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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경쟁자가 늘어나도 여전히 아이콘, 더 뉴 포드 익스플로러

과거 대형 SUV라는 차종이 생소할 땐 그랬다. 경쟁모델이라고 할만한 차가 없었을 땐 당연히 이 모델이었다. 미국에서 건너와 압도적인 인지도와 강력한 견인력, 넉넉한 공간감으로 ‘아이콘’이었던 시대를 보냈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포드 익스플로러는 그런 모델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SUV 차종이 인기를 얻으며 그 위상이 살짝 꺾였다. 비슷한 크기의 모델도 시장에 등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익스플로러는 대형 SUV 시장의 개척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그리고 2024년 11월, 6세대 모델이 국내 출시됐다. 내건 슬로건은 ‘시작은 호기심과 확신’이다. 한층 대담해진 실내외 디자인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름이 주는 확신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속내다. 과연 이번 익스플로러의 변화 포인트는 무엇일까. 

먼저 이번 익스플로러의 변화 포인트는 2.3 에코부스트로 단일화한 파워트레인 구성과 함께 새롭게 도입한 ST 라인 트림이다. 효율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챙긴 2.3 에코부스트 엔진은 익스플로러에 맞춰 새롭게 조율됐고, 블랙 색상과 함께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한 ST 라인은 젊은 고객층을 유혹한다. 플래티넘 트림에서는 크롬 라인을 곳곳에 적용, 기존 익스플로러가 갖고 있었던 세련됨을 강조한다.


외관은 얼핏 보기에는 과거 익스플로러가 갖고 있었던 특유의 듬직함을 유지했다. 그러나 세세하게 뜯어보면 그 변화는 상당하다. 익스플로러라는 모델이 갖고 있었던 고유의 이미지는 지키면서도 확실하게 다른 인상을 지닌 것. 이는 포드가 익스플로러를 디자인함에 있어 굉장히 공을 많이 들였음을 대변한다. 언제 어디서 봐도 ‘익스플로러’일 것. 이를 드러내는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실내는 최근 트렌드와는 약간 거리가 있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순 없다. 세련됨은 조금 떨어질지언정, 사용의 편의성 만큼은 뛰어나기 때문이다. 12.3인치 LCD 디지털 클러스터와 13.2인치 LCD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의 반응성은 매끄럽고, 시인성은 뛰어나다. 국내엔 출시되지 않았지만 F-150 등에 적용된 모습과 비교하면 옛 형태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언컨데 사용은 더 편리하다. 더욱 넓게, 더욱 복잡하게 변화되어 가는 최근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와 비교하면 소위 ‘올드 패션’이 더 매력적인 이유다.


1열의 수납공간은 다양하게 분리되어 있다. 덕분에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등 스마트폰 미러링 서비스를 쓰면서도 충전하는데 불편이 없다. 이외에도 지갑, 음료, 작은 우산, 카드 등 단순해보이지만 명확히 구분된 수납공간의 형태는 개성은 강조되지 못할지언정 대중성은 확실히 확보했다.

2열은 ST 라인의 경우 독립형 캡틴 시트가, 플래티넘은 일체형 벤치 시트가 적용됐다. 이에 따라 전체 탑승 인원도 ST 라인은 6인승, 플래티넘은 7인승이다. 더욱 고급스럽고 편안함을 찾고자 한다면 링컨 브랜드의 모델로 넘어갈 필요는 있다. ‘포드’라는 대중형 브랜드에서 조금 더 편리함을 찾자면 두가지 트림 모두 높은 만족도를 전달할 수 있는 구성이다.


모든 탑승자에게 듣는 즐거움을 선사할 뱅앤올룹슨(B&O) 오디오는 트림에 따라 차이를 줬다. ST 라인에는 10개의 스피커를, 플래티넘에는 14개의 스피커를 탑재해 입체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시승회에 참가한 기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ST 라인의 10 스피커 역시 부족함을 느끼긴 어려웠다는 점이다. ‘ST 라인’을 주력으로, 높은 접근성과 합리적 구성을 시도한 것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2.3 에코부스트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는 최고출력 304마력, 최대토크 43kg.m를 발휘한다. 과거 더 큰 배기량의 엔진에 익숙하다면 걱정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필요 없다. 이번 세대에서 2.3 에코부스트 엔진으로 단일화를 했을 뿐, 익스플로러에 2.3 가솔린 엔진이 사용된지 꽤 됐다. 그리고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파워트레인은 더욱 다듬어졌다. 견인(Tow) 등 가혹한 주행 조건을 강조하는 북미 시장에서도 2.3 에코부스트 엔진과 익스플로러의 가치는 인정받았다.

그 가치를 증명하듯 익스플로러는 국내 도로에서도 무난한 승차감을 보인다. 1열보다는 2열에서 더 편안함이 느껴진다는 것이 동승한 기자들의 평가다. 에코와 노멀 모드에서는 부드럽고 매끄러운 변속과 가속을 느낄 수 있어 이 느낌이 배가 된다.


반면 스포츠 모드에서는 반응이 갈린다. 약간의 ‘우르릉’ 소리와 함께 튀어나가는 거대한 차체는 꽤 날렵하게 움직인다. 직접 운전을 하거나 조수석에 탄 이들은 꽤 스포티한 반응에 놀래는 반면, 2열에 탄 이들은 신경질적으로 느껴졌다고 표현한다. 가족과 함께 움직인다면 스포츠 모드는 피해야겠으나, 나 홀로 떠나는 여행이라면 스포츠모드와 함께 스트레스를 털어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처럼 새로운 익스플로러는 익숙하면서 편하다. 그러면서도 새롭다. 경쟁자가 늘었고, 또 강력한 경쟁자가 곧 출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런 시장 환경 속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롭게 추가한 ST 라인은 꽤 절묘하다. 익숙함과 편안함, 새로움을 합리성으로 묶었기 때문이다.


더 뉴 익스플로러의 국내 판매 가격은 ST 라인 6,290만원, 플래티넘 6,900만원이다. 선택품목과 편의장비에 있어 약간의 차이를 뒀지만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어떻게 보면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모델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익스플로러는 포드에게 있어 늘 히어로였다. 성능적, 스타일적 히어로가 아닌 판매량을 지켜주는 든든한 기둥이다. 새로운 익스플로러 역시 그럴 기둥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최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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