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지프 그랜드 체로키 L, 끌림에는 이유가 없다
가끔 그런 것이 있다. 특별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고 계속 끌리는 그런 것 말이다. 이유 같은 것도 필요 없이 마음에 드는 것. 지프(Jeep) 그랜드 체로키 L이 그런 느낌이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듬직한 모습 속 세련된 깔끔함. 여기에 모험심을 자극하는 매력으로, 동급 경쟁모델과 비교해 남다른 특별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른게 중요한 것이 아닌, 감성을 자극해줄 수 있는 매력이 그랜드 체로키에는 가득하다.
시승모델 : 지프 그랜드 체로키 L (서밋 리저브 : 9,880만원)
끌림의 시작
이전의 그래드 체로키와 비교하면 새로워졌지만, 지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세븐 슬롯은 지난 78년 동안의 자유와 모험 그리고 진정성과 열정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그랜드 체로키만의 포인트를 강조한 헤드라이트와 테일램프는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단정하다. 마치 멋진 수트를 입은 강인한 인상의 터프가이다.
전장 5,220mm와 축간 거리 3,090mm는 롱 휠 베이스 모델다운 굵직한 사이드 라인에 웅장함과 묵직함을 더한다. 덕분에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깔끔함을 보여준다. 이 묵직한 매력은 실내에서도 넓고 편안하며, 고급스러움으로 한층 무게감을 더한다.
3열의 넉넉함에 고급스러움을 담은 실내
지프 그랜드 체로키 L 은 3열까지 고급스러움을 잘 담아냈다. 특히 최대 100cm의 레그룸을 제공하는 2열 공간은 더욱 편안함을 느낄 수 있으며, 3열까지 여유롭게 탑승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490리터, 2, 3열 폴딩 시 최대 2,390리터의 광활한 공간을 보여준다. 이 차의 성격을 정말 잘 알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로, 2열 센터 콘솔까지 평탄화가 가능해 매트를 깔고 차박을 즐기기에도 손색없는 여유로움이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최상급 팔레르모 가죽시트와 우드그레인으로 감싸진 실내는 적절한 하이그로시가 조합돼 고급스러우면서도 무게감 있는 모습을 연출한다. 스티어링휠부터 무게감이 남다르다. 그랜드 체로키는 지프의 여러 차종 중에서도 고급스러움과 다양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깔끔한 모습 너머로 보이는 디지털 클러스터는 오프로드까지 가능한 차량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변속기 온도, 오일압력, 피칭 및 롤링 각도 등 계기판에 띄워주는 정보는 단순히 ‘가능한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지녔음을 강조한다.
티맵이 내장된 10.1인치 터치 스크린은 차량 세팅 및 내비게이션 등을 시원시원하게 볼 수 있고, 사용하기에도 어렵지 않다. 눈에 띄는 점은 조수석에도 작은 모니터가 있어서 인포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마사지 시트의 기능도 확실하게 몸을 편안하게 해주거나, HUD 기능까지 더해져 운전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등 디테일들을 놓치지 않았다.
여기에 하나 더 마음에 드는 점은 ‘매킨토시 사운드 시스템’ 이 적용되어 있다는 점이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깔끔한 음역대를 즐길 수 있어서 운전하는 내내 귀가 즐겁다. 이런 것들 외에도 운전할 때 또 한번 즐거움을 보여준다.
묵직한 운전의 즐거움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 토크 35.1kg.m를 발휘하는 3.6리터 V6 가솔린 엔진에 쿼드라 트랙 II(Quadra-Trac II Selec-Terrain) 사륜구동 시스템과 8단 자동변속기를 갖춘 지프 그랜드 체로키는 과격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차는 아니다. 하지만 파워와 기능 모두 지프다운 매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과연, SUV 명가답다.
5가지로 제공되는 터레인 모드는 토글 스위치를 통해 간편하게 바꿀 수 있으며, 터레인 모드에 따라 에어 서스펜션이 차고를 조절해준다. 자동모드에서는 주행환경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차고를 바꿔주기 때문에 오프로드를 가는 것이 아니라면 딱히 신경 쓸 필요 없이 편안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폭발적인 가속력은 아니지만, 박력 있는 6기통의 사운드와 함께 최대 2,286kg 의 견인력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카라반 등을 끌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묵직한 느낌의 가속, 한 박자 느린 듯한 변속타이밍과 가속은 모두 이유가 있다. 부드러우면서 뛰어난 견인력을 위한 것. 오프로드 주행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세팅이다. 고로 지프만의 오랜 노하우가 담겨 있는 세팅이니 힘없다고 오해하면 안된다. 오히려 고속주행시의 묵직한 주행안정감은 이 차에 대한 신뢰성과 함께 미국차 만의 매력을 드러낸다.
이 외에도 최대 609mm까지 가능한 도하기능과 안전을 위한 드라이빙 어시스트 및 나이드 비전 카메라, 뒷좌석 모니터링 카메라 등 다양한 안전 및 편의장비는 이 차의 성격을 명확히 정의한다. 지프의 DNA를 고스란히 품고 있어 모험을 즐기기에 적합하지만, 패밀리카로도 딱이라는 점이다.
총평 : ★★★★★
동급 SUV 에서 진정한 SUV 다운 모험과 열정, 자유를 느끼고 싶다면 지프 그랜드 체로키를 추천한다. 온로드에서 정숙성과 편안함은 물론, 오프로드에서까지 그랜드 체로키는 묵묵하고 확실하게 제 역할을 해낸다. 이 외에도 끌림의 이유들은 많지만 다 적기 힘들다. 마치 “몸에 참 좋은데, 말로 설명할 수가 없네~” 라는 것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끌림이 확실한 지프 그랜드 체로키다. 남다른 SUV 를 찾고 있다면 이젠 지프 그랜드 체로키를 알아볼 타이밍이다.
한용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