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각국 문화 유산을 인터넷으로 보여주는 이유는?
세계 각국의 문화 유산을 본다는 건 그만큼 삶을 풍요하게 해 준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바쁜 생활 속에서 그것들을 보려면 시간과 돈을 들여 직접 해당국가로 여행을 가서 보는 방법 밖에 없었다. 따라서 우리가 어느 정도 노력한다고 해도 일생동안 볼 수 있는 문화유산은 얼마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이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시대이다. 구글은 발달된 IT기술과 네트워크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용자 모두가 문화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하도록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는 구글이 전 세계의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다양한 문화유산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세계 문화유산 온라인 전시 사이트로서 현재 60개국의 700여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구글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Google Cultural Institute, www.google.com/culturalinstitute)에 새롭게 추가된 국내 파트너를 소개했다. 그리고 국내 최초 기가픽셀 작품 및 전 세계 파트너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앱 제작 플랫폼을 선보였다. 과연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형태로 문화유산을 볼 수 있는지 알아보자.
협력 - 구글 한국 파트너 10여곳 추가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는 이미 국내에서도 한국사립미술관협회,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 한국영상자료원, 해녀박물관 등과 협력하여 국보 유물과 예술 작품, 명소 및 유적지,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담은 사진과 기록물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에 추가된 국내 파트너는 총 10곳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근현대디자인박물관,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한국학중앙연구원, 재단법인 아름지기, 음식디미방,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호림박물관, 한국음반산업협회 등이다.
석주선기념박물관은 조선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의 원삼(圓衫)을 포함한 다채로운 전통 복식을 전시하고, 한국음반산업협회가 K팝의 변화와 성장 과정을 연도별로 보여주는 등 소개되는 콘텐츠의 장르가 다양해졌다. 단순히 옛날 문화재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대에 있어서도 보여줄 가치가 있는 기록물이라면 포함하는 것이다.
이로써 국내 문화유산의 고해상도 이미지 1,500건 이상, 온라인 전시 33건, 박물관 보기 6건이 컬처럴 인스티튜트에 추가되었다. 총 13,500여 건의 한국 작품이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된다.
사용자경험 확장 - 박물관 보기와 기가픽셀(Gigapixel)작품
국립현대미술관,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재단법인 아름지기, 음식디미방, 경기도미술관은 ‘박물관 보기’ 기능을 제공한다. 박물관 보기는 구글 스트리트 뷰 기능을 이용해서 전 세계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박물관 내부를 실제 다니며 감상하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본관 박물관 보기에서는 여러 층에 걸쳐 타워 형태로 설치된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을 층을 옮겨가며 감상할 수 있다. 음식디미방의 박물관 보기를 이용하면 이문열 작가의 고향이자 소설 ‘선택’의 배경이 된 경상북도 영양군의 두들마을을 스트리트 뷰를 통해 둘러볼 수 있다.
국내 최초로 촬영된 기가픽셀 작품도 공개되었다. 기가픽셀 이미지는 한 이미지당 약 70억 화소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기존에 눈으로는 관찰할 수 없던 유화의 갈라짐, 섬세한 붓 터치, 큰 그림 속 아주 작은 사람 같은 세밀한 묘사나 재료의 미세질감까지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이번에 기가픽셀로 소개되는 작품은 박수근의 '할아버지와 손자',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강익중의'포타슘 펜슬', '이충원 호성공신화상, '탐라순력도', '덕온 공주의 원삼' 총 6점이다.
지원 - 모바일 앱 제작 돕는 플랫폼 제공
구글은 국내 파트너 기관을 대상으로 모바일 앱 제작 플랫폼도 지원한다. 별도 개발 인력이나 예산이 없는 박물관, 미술관도 손쉽게 모바일 앱을 제작하여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돕는 기술이다. 프로그래밍을 하지 않고도 박물관 고유의 브랜딩을 활용해 앱을 제작할 수 있다.
이미 경기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한국음반산업협회가 컬처럴 인스티튜트가 제공하는 플랫폼을 통해 앱을 제작했다. 그리고 구글플레이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 사용자들에게 앱을 제공한다.
구글은 국내 파트너들이 컬처럴 인스티튜트 내에 업로드된 해당 기관의 콘텐츠를 홈페이지에 삽입할 수 있는 소스를 제공한다. 이를 이용하면 컬처럴 인스티튜트가 제공하는 감상도구와 해설을 파트너 기관의 웹사이트로 옮겨와, 웹사이트 방문자들이 더욱 손쉽게 작품을 감상하고 전시의 주요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다. 경기도미술관, 호림박물관, 한국사립미술관협회가 오늘부터 홈페이지에 이를 적용했다.
구글의 이번 발표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의문은 이런 활동이 어떤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느냐 라는 점이었다. 이에대해 구글은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가 비영리를 추구하며 어떤 금전적 이익을 주고 받는 일도 없다고 대답했다. 결국 특정 문화유산에 대한 트래픽이 구글에 가는 점과 해당 국가의 문화유산을 구글에서만 볼 수 있게 되는 부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구글은 많은 문화유산들이 아예 인터넷에서 볼 수도 없고 찾을 수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윤추구 목적이나 트래픽 점유를 따지기에 앞서서 아예 기록으로 남겨지지 못한 문화유산의 존재가 안타까웠다는 문제제기는 그만큼 각국정부나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글 인스티튜트로 한국 문화 유산을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된 점은 좋지만 분명 이것은 구글 이전에 누군가 했어야 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런 프로젝트로 구글이 무슨 이익을 보느냐에 앞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