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 이 산에 원숭이가 산다!
고리타분한 여행 코스로 가득 채워진 패키지 여행이지만, 가끔은 그 속에서 예상치 못한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패키지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절대로 가지 않았을 '원숭이 공원' 다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 이야기다.
지금은 폐업한 모 크루즈 업체의 체험단으로 벳부에 갔을 때였다. 당시 나는 일본여행에 대한 흥미가 거의 없었을 때라서 기항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여행하기보다는 기항지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 기항지 투어 일정에는 가마도 지옥, 유노하나 재배지, 유후인과 바로 이 다카사키야마 자연 동물원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다카사키야마 자연 동물원만큼은 정말 흥미가 전혀, 전혀 생기지 않아서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듯 발걸음을 옮겼었다. 그렇게 싫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동물원'이라고 이름 붙은 곳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호종이나 가축, 반려동물로 길들여진 경우가 아니고서야 자연 그대로에서 사는게 가장 좋다는 주의니까.
원숭이를 살펴볼 수 있는 곳까지는 산책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어 올라가거나 왕복 100엔짜리 모노레일을 타고 갈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동안 투어 가이드는 몇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원숭이에게 먹을 것을 주지 말라는 것과 카메라나 휴대폰같은 소지품을 빼앗아가기도 하니 주의하라는 것. 이 때 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동물원에 흔히 있는 원숭이 우리 -원숭이들이 서식하는 공간을 조성해두고 있고 그 주위에 높은 울타리 따위를 쳐 둔-를 상상했었는데, 산책로 끝에 도착하자마자 그 상상은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이건 진짜 개판.. 아니 원숭이 판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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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전체에 살고 있는 원숭이는 약 2천마리. 에도 시대부터 이곳에 야생 원숭이가 살았다고 전해지는데, 1952년 11월 벳부 인접 도시인 오이타 시의 시장이 처음으로 원숭이 공원을 계획 후 이듬해에 자연동물원으로 개장했다고 한다. 사실 원숭이들이 산 전체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다카사키야마 자연 동물원은 원숭이들을 살펴볼 수 있는 한 장소에 불과하다. 원숭이들은 사육사들이 먹이를 줄 때만 산 아래로 내려온다. 동물원에는 크게 두 집단의 원숭이 무리가 있다. 이들은 각자의 우두머리를 따라 500~800마리씩 교대로 동물원에 내려와 먹이를 먹고, 철저히 분리되어 생활한다. 원숭이들은 집단 내에서도 서열을 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사육사가 주는 먹이를 받아 먹을 때도 서열에 따라 순서가 정해진다. 1인자가 처음 먹이를 먹고나서야 나머지 서열들이 식사를 할 수 있다.
사육사가 먹이를 주는 시간이 되면 산에 흩어져 있던 원숭이들이 일제히 동물원으로 집합한다. 거친 기세로 순식간에 몰려드는 야생 원숭이의 모습은 무섭기까지 하다. 원숭이들은 먹이를 하나라도 더 먹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관람을 위한 울타리는 그 의미를 잃은지 오래. 원숭이들은 저 내키는대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올라타며 보는 사람의 혼이 쏙 달아나도록 만든다.
작은 손으로 꼬물꼬물 뭔가를 주워 먹는 아기 원숭이가 귀엽다고 해서 너무 가까이 다가가거나 만지려고 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야생의 습성을 간직하고 있는 원숭이들이기 때문에 놀리거나 만지려고 하면 물고, 눈을 빤히 쳐다보기만 해도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몇 백마리의 원숭이가 뛰어다니는 걸 보니 산책로를 올라올 때 왜 소지품을 주의하라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호기심이 많은 녀석들이라면 충분히 물건을 강탈해가고도 남을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친 원숭이들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서로를 꼭 껴안기 시작했다. 몇몇 원숭이들은 언제 올라갔는지 지붕 꼭대기에 앉아 서로의 털을 고르기도 했고, 또 몇몇 원숭이들은 찢어지는 듯한 괴성을 지르며 싸우기도 했다. 그리고 엄마 젖을 먹는 아기 원숭이도, 열심히 기둥을 올라타는 원숭이도 눈에 띄었다. 30분 정도 지나자 휴식을 취하던 원숭이들도 다시 하나 둘 다시 산 속으로 떠나기 시작했다. 수백마리 원숭이로 가득찼던 경내에도 열 몇 마리 남짓의 원숭이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 살면서 이렇게 많은 원숭이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원숭이를 보더라도 어딘가에서 사육되는 원숭이를 볼 것 같지, 이렇게 자유롭게 살아가는 원숭이를 볼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수백마리의 원숭이들이 내 주변을 뛰어다니는 것이 조금 무섭기는 했지만 자유롭게 온 산을 뛰어다니며 살아가는 원숭이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언젠가 아이와 함께 '동물원'을 가는 날이 온다면 이곳이 많이 생각날 것 같다.
다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 別府高崎山自然動物園
행정구역상으로는 오이타시에 속하지만 벳부역에서 가는게 더 가깝다. 버스를 타면 벳부역에서는 15분, 오아티역에서는 25분 정도 걸린다.
-주소: 高崎山自然動物園 日本, 〒870-0100 大分県大分市 神崎3098-1
-가는 방법: 벳부역 앞(別府駅前) 버스정류장에서 오이타행(大分駅行) 버스를 타고 다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앞(高崎山自然動物園前) 정류장에 하차
-운영 시간: 연중무휴 08:30~17:00 마지막 입장 16:30까지
-입장료: 성인(고등학생 이상) 510엔 / 초등학생 이상 250엔 / 유치원생 이하 무료
-모노레일: 왕복 100엔(편도 가격 동일)
-홈페이지: http://www.takasakiyama.jp/takasakiyam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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