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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가 사라진다면…

삼성SDS가 사라진다면…

삼성SDS에 대한 이야기가 IT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네요.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삼성SDS를 쪼개서, 노른자인 물류 사업을 삼성물산에 넘겨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어쩌면 삼성SDS가 공중분해 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삼성그룹 시스템 관리는 삼성전자에 넘기고, 나머지 시스템 통합 사업은 자회사인 미라콤아이앤씨 등이 맡아서 할 것이라는 소문도 돕니다.


이런 소식에 소액주주들은 분개하고 있습니다. 대주주 일가의 이익을 위해 주식 가치가 떨어지거나 자칫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삼성SDS의 주가가 높았던 것은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힘이 컸는데, 삼성그룹이 삼성SDS를 찬밥 취급하면 주식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IT, 특히 소프트웨어 종사자들의 반응이 특이합니다. 큰 형님 격인 삼성SDS가 공중분해 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별로 동요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차라리 이 김에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사라져라”라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이는 그동안의 원망, 실망이 쌓인 결과입니다. 특별한 기술력이나 혁신 없이 삼성이라는 배경 하나로 시장을 장악하고, 갑 중의 갑으로 군림해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삼성SDS는 삼성그룹의 SM(시스템관리)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삼성SDS 의 경영적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일이지만, 경쟁력 강화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생존의 위기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때 경쟁력이 올라가기 마련이죠. 물론 이는 삼성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 IT자회사의 공통점입니다.


삼성SDS를 비롯해 국내의 많은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회사들은 수많은 프로젝트 경험을 보유했음에도 그것들을 제품화하거나 서비스화하지 못했습니다. 인력을 공급하는 용역사업에 머물러 있는 상태입니다. 용역 사업모델로는 해외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 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하도급에 의존했고, 중소기업과 마찰이 적지 않았습니다. 삼성SDS와 같은 대기업 SI는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엔 공공의 적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SDS라는 회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은 IT업계에 미묘한 감정을 가져옵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배출할 정도로 국내 최고의 인재가 모여있었던 회사였는데, 언젠가부터 인력소개소처럼 돼버렸다는 평가입니다.


삼성그룹으로부터 찬밥 신세가 된 삼성SDS를 IT업계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아쉬워 해야 할까요? 아니면 오히려 생태계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이해해야 할까요?


지난 2008년 금융경제학 저널에 실린 논문 ‘GM에 좋은 것이 미국에 좋은가’라는 논문에 따르면, 최상위 기업의 출현과 쇠퇴가 빨랐던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높았다고 합니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경제성장의 결정적 요인은 떠오른 유망기업이 아니라 사라진 거대기업이라는 주장을 펼칩니다. 큰 기업이 망해야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입니다.


혹시 삼성SDS가 사라지더라도 이 논문의 주장처럼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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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기자 심재석입니다.. IT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