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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가격으로 전기차도 내연기관도 갖고 싶다면, 토요타 RAV4 PHEV

한국토요타자동차가 긴 침묵을 깨고 큰 변화를 예고했다. 토요타는 ‘먼저 가치를 보는 당신’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렉서스는 ‘사람을 위한 전동화를 위한 넥스트 챕터’를 내세웠다. 큰 변화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도합 8종의 신차라는 강수도 뒀다.


그 첫번째 주인공은 캠리와 함께 토요타를 대표하는 준중형 SUV RAV4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회사가 예고한 신차의 면면을 보면 놀랍기 그지 없는데 왜 하필 이 차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경험이다.

시승 코스는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출발해 남양주까지 왕복하는 길이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의 비중이 높고, 도심 구간은 그리 길지 않은 왕복 60km 코스다. 많은 것을 알기 어려운 거리다. 그럼에도 이 코스가 흥미로운 것은 서울 외곽에서 중심지로 출퇴근 하는 이들이 자주 다닐법한, 즉 PHEV 모델이 적합한 코스기 때문이다.


외관은 앞서 2019년 출시된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부분변경을 거친 만큼 소소한 변화는 있지만 이 역시 지난해 하이브리드 모델을 통해 선보였기 때문에 외관에서의 차이는 찾기 어렵다. 펜더와 트렁크 부분에 부착된 레터링 스티커와 충전구 커버가 아니라면 차이를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한 조로 구성된 동료 기자에게 운전석을 맡기고 조수석에 먼저 올랐다. 장거리 출퇴근 하는 이들이 한번 쯤 고려해볼 카풀의 느낌을 받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눈에 들어오는 실내는 단정하면서도 무던한 모습이다. 첨단보다는 익숙함과 사용성에 집중한 느낌이다. 요즘 신차 답지 않은 다양한 물리버튼은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포인트. 최신 기능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는 인식이 생길 수는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그러면서도 빨간 박음질 무늬로 포인트를 더해 나름의 세련됨을 강조했다.


시트를 비롯한 실내 소재도 마찬가지.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대중적 편안함을 갖췄다. 과도한 멋보다는 실용성에 더 집중한 편이다. 2열 역시 과도한 편의장비와 디자인 보다는 실용적이면서도 공간의 편의성에 집중한 형태다.


조수석에서 느껴지는 승차감은 살짝 단단하다. 평균 몸무게 90kg의 성인남성 4명이 탑승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라브4라는 모델 자체가 우리나라 전략모델이 아닌 북미 전략 모델이기 때문도 분명 있다. 구불구불 연속되는 코너와 과속방지턱이 많은 우리나라 도로보다는 시원하게 쭉 뻗으면서 완만하고 긴 경사가 주를 이루는 북미의 지형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남양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운전대를 잡았다. 알아보고 싶은 포인트는 크게 두가지. 2.5리터 4기통 엔진과 전후륜 모터가 조합된 합산 총출력 306마력의 힘과 전기차를 대신 할 만큼 넉넉한 EV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가다.


퍼포먼스를 확인하기에 앞서 확인한 잔여 주행 가능거리는 합산 730km, 전기 모터로만 갈 수 있는 거리는 약 40km다. 최초 출발 당시 64km(공조기 on)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나름 선방한 기록이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18.1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해주는 E-Four 사륜구동 시스템, PHEV에 특화된 주행모드 덕분이다.


특히 주행모드의 경우 기본적인 ▲에코 ▲노멀 ▲스포츠 뿐 아니라 ▲EV 모드 ▲HV모드(하이브리드 모드) ▲전기 모드와 하이브리드 모드를 적절히 조합해주는 Auto EV/HV모드 ▲엔진을 통해 배터리를 강제 충전시킬 수 있는 차지 홀드(CHG HOLD)가 추가 적용됐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며 속도를 높였다. 어느새 제한속도인 시속 100km에 다다랐지만 계기판에는 여전히 전기모터로만 구동 중이라는 EV 표시가 떠있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이 모터와 배터리의 과부화를 막기 위해 엔진을 적극 개입시키는 것과 달리 전기모터를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최대 장점인 ‘전기차처럼 활용 가능한 차’라는 것을 숨김 없이 보여주는 순간이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봤다. 토요타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GR수프라 보다는 낮지만, 국내 판매 모델 기준 두번째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만큼, 망설임 없이 가속을 시작한다. 다만 2.5리터 엔진이 맹렬히 돌아가며 ‘아 그래도 엔진이 달려는 있었지’라는 사실을 깨우쳐 준다.


그럼에도 가속감은 일품이다. E-Four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사륜구동 시스템은 전륜구동을 기반으로, 전륜 100%에서 전후륜 20:80의 비율까지 구동력을 나눈다. 이를 통해 효율적이면서도 강력한 펀치감을 만드는 셈. 여기에 흔들림 없는 직진안전성이 더해지니 편안한 고속 항속주행이 가능해졌다. ‘기본기가 좋다’는 표현은 이런 차에 어울린다.

그렇기에 단점은 기본기가 아닌 편의성에서 온다. 오랜 기간 사용해온 경고등 및 표시등 모양은 새로 나온 차를 타더라도 어색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래픽에서도 익숙함을 느끼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익숙하되 새로움을 전달할 시기가 라브4에게도 온 것.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경우 LG U+와 협업을 통해 개발한 U+ Drive 기반의 ‘토요타 커넥트’ 시스템이 탑재됐다.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바탕으로, 네이버 클로바 음성 인식을 통한 기본적인 조작도 가능하다. 다만 내비게이션은 아틀란 내비게이션이 탑재, 다소 투박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최신 지도 정보를 사용, 음성 인식을 통한 목적지 설정도 가능하지만 그래픽 자체가 세련되지 못하다는 점도 부정하긴 어렵다.


라브4 PHEV의 국내 판매 가격은 5570만원으로 책정됐다. 준중형급 SUV라고 보기엔 다소 비싼 감이, 중형 SUV라고 보기엔 꽤 저렴하게 느껴진다. 단순히 수입차라서가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라서 더욱 그렇다.

적절한 가격인가에 대한 고민은 앞서 가졌던 ‘올해 출시할 여러 매력적인 차 중 왜 이것이 처음인가’에 대한 답과 함께 의외로 쉽게 해소됐다. 시승 중인 기자들에게 다가와 이것저것 물어본 한 시민의 결론은 “그렇게 부담스럽지도 않고 막 어려운 차도 아니네요” 였기 때문.


다양한 전동화 모델을 통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모두 대응하겠다는 토요타의 ‘멀티 패스웨이 전략’은 상품성에 납득 가능한 가격을 부여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모델에서 시작됐다는 뜻이다.


그래서 라브4 PHEV는 합리적인 동시에 자연스럽다. 이 자연스러움이 언제 색다른 변화를 가져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정필 기자 choiditor@carmg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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