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바다 위를 살랑살랑 중국 황산 여행
채지형의 여행살롱 34화
산 너머 산 |
이래도 되나 싶더군요. 다른 세상으로 진입하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세상으로 옮겨준 것은 타임머신이 아니라 케이블카였는데요. 감탄사 몇 번 던지고 나니, 이미 신선들의 세계에 들어와 있더라고요. 어디냐고요? 화가들이 붓을 놓고 시인들이 말을 잃는다는 중국 황산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구름바다 위로 뾰족 올라온 봉우리가 어찌나 신비스럽던지요. 사진으로 익히 보아 온 풍경이라 감동이 덜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기우였습니다. 시시각각 바뀌는 구름과 황산의 모습은 절로 고개를 숙여지게 하더라고요. 황산은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지,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지 여실히 깨닫게 해주더군요.
처음에는 웅장하게만 다가오던 구름이 찬찬히 보니 몽실몽실 솜사탕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황산을 걸으며 세상만사 고민을 하나씩 던져 보았습니다. 그렇게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황산을 찾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더군요.
산수화 속을 걷다
푸른 소나무와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황산의 풍경 |
황산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중국 최고의 명산으로 중국 안휘성 남동부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중국인들이 죽기 전에 꼭 가고 싶어 하는 여행지죠. 중국의 10대 명승지에 들어있는 유일한 산이기도 하며 1990년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등록돼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황산이 갖는 의미는 자연의 아름다움 그 이상입니다. 황산은 중국 문명을 낳은 황하강, 중국에서 가장 긴 강인 양자강, 그리고 만리장성과 함께 중국의 4대 얼굴 중 하나로 꼽힙니다.
황산에 오르니, 아침에 비가 와서인지 공기 가득 물기가 묻어 있었습니다. 온 산은 촉촉했고요. 그래서인지 산꼭대기를 휘감은 구름은 산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더군요. 황산이 특별한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그 중에서도 기기묘묘한 소나무와 바다 같은 구름, 특이하게 생긴 바위가 유명한데요.
제 눈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것은 역시 기기묘묘한 황산의 바위와 봉우리였어요. 황산에는 수만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그 중 1,600m 이상의 봉우리가 72개나 된답니다. 다른 산과 비교할 수 없는 웅장함이 압도적이죠. 황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해발 1,864m의 연화봉(莲花峰)인데요. 하늘을 향해 핀 연꽃처럼 생겼다 해서 연화봉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기기묘묘한 황산의 바위들
높지만 평평해 많은 이들이 찾는 광명정 |
72개 봉우리 중에서 대표적인 3개 봉우리가 있는데요. 가장 높은 봉우리인 연화봉과 함께 가장 평평한 봉우리인 해발 1,860m의 광명정(光明顶), 가장 험하다는 해발 1,810m의 천도봉(天都峰)을 꼽습니다. 광명정에는 기상청이 서 있고, 신선이 모여 살던 곳이라는 천도봉 주변에는 천연석실이 있어요. 이 세 개의 봉우리 주변은 황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죠. 그래서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답니다.
손오공이 먹다가 던진 복숭아가 떨어져서 생겼다는 비래석 |
이곳에서 인기 있는 바위 중 하나는 비래석(飞来石)이라는 바위인데요. 손오공이 먹다가 던진 복숭아가 떨어져서 생겼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어요. 높이는 7.5m, 너비는 2m 정도인데, 보는 자리에 따라서 복숭아처럼 보이기도 하고 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설악산의 흔들바위가 생각나더라고요. 약간 들떠 있어서 움직이기도 해요. 그런데 돌이 있는 곳이 좁아서, 많은 사람이 한 번에 오르면 위험해지니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 유명한 바위에는 꼭 특별한 이야기가 내려오죠. 여자가 세 번 만지면 아들을 낳고 남자가 두 번 만지면 입신양명한다는 이야기 때문에, 너도나도 바위를 만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답니다.
천년동안 늘푸른 소나무
황산의 두 번째 주인공은 소나무입니다. ‘봉우리 없이는 바위 없고 바위가 없으면 소나무가 없고 소나무 없으면 황산의 매력이 덜하다’라는 말이 있어요. 소나무는 황산을 이야기할 때 빠트리면 안 되는 중요한 나무입니다.
가을이지만 단풍 대신 늘푸른 소나무가 맞는다 |
1,800m의 험준한 바위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를 보면 자연의 신비와 생명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죠. 이곳에는 수령 1,000여 년 이상 된 소나무도 무척 많습니다. 수많은 소나무 중에서는 이름을 가진 소나무들도 있는데요. 연화봉과 천도봉 사이에서 황산을 찾는 손님을 환영하고 있는 영객송을 비롯해 배객송, 송객송, 공장송, 연리송 등 10그루의 소나무가 ‘황산의 10대 명송’으로 꼽히죠. 이중에서도 단결송은 중국인의 재치를 느끼게 해주는 소나무예요. 가지 수가 56개인데, 한 뿌리에서 56개의 가지가 나온 모습이 56개의 민족으로 이뤄진 중국과 같다고 해서 ‘단결송’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죠.
바위의 회색과 소나무의 초록이 대조를 보이며 묘한 감정을 안겨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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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대협곡, 비경에 홀리다
황산은 구름과 함께 어우러질 때 빛을 발한다 |
황산의 세 번째 주인공이자, 제가 황산에서 제일로 꼽는 것은 바로 구름입니다. 황산은 1년에 200일 이상 구름에 가려져 있어 운산이라고도 불려요. 그래서 맑은 날 여행하면 운이 좋은 것 같지만, 정작 그렇지 않습니다. 바다처럼 펼쳐진 구름이야말로 황산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 주거든요. 구름이 가득 메운 황산 봉우리에 산들바람이라도 불면, 진짜 파도가 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서쪽에는 서해가 시작되는 '서해문’, 동해가 시작되는 '동해문’이 있어요. 구름 사이로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일출도 꼭 지켜봐야 할 장관으로 유명하고요. 귀신도 홀리는 신비로운 풍경이라는 뜻으로 ‘마환경구’라고 불리는 서해대협곡 루트는 환상적인 황산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길입니다. 아찔한 절벽과 웅장한 기암괴석 사이로 좁은 길이 미로처럼 이어져 있어요. 걷다 보면 허공에 떠 있는 기분이 드는데요. 한 사람 내려갈 정도의 너비라, 걷다 보면 현기증이 나요. 황산에 있는 계단만 해도 수십 만개에 이르거든요. 어떤 코스로 돌아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황산을 한번 돌아봤다 하면, 적어도 1만여 개의 계단은 오르내린다고 생각하셔야 하거든요.
아찔한 절벽과 웅장한 기암괴석 사이로 좁은 길이 미로처럼 이어져 있다 |
마지막으로, 황산을 여행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어요. ‘주로불간경 간경불주로(走路不看景 看景不走路)’라는 문구인데요. 길을 걸으면서 경치 구경하지 말고 경치 구경하면서 걷지 말라는 뜻이랍니다. 절경에 빠져 무아지경 상태가 되면 갑자기 위험한 순간에 처할 수 있거든요.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우리 안전은 스스로 챙기며 여행해요!
작은 터널을 지난 후 눈앞에 나타난 소나무 한그루. 잠시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다.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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