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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 E 서울 E-프리, 역대 최악의 모터스포츠 될까

전동화 자동차의 물결이 모터스포츠로 넘어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모터스포츠, 포뮬러1의 전기차버전 ‘포뮬러 E’ 이야기다.


이 포뮬러 E가 우리나라를 찾았다. 무려 서울 한복판,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다. ‘모터스포츠 불모지’로 불리울 정도로 기반이 약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빅 이벤트다.


그런데 이 경기, 준비과정부터 경기를 하루 앞둔 지금까지 불안이 가시지 않는다.

◆ 고가 논란 입장권, 무료배포로 ‘남아돌아’…좌석 배치도 지탄

먼저 문제가 된 것은 입장권과 관람석이다. ‘올해는 진짜 열린다’고 이야기가 나온 시점부터 계속된 논란이다. 최초 공개된 입장권의 가격은 가장 고가의 로열 핑크가 50만원, 서킷과 가장 가까운 프라임 좌석은 29만 9000원이다. 포뮬러E가 펼쳐지는 뉴욕과 런던 등과 비교하면 3~4배 비싼 가격이다.


처음 가격 논란이 생긴 이후 포뮬러E 코리아 측은 입장권의 할인을 감행했다. 2차 판매를 시작하며 변경된 가격은 프라임 19만 9000원, 서킷과 가장 먼 3층의 센트레, 에코, 프렌들리는 9만 9000원이다. 결국 가격변동으로 인한 차액에 대한 반환을 약속하고 타이틀 스폰서인 하나은행을 비롯해 할인을 제공하는 등 티켓 판매에 열을 올렸지만 실적은 참담했다. 결국 이 입장권은 포뮬러 E 관계 업체를 통해 무료로 대량 배포됐고, 중고거래사이트를 통해 재판매가 되기도 했다.

좌석의 배치도 논란의 중심이다. 레이스 시작 직전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출발선과 시즌 챔피언이 탄생하는 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결승선 인근에는 관람석이 전혀 없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도심 서킷에서 진행되는 여러 국가에서 협소한 공간의 문제로 제한된 관람석을 제공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다른 경기 대비 저렴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논란을 피할 수 없다.


포뮬러E 코리아 측은 “포뮬러E 경기에서 가장 박진감 넘치는 구간인 어택 모드 사용 구간이 주경기장 내부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다이내믹한 관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내부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주경기장 내부는 막힘의 연속이다. 주최측이 ‘메인무대’로 잡은 공연 무대는 서킷에 가려지고, 레이스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서킷은 ‘공연무대’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 그 마저도 경기를 하루 앞둔 11일까지도 공사가 끝나지 않아 현장 확인이 불가능했다.

◆ 하루 남았는데 여전히 끝나지 않는 준비…예정 행사 ‘취소행진’

콘서트가 진행되며 관람석이 집중된 ‘올림픽주경기장’은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언론 공개가 취소됐다. 언론을 대상으로 서킷 공개가 진행된 11일에도 곳곳에서 서킷 공사가 계속됐다.


포뮬러E 뿐만 아니라 포뮬러1의 일정은 매우 긴박하게 운영된다. 대회에 직접 나서는 인원만 해도 팀당 60명 이상. 여기에 레이스카와 예비 부품, 예비 경주차 등 ‘하나의 회사가 통째로 이사간다’고 표현해도 좋은 규모다.


그러나 팀의 움직임과 서킷의 공사는 다르다. 포뮬러E의 경우 레이스카는 평균시속 130km, 최고시속 280km로 질주한다. 서킷 위에는 이물질 하나 존재해서는 안 되고, 안전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요소는 철저히 배재되어야 한다. 그러나 경기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도 서킷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불안을 가중시킬 뿐이다.


포뮬러E 코리아 측은 “서킷 공사가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으며 트랙은 90% 이상 완료됐다”고 설명했지만 준비가 미흡하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서킷 공사가 한창인 8월 11일. 

서킷 공사가 한창인 8월 11일.

이 뿐만이 아니다. 포뮬러 E측은 당초 8월 8일 런던 E-프리 종료 직후 선수들과의 화상 인터뷰를 예정했다. 그러나 해당 인터뷰는 예정시간을 불과 두시간 앞두고 시즌 선두를 기록하고 있는 메르세데스-EQ 포뮬러 E팀의 스토펠 반도른과의 단독 화상 인터뷰로 변경됐다. 변경 사유는 안내되지 않았다. 이 마저도 진행되지 않았다.

당초 예정했던 시간을 넘기고서야 ‘불가피하게 취소되었다’는 내용이 안내됐다. 이후 포뮬러 E 측은 “당초 예정됐던 인터뷰를 서면으로 진행했다”며 자료를 배포했지만, 해당 자료에는 스토펠 반도른의 답변만 담겼다. 또한 포뮬러E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시즌 성적에 대한 자료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관계자는 “영국 현지 서버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부족한 준비로 인한 주먹구구식 운영이라는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 현장 요원들의 소통 부재…”전 모르겠는데요”

현장 스태프들의 소통 부재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언론을 통해 배포된 포뮬러E 입장 게이트는 서문과 동남문 2곳이다. 서문은 올림픽주경기장과 가깝고, 메인 게이트에 해당하는 동남문은 서울페스타가 진행되는 제1, 제2수영장과 가깝다.


기자가 서문으로 입장을 시도하자 현장 관계자는 ‘동문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문에서는 입장하는 곳이 아니니 다른 곳으로 가라고 안내했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물으니 해당 관계자는 ‘아는 바가 없다. 이 곳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통제하라고만 전달받았다’고 답했다.


우여곡절 끝에 입장에 성공했다. 2호선 종합운동장역 8번 출구에서 약 300m 떨어진 동남문이다. 경기 당일에는 서문 입장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날 ‘동남문’을 안내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빅 이벤트’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장 스태프 간의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청한 관계자는 “세계자동차연맹(FIA) 측은 어떻게든 될 것이라며 안하무인의 태도를, 포뮬러 E 코리아 측은 ‘빨리빨리’만 외치고 있다”며 “서로의 태도가 너무 다르다. 확인을 할 때마다 내용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어 우리도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 공개된 공간에 에어컨 ‘풀가동’…친환경과 방역 모두 버렸다

‘친환경 레이스’를 표방하는 포뮬러 E의 취지가 무색한 부스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모터스포츠 경험의 확대를 위해 마련된 ‘레이스 시뮬레이터 체험 존’과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 Z폴드 4 & 플립4 홍보부스를 비롯한 여러 공간에서 별도의 폐쇄조치 없이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었던 것.

이러한 조치는 ‘친환경’은 물론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침과도 대치되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24일,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개문냉방을 하고 있는 점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2시간에 한 번씩 환기를 진행하도록 했지만 환기설비나 소독제와 같은 방역 대책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기 다음날은 광복절이다. 그런데 포켓몬이라니? 

경기 다음날은 광복절이다. 그런데 포켓몬이라니? 

◆ 갑작스런 피카츄, K 문화에 치중된 구성…’모터스포츠 왜하냐’ 반응 나올라

이번 포뮬러 E 서울 E-프리는 의미가 남다르다. 2021-2022 시즌8의 마지막 경기이자 2018-2019의 시즌5부터 사용된 GEN2 레이스카를 사용한 마지막 경기이며, 2013년 이후 9년만에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모터스포츠 행사다. 포뮬러 E 통산 99번째(R15)와 100번째(R16)경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이 강하다. 미흡한 준비는 물론 홍보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휴가철 막바지에 들어서는 8월, 교통량이 많은 주말의 잠실 일대를 통제하고 진행되기 때문에 교통 혼잡에 대한 불만도 크다.


메인모델로 내세웠던 방탄소년단(BTS)는 그룹활동 중단을 선언해 공연 무대에 서지도 않는다. 방탄소년단 멤버를 모티브로 한 타이니탄 굿즈 홍보는 계속 진행됐지만 BTS 없는 BTS 마케팅인 셈이다. 여기에 갑작스럽게 포켓몬GO의 피카츄 퍼레이드가 등장했다. 부족한 티켓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과 피날레 공연에 대한 홍보에 집중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모터스포츠에 대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CJ 슈퍼레이스를 비롯해 경기가 꾸준히 열리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모터스포츠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다. 다른 스포츠 경기와 비교해도 처참한 수준이다. 단 한 번의 경기도 최선을 다 해 치루어야 하는 상황에도 주객이 전도된 이벤트가 대중의 관심을 끌 리 없다. 글로벌 망신살의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났다.


최정필 기자choiditor@carmg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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