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뇌피셜]정의선-토요다 아키오 손잡다...현대차-토요타의 노림수
정의선-토요다 아키오 함께 경주차 타...쇼 이상의 행보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이 손을 잡았다. 사진=현대자동차/한국토요타자동차 |
세계 1위 토요타와 세계 3위 현대차가 손을 잡았다. 국내외 언론이 대서특필한 헤드라인이다.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고 있는 두 회사가 손을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차와 토요타자동차는 27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Hyundai N x TOYOTA GAZOO Racing)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 행사는 WRC 레이싱에서 1-2위를 달리고 있는 양사 레이싱팀이 함께 개최한 이벤트다.
이 날 행사장에서 양사의 미래 협력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공식적인 답변은 명확했다. WRC 레이스 현장에서 만난 정의선 회장과 토요다 아키오 회장이 두 회사가 함께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 함께 이벤트를 해보자는 얘기를 나눴고, 이게 실현이 됐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는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함께한 주행 퍼포먼스(쇼런)로 시작됐다. 이어 WRC 드라이버들의 다이내믹한 ‘쇼런’, WRC 드라이버들이 직접 주행하는 차량에 탑승하는 프로그램 등 모터스포츠 매니아들의 가슴을 뛰게 할 다양한 이벤트도 뒤따랐다.
토요다 아키오 회장이 몰고 정의선 회장이 탑승한 GR 야리스 랠리 1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자동차/한국토요타자동차 |
‘모리조(Morizo)’라는 이름의 마스터 드라이버로 활동 중인 토요다 아키오 회장이 운전하는 WRC 경주용 차인 ‘야리스 WRC(Yaris WRC)’에는 정의선 회장이 조수석에 앉아 역동적인 주행을 함께 했다. 아키오 회장은 랠리 드라이버 못지않은 현란한 드리프트 실력을 뽐냈다.
이어 양사 WRC팀 간판 드라이버들이 모두 나와 ▲GR 야리스 랠리 1 하이브리드(GR YARIS Rally 1 HYBRID)와 ▲GR 야리스 랠리 2(GR Yaris Rally 2), ▲i20 N Rally 1 하이브리드, ▲커스터머 레이싱(Customer Racing)을 위한 i20 N Rally 2 등의 경주차와 현대 N의 새로운 롤링랩 차량인 ▲RN24 및 ▲아이오닉 5 N 드리프트 스펙으로 쇼런을 펼쳤다.
WRC에서 각축을 펼치고 있는 스타 드라이버들은 토요타 GR 86, 현대차 아반떼 N으로 짐카나 대결도 펼쳤다. 비가 내려 트랙이 미끄러워 컨트롤에 애를 먹었지만 전륜구동 기반의 아반떼 N이 조금 더 빠른 기록을 보였다. 경주용차와 미래차의 짜릿한 주행 퍼포먼스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다. 양산차, 컨셉트카는 물론 레이싱 체험존, 튜닝카 전시, 경주차 정비체험존 등 다양했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 브랜드존에서는 양산 모델인 ▲GR86과 ▲GR Supra, 수소 엔진을 사용하는 컨셉트카인 ▲GR코롤라 H2 컨셉트, 이니셜 D의 주인공 AE86의 수소차 버전인 ▲AE86 H2 컨셉트가 전시됐다. 현대차는 지난 25일 최초로 공개된 현대 N의 새로운 롤링랩(Rolling Lab) 차량인 ▲RN24과 함께 ▲N Vision 74와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Pikes Peak International Hill Climb)’에서 양산형 전기 SUV 개조 부문 신기록을 달성한 ▲아이오닉 5 N TA 스펙, ▲아이오닉 5 N 등을 전시했다.
행사장에는 외신을 포함 300여 명의 기자단과 일반관람객 3천명이 왔다. 10월 8일 예매한 입장권은 발매 하루 만에 매진됐다고 한다. 행사장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인파가 몰려 모터스포츠의 열기를 즐겼다.
토요다 아키오 회장은 어린아이처럼 함박웃음을 지었다. 사진=민준식 |
정의선 회장과 함께 무대에 등장한 토요다 아키오 회장은 어린아이처럼 함박웃음을 지으며 즐거워했다. 자동차와 모터스포츠에 진심인 그의 열정이 느껴졌다. 우리말로 “싸랑해요!”를 외친 그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모터스포츠의 불모지인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뛰게 하는 레이싱과 자동차 문화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것. 이날 입장권이 매진되면서 거둬들인 수익은 국내 자동차 문화 발전과 모터스포츠 문화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자 티켓 판매 수익금 전액을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 측에 기부한다고 양사는 전했다.
많은 언론은 이날 행사를 계기로 자동차 업계의 두 거인이 큰 협력관계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사가 미래 먹거리로 밀고 있는 수소차가 전시된 것도 그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수소 내연기관을 내밀은 현대차와 수소연료전지-배터리 전기차 하이브리드 컨셉트카를 전시한 현대차가 앞으로 손을 잡으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날 현장에서 구체적인 협력관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자동차에 진심인 두 수장이 의기투합해 모터스포츠의 저변 확대에 힘을 쓰겠다는 다짐은 있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모터스포츠의 저변이 깊고 넓다. 헤리티지도 훨씬 풍부하다. 이날 두 회사의 콜라보는 이 분야에서 형님 격인 토요타가 동생 현대차를 이끌고 우리나라 모터스포츠 문화 확산을 돕겠다는 뜻으로 보였다.
양사 WRC팀 드라이버들과 한께 한 정 회장과 토요다 회장. 사진=현대자동차/한국토요타자동차 |
이날 행사장을 가득 덮은 3000명의 관람객들은 모두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귀를 찢는 굉음과 타이어가 타는 매캐한 냄새에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모두 환호를 지르며 응원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현대차와 토요타가 어떻게 협력해 자동차 업계를 이끌고 나가는지는 이날 화두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이날 같은 이벤트가 정례화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준식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