지는 남태평양의 섬, 피지에 있는 난디 마켓이다. 피지라고 하면 호사스러운 리조트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리조트에서 볼 수 없는 ‘진짜 피지’가 시장에 있다. 컬러풀한 옷을 입고 반짝거리는 야채를 파는 피지사람들부터 생전 처음 보는 식재료들까지. 시장은 그리 크지 않지만 사람들의 미소와 신기한 채소들을 구경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독특한 식재료 탐험, 피지의 난디 마

피지 시장을 구경하기 전에 피지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자. 지도를 펼쳐보면, 남태평양에 점점히 박혀있는 섬들을 볼 수 있다. 피지에 있는 섬은 333개. 이중 사람이 사는 섬은 100여개뿐이다. 난디(Nadi)는 피지에서 가장 큰 섬 비티 레부(Viti Levu)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피지의 수도는 남동쪽에 있는 수바지만, 난디를 수도로 착각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난디에 국제공항이 있어, 피지 여행의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지 여행자 중에는 수바에 발을 디뎌보지 못한 이들이 많다.

난디는 수도인 수바와 사탕수수의 도시 라우토카에 이어 피지의 세 번째 도시다. 그렇다고 크진 않다. 난디 다운타운은 읍내를 상상하면 될 정도로, 소박하다. 1km 정도 이어진 길을 사이에 두고 은행과 병원, 상업시설들이 모여 있다. 피지언 친구가 뭔가 일을 보러 나간다면, 난디 다운타운으로 가는 길이 십중팔구다. 당연히 난디 마켓도 다운타운 안에 자리하고 있다.

피지언들의 주식, 카사바와 달로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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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디 다운타운에 자리하고 있는 난디 마켓. 몇 해전 리노베이션을 해서 외관이 깔끔하다

난디 마켓은 피지언의 부엌이다. 그들의 테이블을 책임지는 과일과 채소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다른 재래시장에서 보던 옷이나 모자 같은 것은 없었다. 오로지 먹을 수 있는 것들만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시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식재료는 카사바와 달로였다. 생전 처음 본 식재료라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는데, 이 두 가지의 구근식물이 피지언들에게는 쌀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듣고 호기심이 더해졌다.

피지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식이라 그런지, 유독 카사바를 파는 곳이 많았다. 고구마과에 속하는 카사바(Cassava)는 생긴 것도 고구마처럼 생겼다. 맛은 우리네 고구마보다 덜 달고 조금 퍽퍽하다. 쪄 먹기도 하고 빻아서 다른 과일과 함께 요리하기도 한다. 카사바는 다른 작물에 비해, 열량이 높아 조금만 먹어도 힘이 난다고 한다. 피지 사람들의 기골이 장대한 이유 중 하나가 카사바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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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피지언의 쌀, 카사바를 팔고 있다 (우) 둥글둥글 귀여운 모양의 달로

피지사람들은 카사바를 밥으로 먹기도 하지만, 감자 대신 이용하기도 한다. 피지에서는 스테이크 옆에는 웨지감자 대신 카사바가 있고, 해산물 요리 옆에도 카사바가 곁들여 있다. 피지에서 음식을 먹다가 ‘피지 감자는 맛이 좀 다르네’라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분명 감자가 아닌 카사바일 확률이 높다.
 

카사바와 함께 피지를 대표하는 식재료는 달로(Dalo)다. 달로는 토란과에 속하는 구근식물로 동글동글 귀엽게 생겼다. 달로는 섬유질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피지언들은 달로를 주로 익혀서 먹는다. 천연기름의 원료로도 사용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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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짝반짝한 피지 마켓의 과일과 야채들

시장 곳곳에는 카사바와 달로 외에도 호박과 가지, 오이, 바나나, 파인애플 등 여러 과일과 야채가 가격표 아래 사이좋게 모여 있었다. 우리네 시장에서 보던 것과 달리 오이와 생강, 바나나는 유난히 컸다. 특히 바나나는 새파랗기까지 해서 어떻게 먹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굽거나 튀겨 먹는 용도의 바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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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굽거나 튀겨먹는 용도의 바나나 (우) 오이도 통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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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만난 인도의 향기

피지 시장에서 발견한 재미 중 하나는 향신료였다. 남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에서 인도 여행에서 보던 향신료를 만났으니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자그마한 시장 안에 인도 식재료를 파는 곳이 한 두 집이 아니었다. 식재료뿐만이 아니었다. 향신료를 파는 이들은 피지 원주민이 아니라 전형적인 인도 사람이었다. 사리를 입고 이마 가운데에는 작은 점 빈디를 찍은 여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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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시장에서 발견한 인도의 향기

물음표를 던지자, 시장을 안내해주던 친구는 피지 인구의 49%가 인도 사람이라고 설명해줬다. 1874년 피지가 영국에 합병되었는데 그때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기 위해 수많은 인도인이 피지에 들어온 것이 시작이었다. 인도사람들은 살기 좋은 피지에 뿌리를 내렸고, 지금은 피지를 이야기할 때 인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역사를 이해하고 시장을 둘러보니, 인도 식재료가 많은 것도 인도 상인이 많은 것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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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부모님을 따라 시장에 나온 인도계 어린이 (우) 다운타운 남쪽 끝에 있는 힌두사원, 스리시바 수브라마니야 스와미 템플 (Sri Siva Subramaniya Swami Temple)

카바를 함께 마시면 ‘친구’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한약재가 가득한 경동시장이 떠올랐다. 크고 작은 뿌리들이 곳곳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지의 전통음료 카바(Cava)의 원료인 후추나무 뿌리였다. 이 뿌리를 가루로 만들어 타노아(Tanoa)라는 그릇에 넣고 즙을 짜면, 카바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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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의 전통음료, 카바를 만드는 뿌리들

카바는 피지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중요한 음료다. 카바를 나누어 마시는 것은 ‘친구가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피지에서는 손님을 맞이할 때 ‘카바 세리모니’를 준비한다. 카바를 만들어 빌로(Bilo)라는 코코넛 껍질로 만든 컵에 담아 손님에게 건네면, 손님은 손뼉을 치고 ‘불라(Bula, 안녕)'라고 외친 후 카바를 한 번에 마셔야한다. 맛은 쌉싸름 하고 마시고 나면 혀가 얼얼하다. 카바를 마신 후 손뼉을 세 번 치고 ‘비나카(Vinaka, 고맙습니다)’라고 외치면 환영 의식이 끝이 난다. 숙소에서 카바 세리모니를 볼 때만 해도 카바가 관광객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카바는 지금도 피지언들에게 꼭 필요한 중요한 음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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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라(안녕)'이라고 말하면, 환한 웃음과 함께 '불라, 불라'로 돌려주는 넉넉한 피지사람

카사바와 달로를 통해 본 피지의 독특한 식재료부터 시장 안에 가득한 향신료로 알게 된 피지의 역사, 카바로 엿본 피지의 전통까지 자그마한 난디 재래시장 안에 피지의 문화가 가득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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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의 행복. 1피지달러는 우리 돈으로 약 550원

간단 Q&A


*  Nadi를 ‘난디’라고 읽는 이유

피지어는 문자가 없어 알파벳을 이용한다. 대부분은 그대로 읽으면 되는데, 5가지 예외가 있다. b는 mb, c는 th, d는 nd, g는 ng, q는 ng로 발음한다. 그래서 'nadi'에 ‘d'가 있어서, 나디가 아니라 난디라고 발음한다.  
 

* 피지에서는 뭘 사야할까요?

피지여행의 기념품은 난디 마켓 대신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이나 기념품 전문점을 찾는 것이 낫다.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 천연 원료로 만든 화장품 ‘퓨어피지’. 미스트와 오일, 바디로션이 특히 유명하다. 피지 문화를 담은 기념품을 찾는다면, 피지의 전통 예술품인 마시(Masi)나 카바 세리모니에 사용하는 타노아, 빌로를 추천한다. 술루(Sulu)라는 피지 전통의상도 있다. 술루는 치마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술루를 입는 것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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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피지의 전통예술, 마시 (우) 카바 세리모니 기념품, 타노아와 빌로

여행정보

가는 길 : 대한항공이 난디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약 9시간 40분 걸린다. 

시차 : 한국보다 3시간 빠르다. 

비자 : 4개월까지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다. 

환율 : 1피지달러가 약 550원(2015년 8월 초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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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jihyung
채널명
채지형
소개글
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