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 곰소, 구수하게 곰삭은 그 맛
바다에서 살짝 떨어진 곰소만 안쪽 염전에서는 염부의 땀방울이 변산반도의 청정 바다와 만나 영롱하게 반짝이는 소금 알갱이로 다시 태어난다. 염전의 이름은 지역의 이름을 딴 곰소염전이다.
소금을 만드는 시기면 1946년에 지어진 낡고 오래된 앉은뱅이 소금창고에 그득그득 소금이 들어찬다. 조선시대「만기요람」에 따르면 곰소는 전통 소금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었다. 한창 때는 곰소 천일염을 궁에 진상하기도 했다.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과 달리 현재는 전국 생산 면적의 1% 가량을 차지하는 작은 규모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실정이지만, 그 품질만큼은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다. 곰소 천일염은 간수 농도를 25~27도로 일정하게 유지해 염화마그네슘 함량이 적고, 천연 미네랄이 풍부한 해수를 태양열로 증발시켜 쓴맛이 덜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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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을 만드는 시기는 3월 말부터 10월까지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 염전에 물을 대고 고무래로 소금을 긁어모아 걷어 들이는 모습은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겨울 곰소가 시시하다는 말은 아니다. 부안은 어느 곳보다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백합탕과 바지락죽, 곰소의 젓갈정식과 꽃게장, 주꾸미와 전어 등 철마다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맞다. 겨울 곰소 여행의 묘미는 바로 식도락이다.
추운 겨울 소복이 눈이 쌓인 고요한 염전을 구경하고 나면, 곰소항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곰소항에 가까워질 수록 짠 바다 냄새와 비릿한 젓갈냄새가 실바람을 타고와 코끝을 간질인다. 짜고 쿰쿰한 냄새의 근원을 따라가다보면 '곰소젓갈단지'가 나타난다. 사람들은 '곰소'하면 젓갈을 떠올린다. 변산반도 근해에서 잡히는 여류를 손질해 곰소의 천일염을 뿌려 만드는 것이 그 유명한 '곰소젓갈'이다. 곰소젓갈단지는 곰소항 제방 주위에 늘어선 젓갈가게들을 부르는 말이다.
가게마다 마련된 시식대 뒤편으로는 큼지막한 젓갈통이 있다. 통 안에서는 잘 숙성된 젓갈들이 서로서로 제 빛깔을 뽐내며 한입 맛 좀 보라며 아우성이다. 창난젓, 명란젓, 낙지젓, 오징어젓, 황석어젓, 갈치속젓, 어리굴젓, 토하젓, 청어알젓까지 그 종류도 참 많다. 젓갈이 많다 보니 젓갈정식을 내는 식당도 이곳에 몰려 있다. 가게마다 조금씩 가격 차이가 있지만 대개 1인분에 1만 원 정도만 내면 푸짐한 상을 받을 수 있다.
상에는 열 댓가지가 넘는 젓갈이 오른다. 젓갈 이외에는 별다른 반찬도 없다. 짭짤한 젓갈 냄새가 코끝에 닿는 순간 '어떻게 젓갈밖에 없을 수 있어!?'라는 생각이 사그라든다. 짭짤한 젓갈을 얹은 쌀밥은 순식간에 목구멍을 넘어 뱃속까지 들어간다. 간장 게장이 밥도둑이라면 젓갈은 밥강도쯤 되겠다. 해풍에 자연 숙성돼 감칠맛이 나고 짜지 않은 곰소 젓갈에 보글보글 말갛게 끓어오르는 향긋한 백합탕을 곁들이면, 매서운 겨울 추위가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입 짧은 서울 새댁도 엄지를 척 들게 하는 맛. 곰소의 소금은 이 맛을 내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완벽한 조미료인 셈이다. 곰소 천일염을 사용한 요리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다면 서해안 청정 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꽃게로 담근 꽃게장이다. 알이 꽉 찬 암게는 쫀득쫀득함이 일품이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숫게는 쫄깃쫄깃함이 기가 막히다. 노란 내장이 가득한 게딱지는 오직 밥을 비비기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다.
부안 가는 방법
서해안고속도로와 이어지는 30번 국도를 이용하자. 30번 국도는 부안에서 새만금, 대항리를 거쳐 채석강, 격포, 모항, 곰소까지 이어진다.
곰소궁삼대젓갈
젓갈정식을 선보이는 곳 중 원조 맛집으로 소문난 집이다. 일제강점기에 선박사업을 하던 1대 시조부가 젓갈을 담근 이래 80년간 3대에 걸쳐 이어오고 있다. 일본인들에게 특히 인기라는 창난젓과 지하 저장고에서 3년간 숙성시킨 액젓은 이곳의 자랑거리!
칠산꽃게장
'전라북도 명품 인증'을 받은 식당이다. 4월 중순~5월 중순에 서해안에서 잡은 싱신한 국산 꽃게만을 사용하며, 곰소 천일염 등 10가지 국산 재료를 넣어 만든 간장을 사용해 맛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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