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스러운 골동품부터 중국산 젓가락까지, 스페인 라스트로 시장
채지형의 ‘요리조리 시장구경’ No.7
시장은 보물창고다.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 나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그 안에 오롯하다. 이슬람 시장은 그들의 종교가, 아프리카 시장은 그들의 자연이, 중남미 시장은 그들의 문화가 빛난다. 시장을 둘러보는 것은 단순히 무엇인가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여행하는 나라의 문화를 만나기 위해서다. 시장에 가면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라스트로 시장의 어마어마한 인파 |
스페인 마드리드의 라스트로 벼룩시장 입구에 서면, 일단 눈이 커진다. 누군가 마술 피리를 불었는지, 사람들이 촘촘하게 언덕길을 메우고 있는 거대한 광경이 여행자를 압도한다. 저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시장구경을 오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무조건 인파 속으로 뛰어들기 전에 생각해보자. 북적거림이 싫고 여유 있는 쇼핑을 즐기는 이라면 일찌감치 발길을 돌리는 것이 좋다. 시장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요지경 속이기 때문이다.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페인 최고의 벼룩시장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라스트로(El Rastro) 벼룩시장.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페인 최고의 벼룩시장이다. 규모가 거대해서, 걷는 것만으로 몇 시간이 훌쩍 흐른다. 라스트로 시장을 돌다 보면 스페인은 물론이고 인도를 거쳐 파키스탄, 중국까지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줏대 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헌것 새것 다 있다. 세상의 온갖 것을 품고 있어 더 재미있다.
벽도 범상치 않다. 현란한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
라스트로 시장이 문을 여는 것은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 벼룩시장 탐험의 첫 번째 수칙은 아침 일찍 나서는 것. 부지런히 일어나서 시장에 일찍 도착해야 좋은 제품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라스트로 시장에 사람이 가장 많이 붐비는 시간은 오전 11시쯤. 이때가 되면 이리저리 사람들에게 떠밀려 다니느라 서울의 만원지하철이라도 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밀려다니면서도 마음은 편하다는 것. 런던 포토벨로 벼룩시장에 갔을 때와는 대조적이다. 콧대 높은 영국인들 사이에서 이방인으로 느껴야 했던 소외감, 이곳에선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라스트로 벼룩시장이 더 개방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스페인 사람들이 쓰던 중고물품 외에도 국경 넘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여든 물건들이 쌓여있다.
모로코에서 넘어온 카페트를 비롯해서 우리나라에서 만들었다는 우산, 화려한 인도산 전등, 중국산 젓가락까지.
그뿐이랴. 당장이라도 집에 데려가고 싶은 앙증맞은 강아지에 형형색색 앵무새까지 있다. 말 그대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시장이다. 밖을 향해 열려 있는 문화적 다양성 덕분에 처음 찾는 사람조차 이질감 없이 그 안에 녹아들 수 있다.
(좌) 모로코나 인도에서 왔을 법한 제품들 (우) 멋스러운 그림도 있다 |
라스트로는 골목마다 조금씩 다른 특징을 품고 있다. 산 카예타노 거리(Calle San Cayetano)에는 화가들의 그림이 주로 걸려 있고, 플라자 데 헤네랄 바라 델 레이(Plaza de General Vera del Rey)에는 구제품이, 로다스 거리(Calle Rodas)에는 골동품 가게가 삼삼오오 모여 있다. 또 리베라 데 쿠트리도레스 거리(Calle de Ribera de Cutridores)와 로스 엠바하도레스 거리(Calle de los Embajadores) 사이에는 여러 종류의 중고품이 섞여 있다.
오만가지 물건들 가운데 인기 있는 것은 당장 쓰레기통에 들어가도 아깝지 않을 것 같은 옛 물건들이다. 주인은 애써 골동품이라고 우길지 몰라도,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거저 줘도 그다지 반갑지 않을 것이 대부분이다. 풀풀 곰팡내를 풍기면서 위풍당당하게 좌판을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주인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런 걸 왜 파느냐고, 도대체 얼마에 파느냐고.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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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치기도 조심 또 조심
남자들은 주로 수십 가지 종류의 칼에, 여자들은 빈티지 장신구와 인형에 넋을 놓는다. 플라멩코 포스터를 파는 노점상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경쾌한 플라멩코 음악에 화려한 의상, 신발도 있는데 왜 유독 포스터일까. 플라멩코의 로망을 간직하는 데 포스터가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지.
(좌) 유럽풍 인형들 (우) 플라멩코 포스터도 인기 |
가격은 소품의 경우 10유로 정도. 비싼 골동품으로 보이는 것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저렴하다. 가격은 철저히 주관적이다. 파는 이의 마음 가는대로 값이 정해진다. 그래서 흥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족히 몇 년은 묵어 보이는 인형 하나를 놓고 한참 밀고 당기기를 하다 보면, 여기가 서울 동대문인지 스페인 마드리드인지 도통 헷갈린다.
라스트로를 구경할 때 잊지 말아야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사람이 많다 보니 소매치기도 위세를 떨친다. 오죽하면 라스트로를 ‘도둑들의 시장’이라고 할까. 사람들이 물건을 사러 시장에 오듯, 소매치기는 사람들의 지갑을 쇼핑하러 라스트로에 온다. 그들의 ‘쇼핑 리스트’에 들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야말로 ‘라스트로 백배 즐기기’의 첫 번째 조건이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라스트로 시장의 풍경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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