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현대 ST1, 테슬라 이상 가는 사골 ‘포터·봉고’ 대체 가능할까
포터와 봉고는 터줏대감을 넘어 적폐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다. 그동안 편의장비의 추가, 배출가스규제 강화에 따른 개선 등이 계속 됐지만 출시 자체는 2004년에 이뤄졌다. 2012년 출시해 한번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던 테슬라 모델 S 보다도 오랫동안 판매 중인 셈. 후속 모델에 대한 논의도 솔솔 나오지만 20년동안 판매해온 덕에 도로 위에서 보이는 1톤 트럭은 모두 포터·봉고다.
이런 소형 화물차를 운용하는 이들에게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선택지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포터와 봉고로 양분되는 1톤 트럭 시장에 새로운 모델이 나타났다. 스타리아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플랫폼, ST1이다.
서비스 타입1(Service Type1)이라는 명칭 답게 다양한 형태로 구성이 가능하다. 다만 지금은 ▲카고 ▲카고 냉동 2개 형태만 출시됐다. 추후에는 섀시캡 형태를 추가, 다양한 형태로 특장 장착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차 이름과 어울리는 확장성을 갖추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존재가 있다. 스타렉스를 기반으로 했던 리베로다. ST1 역시 스타리아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정신적 후속작이라고 할 만 하다. 호평하는 이들에겐 명작의 귀환, 혹평했던 이들에겐 여전히 의심의 대상이지만 지금까지도 많이 회자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스타리아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차체는 현대차그룹의 3세대 플랫폼이 사용됐다. 차체 특성과 용도에 맞춰 저상화를 이루고, 길이를 더 늘렸다. 덕분에 바퀴 사이 거리(휠베이스)는 스타리아보다 약 275mm 더 긴 3,500mm에 달한다. 포터·봉고보다 1미터 가까이 더 긴 셈이다(더 뉴 봉고III 초장축 기준 2,615mm). 덕분에 ‘크고 높다’보다 ‘길다’는 인상이 먼저 반긴다.
운전석에서의 시야는 기존 탑차보다 막혀있다. 스타리아보다 더 넓은 적재함을 부착한 덕에 폭이 2,015mm에 달하기 때문이다. 사이드미러를 통해 보이는 툭 튀어나온 적재함의 모습은 대형 트럭을 모는 듯 사각지대를 신경쓰게 만든다.
적재함 때문에 룸미러는 삭제됐다. 덕분에 후방시야 확보가 쉽지 않다. 후방 카메라를 이용한 주행보조시스템으로 뒤쪽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내비게이션 화면 구석에 조그만한 크기로 제공된다. 원가 상승의 이유였겠지만 디지털 룸미러를 적용해 기존 스타리아와 유사한 시야를 확보해줬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타리아를 기반으로 했기에 라운지 모델에 적용된 것과 같은 버튼식 변속기가 적용됐다. 인포테인먼트 역시 ccNC 타입이 적용됐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은 티맵 내비게이션이다. 주요 사용자층 선호도에 맞춘 선택이었겠으나 기존 현대차그룹의 내비게이션과는 안내방식과 목적지 입력 방식 등이 다소 차이가 있다.
스마트 드라이브 레디는 카고 모델에서는 유용하지만 카고 냉동 모델에선 계륵같은 존재다. 착좌센서를 통해 도어 열림 여부와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감지, 시동을 자동으로 켜고 꺼주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카고 냉동의 경우 냉동 장치의 작동 유지를 통해 자동으로 켜는 것만 가능하다. 최초 시동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냉동 모델의 특성을 따지면 당연한 조치와 논리지만 냉동장치만 별도로 조작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배터리 효율은 용도 대비 훌륭한 편이다. 냉동장치를 켜지 않고, 공차 상태로 서울 압구정에서 인천 영종도까지 달렸을 때 배터리는 73%에서 58%로 감소했다. 냉동장치를 최대로 가동 후 동일한 코스로 돌아왔을 때는 31%의 배터리가 남았다. 화물 적재 시 무게에 다른 주행거리 감소를 고려해도 인증 주행거리 298km 보다는 여유로운 운영이 가능하다.
냉동 장치는 최저 영하 25도로 설정 가능하다. 25도의 날씨에서 야외 주차장에 충분히 방치된 적재함의 온도는 22.7도. 약 한시간의 주행하는 동안 영하 10도까지 온도를 낮췄다.
ST1의 판매 가격은 ▲카고 스마트 5,980만원 ▲카고 프리미엄 6,360만원 ▲카고 냉동 스마트 6,815만원 ▲카고 냉동 프리미엄 7,195만원부터 시작한다. 보조금의 경우 ▲카고 1,100만원 ▲카고 냉동 1,4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 보조금까지 받을 경우 서울 기준 4,400~4,800만원대 구매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