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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by 안병도

어떤 스마트폰을 만들까?

팬택 인수계약한 옵티스

어떤 스마트폰을 만들까?

인수자가 없어 청산 절차를 밟을 뻔 했던 팬택이 일단 회생하는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은 7월 17일 서울중앙지법 제3파산부 허가를 받고 팬택과 인수 합병 본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5월 26일 팬택은 법정관리 폐지를 신청하고 사실상 회생 포기를 선언했다. 여기서 팬택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옵티스는 재정이 튼튼한 대기업도 아니며 스마트폰 관련 기업도 아니기에 몇 가지 의혹을 자아냈다. 업계에서는 이전 팬택 인수가 계약금을 지불하는 고비에서 무산된 점을 들어 옵티스의 재정능력에 의심의 눈길을 던졌다.

 

옵티스는 광디스크 저장장치(ODD)와 소형 카메라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이다. 2014년 매출 5995억원, 영업이익 150억원, 당기순이익 311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에 필리핀 삼성전자의 ODD 공장을 인수하고 2014년 도시바삼성테크놀러지 지분을 매입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옵티스가  팬택 인수를 위해 필요한 돈은 400억원이다. 쉬운 규모는 아니다.

 

이번 인수는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업체 쏠리드와 옵티스의 공동 인수형식으로 성사되었다. 옵티스가 추진해온 팬택 인수에 쏠리드가 1대 주주로 참여했다. 쏠리드는 공시를 통해 총 60억원을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인수 합병 금액은 예상대로 400억원 선에서 결정됐고, 전체 직원 1200여 명 중 최소 400명 이상을 고용 승계한다. 더욱 구체적인 금액과 인원은 최종 인가 절차를 통해 확정된다. 쏠리드와 옵티스가 팬택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고 최종 인가 절차를 밟으면 8월에는 팬택인수 절차가 끝난다.

 

옵티스의 팬택인수가 성공적으로 끝난다는 건 축하할 일이지만 문제는 남는다. 과연 팬택이 계속 스마트폰 업체로서 시장에 살아남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옵티스 이주형 대표는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새로운 스마트폰을 인도네시아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가 아닌 동남아시아 시장을 먼저 공략하겠다는 의미이다. 또한 1년 안에 스마트폰 사업을 정상화하고 국내 틈새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삼성이나 LG와 같은 카테고리에서 경쟁하는 것을 피하고 저가폰이나 특성화폰으로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옵티스와 쏠리드의 주력부문을 들어 팬택이 통신장비 및 스마트폰 주변기기 사업, 사물인터넷(IoT)시장에서 제품을 내놓게 될 거라고 전망한다. 옵티스 변양균 회장은 "해외 시장에서 기반을 다진 쏠리드와 옵티스가 세계적 휴대전화 제조 기술과 경험을 갖춘 팬택을 인수해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며 "팬택을 고용과 수출로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해외진출 상징 기업으로 재도약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렇지만 합병으로 커지게 될 몸집에도 불구하고 초기 재정상황은 불안하다. 팬택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팬택의 자산은 2,492억원이고 부채는 총 1조 181억원이다. 2014년 팬택은 5,818억 5,100만원의 매출과 영업손실 313억 9,100만원을 기록했다. 

 

이런 팬택을 뒷받침하며 새로운 스마트폰을 개발할 때까지 자금을 공급하고 고용을 유지해야 할 옵티스는 현금 자산 160억 원에 부채 비율이 780%이다. 1대 주주인 쏠리드가 투자할 60억원은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그렇게 많은 돈이 아니다. 또한 그동안 청산위기에 시달린 팬택은 제대로 제품을 내놓지 못한 채로 차세대 기술 개발이 활발하지 못했다.

 

옵티스와 쏠리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강조했다. 팬택이 새로운 스마트폰을 만든다면 그 대상은 비교적 소득수준이 낮고 인터넷 인프라가 떨어지는 동남아시아의 고객이 된다. 따라서 최고의 처리성능과 화질, 빠른 LTE 망을 지원하는 플래그십 제품이 아니라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저가폰 출시가 더 유리하다. 팬택에서 이미 개발해 놓은 플래그십 모델을 생산성 좋게 간략화시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개발에 따로 시간과 비용을 많이 들일 필요도 없으니 합리적인 선택이다.

 

문제는 국내 시장이다. 제품기술에 민감하고, AS수준에 까다로운 국내 사용자에게 새로 옵티스가 만들어 내놓은 '팬택폰'이 얼마나 매력을 지닐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가폰으로 전환해서 출고가를 대폭 낮추는 방법이 그나마 효과적이지만 브랜드 가치의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옵티스-솔리드 컨소시엄은 24년간 축적된 팬택의 높은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서는 플래그십 수준이 아닌 저가폰으로만 경쟁력을 가지는 위치가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이준형 대표가 밝힌 국내 틈새시장 공략이란 말에 숨어있을 것이다. 독특한 위치의 스마트폰을 통해 다소 기술수준이 떨어지는 제품으로도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판매량을 확보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과연 옵티스가 팬택을 통해 어떤 스마트폰을 만들어 내놓을 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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