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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운 시장, 베트남 박하시장

채지형의 ‘요리조리 시장구경’ No.4

시장은 보물창고다.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 나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그 안에 오롯하다. 이슬람 시장은 그들의 종교가, 아프리카 시장은 그들의 자연이, 중남미 시장은 그들의 문화가 빛난다. 시장을 둘러보는 것은 단순히 무엇인가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여행하는 나라의 문화를 만나기 위해서다. 시장에 가면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박하시장은 꽃이다. 베트남 북쪽에 사는 흐몽족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요일 오전. 여인들의 화려한 의상 덕분에 산골 시장은 꽃밭으로 변한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시장이 있을까나. 박하 시장에 닿기 위해 서울에서 하노이까지 4시간 비행기를 타고 하노이에서 북부 라오까이(Lao Cai) 역까지 10시간의 밤기차를, 그리고 라오까이 역에서 산길을 따라 미니버스를 1시간 타고 들어가야 했다. 호랑이가 담배 물고 나타날 것 같은 시골에 이렇게 아름다운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니, 박하 시장은 한순간도 눈길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꽃보다 아름다운 시장, 베트남 박하시

꽃보다 아름다운 흐멍족 여인들

베트남은 우리에게 친숙한 나라다. 쌀국수와 아오자이, 렁. 베트남을 생각하면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하(Bac Ha)는 생소하다. 남북 길이가 1650km나 되는 베트남 지도의 머리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으니,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도 무리도 아니다. 


이곳을 잘 아는 이들은 여행자들이다. 여행자들 사이에서 베트남 북부는 ‘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불린다. 그곳에서도 박하는 꼭 한번 가봐야 하는 시장으로 유명하다. 베트남 북부에는 험준한 산이 많다. 그 산 속에는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계단식 논이 있고, 베트남의 여러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소수민족들의 소박한 삶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도 베트남 북부다. 프랑스 식민시대 베트남 게릴라들이 활동하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휴양지 중 하나로 꼽힌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지난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베트남 북쪽으로 떠나기 위해 배낭을 챙긴다.

 

박하 시장으로 향하던 날. 거세게 내린 비로 도로가 부서졌다. 밤기차에서 뒤척이느라 피곤한데다 밀려드는 습기로 온 몸은 물 먹은 스폰지처럼 무거웠다. 아침 일찍 시작하는 시장을 보려면 서둘러 가야하는데 부서진 도로는 좀처럼 고쳐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컨디션 난조에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다니. 그러나 툴툴거린다고 상황이 달라지진 않는다. 옆에 앉은 베트남 아저씨와 사탕을 나눠먹으며, 급해지는 마음을 다잡았다. 못 보면 다시 와야지 뭐, 이런 일이 한두 번이던가. 다행히 도로는 1시간 30분 만에 고쳐졌고 늦지 않게 시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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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내려다 본 박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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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시장풍경

드디어 박하 시장. 시장에서 파는 물건보다 물건을 파는 사람에 눈길을 더 눈길이 가기는 처음이었다. 분홍과 파랑, 초록, 오렌지색이 패턴이 반짝이는 전통의상이 눈앞을 아른거렸다. 멋쟁이 흐멍족 여인들이 시장에 가득했다. 귀걸이와 목걸이로 꽃단장하느라 장신구도 한 아름 걸쳤다. 여기에 풍성하게 펼쳐지는 주름치마는 압권이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무거운 옷들을 어떻게 입고 있는지 신기했다. 시장에 오기 전에는 이들이 관광객들을 위해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것은 오만한 착각이었다. 흐멍족 여인들은 자신의 전통을 따르며 살고 있는 것 뿐이었다. 그녀들은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닭을 팔고 소를 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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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화려한 옷을 입은 흐멍족 여인들

옷은 화려하게 입고 있지만 그녀들이 시장에서 파는 물건들은 소박하다.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같은 식재료부터 닭과 소, 꽃단장에 필요한 각종 장신구와 옷가지까지 그들의 삶에 중요한 물건들이다.


시장에서 인기 있는 것 중 하나는 사탕수수. 기다란 사탕수수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면서 씹어 먹는다. 한 입 베면 달달한 물이 나와 행복한 기분을 퍼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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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것 없이 다 파는 박하시장


우시장에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물소, 이름도 알 수 없는 산나물, 커다란 도마에 올려 있는 고기들, 청소에 필요한 빗자루를 찬찬히 뜯어보며, 흐멍족 사람들의 생활을 상상해본다.


박하시장에서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사람구경. 엄마 손을 붙잡고 나온 귀여운 아이들부터 옥신각신 물건 값을 흥정하는 여인들, 심각한 표정으로 꼼꼼히 물건을 살피는 사람들, 오랜만에 만나 한바탕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즐거워하는 이들까지, 누구 하나 같은 얼굴을 하는 이가 없었다. 박하 시장에서는 애가 애를 업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보게 되는데, 흐멍족 여인들은 17살 정도가 되면 결혼을 하기 때문이란다. 애를 들춰 업고 힘겹게 시장을 보는 젊은 엄마를 보니, 측은한 마음과 존경심이 함께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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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시장에 나온 어린 엄마들

시장의 또 다른 재미는 역시 먹거리. 베트남의 대표음식인 쌀국수를 비롯해서 볶음국수와 순대, 내장탕 등 메뉴도 각양각색이다. 시장에서 먹는 음식이 그렇듯, 거칠지만 맛은 그만이다. 쌀국수의 따끈한 국물은 오래 끓인 육수 맛이 제대로 들어 있었다. 그 위에 숙주와 고기를 얹고, 소스를 뿌려 먹으니 몸이 확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쌀국수를 비우고 주변을 둘러보니, 옆에서는 아이에게 젖을 물린 베트남 여인이 국수를 먹고 있고 저쪽에서는 남자들이 한바탕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소라도 한 마리 판 듯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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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재미 중 하나는 먹거리. 쌀국수와 주전부리가 인기

시장 한쪽에서는 신중을 기해 가위를 놀리는 이발사도 있었다. 칸막이도 없이 거울과 의자 하나, 테이블 하나가 이발소의 전부다. 배경음악은 간간히 울리는 닭 울음 소리와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음. 그러든 말든, 박하시장의 이발소는 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할 정도로 인기였다.


박하시장에는 이발사뿐만 아니라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있었다. 꽃처럼 아름다운 흐멍족 여인들을 화장으로 더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아저씨는 이곳저곳에 화장품을 꼼꼼히 발라주고 있었다. 흐멍족 여인들이 화장을 하는 이유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두려움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변신의 현장을 바라보는 어린 흐멍족 여인들. 풋풋한 그녀들의 표정에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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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을 거쳐 변신하고 있는 흐멍족 여인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제대로 된 꽃들의 향연을 볼 수 있었다. 흐멍족 여인들의 알록달록한 옷을 파는 노점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방인의 눈에는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지만, 흐멍족 여인들에게는 달라 보이는지, 어떤 아가씨는 마음에 맞는 옷을 찾기 위해 몇 바퀴를 돌고 있었다. 양해를 구하고 치마를 파는 노점에 앉아, 옷을 고르는 것을 도와줬다. 이상한 모자를 쓴 외국인이 옷가게에 앉아 훈수를 두는 것이 재미있었는지, 주변에 있던 흐멍족 여인들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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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패턴이 아름다운 흐멍족 여인들의 옷과 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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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히 살피는 흐멍족 여인들


오후 1시가 가까워지자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흐멍족이 사는 곳은 박하시장에서 걸어서 3~4시간 떨어진 곳. 해가 떨어지기 전에 집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움직여야하기 때문이다.


집으로 가는 흐멍족 사람들과 함께 박하시장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손에는 흐멍족의 알록달록한 전통치마가 몇 벌 들려있었다. 반나절의 시간을 돌아보니, 시장 구경을 한 것이 아니라 마을 축제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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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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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
소개글
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