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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반출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구글 지도 반출 논란, 어떻게 생각하

구글 지도가 논란입니다. 구글이 국토지리정보원에 공식적으로 한국 지도 정보 반출을 공식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법에 따르면, 정부는 이 요청에 대한 허가여부를 8월 5일까지 결정해야 합니다.

 

구글의 요청은 간단합니다. 한국의 지도 정보를 해외에 있는 자신들의 서버에 저장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국내 법에 따르면, 지도 정보는 원칙적으로 해외에 반출할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허가를 받으면 가능합니다.

 

구글의 요청으로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도 반출은 안보를 위협한다는 주장부터, 지도 반출 금지는 산업 규제일 뿐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한국 지도 반출 안보를 위협하나

구글 지도 반출 논란, 어떻게 생각하

구글의 지도 반출을 허락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표적인 주장은 안보를 위협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고민이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어떤 이유로도 국가 안보에 해가 되는 일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표정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왠지 승인해 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정부는 구글이 요청한 지도 정보의 반출 자체에는 큰 거부감이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구글이 요청한 지도 정보에는 이미 국가 안보와 관련된 시설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정부의 관심은 구글 지도가 아니라 구글 어스입니다. 구글 어스는 구글의 위성 지도 서비스입니다.

 

구글 어스는 위성에서 찍은 사진들로 돼 있기 때문에 청와대를 비롯해 안보 관련 시설이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구글 어스뿐 아니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의 모든 위성 지도 서비스에는 전 세계의 안보 시설이 다 노출돼 있죠.

 

정부는 구글 어스에서 국내 안보 시설 이미지를 지우고 싶어 합니다. 구글이 지도 정보 반출을 요구하자, 정부는 위성 지도에서 한국의 안보시설을 지우면 반출을 허가하겠다고 협상안을 제시합니다.

 

즉 구글 지도 반출 문제는 그 자체로 안보를 위협하는 사안은 아니고, 구글 어스에서 안보시설을 지우기 위한 정부의 협상 카드인 셈입니다.

 

정부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정부는 오래 전부터 해외 위성 사진에서 국내 안보 시설을 지우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아무런 수단이 없었습니다. 해외 업체가 해외에서 하는 서비스에 왈가왈부할 방법이 없었죠. 이번에 구글이 지도 반출 요청함으로써 처음으로 우리 정부에게 협상 카드가 생긴 셈입니다.

 

아마 정부는 이 협상카드를 잘 활용해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구글 어스에서 국내 안보 시설을 지우면, 그 레퍼런스를 가지고 다른 해외 업체에도 요청하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구글 입장에서 보면 이 카드를 받아주기 난감할 것입니다. 수많은 나라들이 위성 사진에서 자신들의 안보 시설을 지우고 싶어합니다. 만약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우후죽순 요청할 것이고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집니다. 이 요청을 다 받아들인다면 구글 어스 서비스는 너덜너덜해져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구글, 국내에 서버 안 두나 못 두나

구글 지도 반출 논란, 어떻게 생각하

구글의 지도 반출을 반대하는 또다른 주장은 ‘괘씸한 구글’입니다. 그렇게 한국에서 지도 서비스를 하고 싶으면 한국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면 될 문제인데, 투자는 하지 않고 거져 먹으려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에 구글은 기술적 이유를 댑니다. 구글 지도는 클라우드 서버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 귀속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구글 주장에 일리는 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국적을 논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지요.

 

만약 구글이 한국에 서버를 두고 지도 서비스를 운용한다고 해도 해외에 복제 데이터가 저장돼야 합니다. 구글은 데이터를 한 곳에만 저장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구글이 기필코 하고자 한다면 못할 일은 아니지요. 일단 국내에 서버를 두고 백업을 위해 복제본 반출을 요구하면 얘기가 또 달라질 수도 있고, 서울-부산, 서울-제주도 등 최대한 원거리에 백업 서버를 둘 수도 있습니다. 국내 업체들은 다 그렇게 하고 있죠.

 

전체 아키텍처에서 한국을 예외로 두려면 별도의 투자가 필요할텐데, 아마 구글 입장에서 볼 때 한국 시장의 가치가 그 정도까지는 아닌 듯 합니다.

 

뭐 한국의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투자를 꺼려한다면, 구글을 탓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서로 이해가 안 맞으면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 그만이니까요.

누가 손해일까?

구글 지도 반출 논란, 어떻게 생각하

하지만 한국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지 않는 구글이 괘씸하다고 그냥 돌아서면 그뿐일까요? 괘씸한 구글에 한방 먹였으니 시원하다고 생각할 문제일까요?

 

구글의 지도 서비스는 사실상 글로벌 표준입니다. 글로벌 표준 서비스를 한국에서만 이용하지 못하게 될 때 우리 손해는 없을까요?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당연히 스마트폰을 열고 구글 지도 앱을 실행시키는 해외 관광객의 불편은 그냥 무시한다 치고, 지도 기반으로 융합 서비스를 만드는 국내 기업들의 이중투자는 큰 문제는 아니라고 넘어가죠.

 

하지만 국내 IT 산업이 갈라파고스로 갈 수도 있다는 우려는 쉽게 넘기기 어렵습니다. 지도는 수많은 혁신 서비스의 기반이 됩니다. 에어비앤비, 우버 등 근래에 가장 혁신적이라고 칭송받는 서비스들은 모두 지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도는 혁신 서비스의 발판입니다.

 

물론 우리에게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훌륭한 지도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구글 지도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의 표준적인 서비스가 국내에 제공되지 않을 때 한국의 인터넷은 갈라파고스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표준 지도에 기반한 해외의 혁신 서비스가 한국에 들어올 때 장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던 2008년 국내에서 등장한 최고의 스마트폰은 옴니아였습니다. 옴니아가 나왔을 때 “삼마에(삼성전자, 에스케이텔레콤, 마이크로소프트)가 뭉쳐 역사상 가장 강력한 휴대폰을 탄생시켰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아이폰을 경험하기 이전까지 우리는 옴니아가 얼마나 스마트하지 못한 스마트폰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서비스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이폰는 막는 것이 오히려 옴니아의 등장을 이끌었듯 글로벌 서비스를 막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킵니다.

 

구글 지도 문제에 대한 질문은 이렇게 정리돼야 합니다.

 

정말 안보 문제라면, 당장 논란을 접어야 합니다. 안보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반면 구글이 잘했느니 못했느니 따지는 것은 의미 없습니다. 구글은 그저 자신들의 이득에 따라 움직일 뿐입니다. 구글의 괘씸함이 우리 선택의 근거가 되면 안됩니다. 구글을 굴복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 아니니까요.

 

구글의 이해와 관계없이 우리는 그저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하면 그 뿐입니다. 구글 지도 서비스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 좋은지, 없는 것이 좋은지 그 선택만 하면 됩니다.

 

글. 심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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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기자 심재석입니다.. IT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