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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의 윈도10, 나델라의 운명을 바꾼다

윈도10으로 PC시대와 절연, MS를 플랫폼사업자로 탈바꿈...나델라와 MS 명운 결정

MS의 윈도10, 나델라의 운명을 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진화할 것인가, 과거 영광만 간직한 화석으로 남을 것인가?

 

‘IT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앞날을 결정할 차기 운영체제(OS) 윈도10이 7월29일 선보인다.

 

윈도10은 지난해 2월부터 MS를 이끌고 있는 사티아 나델라 CEO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준비한 회심의 역작이다.

 

MS는 과거 세계 운영체제(OS)시장의 90%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최근 IT생태계가 PC 중심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구글과 애플 등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나델라는 윈도10 출시 이전부터 MS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써 왔다.

 

윈도10은 이런 나델라의 전략이 총체적으로 집약된 산물이다. 나델라는 “윈도10은 더 이상 운영체제(OS)가 아니라 PC와 모바일 생태계를 아우르는 플랫폼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과거 MS가 놀이터에 들어가는 기구를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였다면 나델라의 MS는 놀이터를 제공해 주고 그 안에 사람을 끌어 모아 수익을 얻으려 한다.

 

나델라는 윈도10으로 MS가 완벽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나델라, 윈도10으로 과거와 절연 선언

MS는 7월29일 윈도10 PC버전과 태블릿PC버전을 세계 190개국, 111개 언어로 내놓기로 하고 현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받고 있다.

 

윈도10은 전작인 윈도8 이후 윈도9 대신 바로 ‘10’이라는 이름을 달았다는 점과 MS가 나델라 체제에서 처음으로 내놓는 OS라는 점 때문에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나델라는 윈도10이 전작과 다른 운영체제(OS)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나델라는 윈도10을 PC버전뿐 아니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 콘솔게임기, 스마트TV, 웨어러블 등 다양한 기기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MS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이들 기기에 장착될 윈도도 선보이기로 하고 현재 막바지 보완작업을 펼치고 있다.

 

MS는 윈도10에 ‘익스플로러’를 20년 만에 대체하는 새로운 인터넷 브라우저 ‘엣지’를 탑재했다. 또 윈도8.1이 적용된 윈도폰에서 최초로 선보였던 음성인식 개인비서 ‘코타나’도 적용했다.

MS의 윈도10, 나델라의 운명을 바

마이크로소프트 차기 운영체제 윈도10.

나델라는 윈도10의 배급에서도 전작과 확연히 구분되는 전략을 채택했다.

 

MS는 윈도7 버전 이상의 윈도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에게 1년 동안 윈도10 무료 업데이트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불법복제된 윈도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에게도 바탕화면에 경고창을 띄우는 선에서 윈도10 무료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나델라 이전 MS를 이끌었던 스티브 발머 전 CEO나 창업자인 빌 게이츠 기술고문 시절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델라의 전략은 윈도10을 거의 '공짜'로 뿌리는 것과 비슷한데 이는 '좋은 디바이스(장치)를 만들면 잘 팔릴 것'이라던 발머의 전략과 상당히 배치되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S가 윈도8에서 윈도9를 거치지 않고 바로 윈도10으로 넘어간 것은 나델라의 철저한 계산”이라며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윈도10은 전작 윈도와 완전히 다른 개념의 OS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델라가 윈도10 확산에 사활을 건 까닭

나델라는 왜 판매수익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윈도10 확산에 그렇게도 사활을 걸까?

 

나델라는 MS가 더이상 소프트웨어 제조와 판매로 IT강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고 본다.

 

MS는 과거 윈도XP 시절 한때 세계 PC 운영체제시장의 9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IBM, 인텔 등 하드웨어 제조업체와 제휴를 맺고 그들이 제조하는 PC에 윈도를 장착하는 것만으로도 큰 수익을 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MS의 이런 전략은 한계를 맞게 됐다.

 

시장조사기업 IDC에 따르면 PC 판매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MS에게 더 심각한 문제는 사람들이 PC 앞에서 보내는 시간도 점차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은 MS에게 곧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PC사용 빈도가 점차 낮아진다는 것은 윈도가 점차 필요 없어진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대신 MS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 환경의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올림픽 소식을 가장 많이 접하는 플랫폼은 PC인터넷이었다. 하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올림픽 뉴스를 보는 사람들의 숫자가 더 늘었다.

 

이는 한 때 MS보다 크게 뒤쳐졌던 구글이나 애플의 지위가 점차 올라가는 대신 MS는 점차 설 곳을 잃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델라는 23년 동안 개발자로 MS에서만 근무해 왔는데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나델라는 CEO에 취임하자마자 주력상품 가운데 하나인 오피스를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에 개방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 때문이다.

 

MS의 윈도10, 나델라의 운명을 바

MS는 윈도10에 '엣지'라는 신형 인터넷 브라우저를 탑재했다. 엣지는 기존 '익스플로러'를 20년 만에 밀어낸 것이다.

이는 “윈도10을 세계 10억 개 IT기기에 장착하겠다”고 천명한 나델라의 윈도10 전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나델라는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약 30개 업체와 제휴를 맺고 MS의 번들 애플리케이션을 장착했다.

 

나델라는 또 윈도10 모바일 버전을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내놓을 뜻도 밝혔다. TV와 게임기, 심지어 웨어러블 기기에도 PC와 비슷한 성능을 내는 윈도10을 장착하겠다는 것도 나델라의 전략이다.

 

이는 MS가 기존 윈도 모바일 버전을 MS의 윈도폰에만 적용했던 선례를 깨는 것이기도 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윈도10 확산을 결정짓는 것은 모바일이 될 것”이라며 “윈도폰 점유율이 3%대에 머물러 윈도10을 윈도폰 독점으로 공급할 경우 모바일 생태계에서 구글과 애플에 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바일 생태계가 구글과 애플에 넘어간 이상 MS가 이들에 수수료를 줘 가면서까지 윈도10을 확산시키려 하는 이유는 당연하다”며 “앞으로 IT업계에서 생존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모바일 환경에서 어떤 영향력을 가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MS 체질개선 핵심은 “플랫폼사업자, MS”

나델라는 윈도10이 충분히 확산되기만 하면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플랫폼으로서 윈도10'이 나델라가 생각하는 윈도10의 본질이기도 하다.

 

나델라는 모바일과 클라우드가 주가 된 IT생태계에서 판을 주도하는 것은 고객이라고 생각한다. 사업자가 시장을 쥐락펴락 하던 시대는 갔다는 것이다.

 

그가 취임 일성으로 외쳤던 “모바일 우선, 클라우드 우선” 전략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이를 위해 새로 탑재되는 웹 브라우저 ‘엣지’에 구글의 ‘크롬’처럼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앱을 다운받아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개발자들이 엣지에 자유롭게 앱을 만들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의 폐쇄적이었던 정책을 바꿔 개발자들에게 문을 연 것이다.

 

과거 MS는 윈도 오류가 발생할 경우 사소한 것이라도 본사로 오류를 보고하게 했다. 중요한 코드(소스)는 사용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개발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면서 앞으로 윈도10 기반의 다양한 앱들이 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PC와 모바일에서 윈도10의 경계를 허무는 것도 나델라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그는 마치 구글의 ‘아이튠즈’처럼 윈도10 PC버전과 모바일 버전을 서로 연동하려고 한다.

 

가령 PC에서 작업하던 것을 모바일로 옮겨와 자연스럽게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 이는 단지 PC와 스마트폰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스마트 TV와 게임기 등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윈도가 놀이터에 설치된 미끄럼틀이나 시소였다면 윈도10은 놀이터 그 자체”라며 윈도10의 개념을 한 마디로 요약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놀이기구를 좋아할지는 사용자들의 몫”이라며 “나델라는 단지 놀이터에 사람들을 끌어들여 그 안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얻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MS의 윈도10, 나델라의 운명을 바

MS 나델라 신임 CEO(중앙)가 지난해 2월4일 본사에서 빌 게이츠 초대 CEO(좌)와 스티브 발머 2대 CEO 등과 함께 임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나델라의 계획은 성공할까?

나델라는 취임 뒤 지난 1년 동안 MS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다.

 

그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모두 1만8천여 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오피스를 개방하며 클라우드와 연계한 ‘오피스365’의 확산에도 큰 공을 들였다.

 

나델라의 노력은 점차 성과를 내고 있다. MS는 2013년 회계년도 기준 전체 매출의 약 60%에 해당하는 160억 달러를 애저와 오피스365 등 사무용 클라우드사업으로 거둬들이며 아마존에 이어 이 부문 세계 2위 사업자로 성장했다.

 

MS의 창립자인 빌 게이츠도 나델라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게이츠는 지난 4월 MS 설립 4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나델라의 사업방식을 지지하며 그가 MS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이제 관건은 MS의 체질을 변화시키려는 나델라의 의도가 집약된 윈도10이 시장에서 얼만큼의 성과를 내느냐 하는 점이다.

 

나델라의 전략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윈도10 모바일 버전의 성능이 고객들의 욕구를 얼마나 맞출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윈도10 PC버전의 용량만 하더라도 10기가바이트(GB)에 육박하는데 모바일 환경에서 PC와 거의 차이가 없는 성능을 과연 구현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MS가 윈도10 모바일버전의 출시를 미루는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MS는 지난 2월 공개했던 윈도10 모바일버전에서 엣지 브라우저 대신 기존의 익스플로러를 장착한 버전을 선보였다. 기술적으로 아직 한계를 벗어나지 못 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윈도10 성공의 핵심열쇠가 될 엣지 브라우저의 성능도 나델라로서 혼신의 힘을 쏟는 대목이다.

 

MS는 엣지 브라우저가 기존 익스플로러보다 최소 3배 이상 빨라 속도 면에서 점유율 1위인 구글의 크롬과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엣지 브라우저가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속도와 액티브X를 없앤 것 따위는 엣지의 성공에 그다지 큰 영향을 줄 만한 요소는 아니다”라며 “더 중요한 것은 개발자들이 얼마나 엣지 브라우저를 이용하느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글 크롬의 경우 이미 개방된지 꽤 되기 때문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앱들이 자리를 잡았다”며 “MS가 윈도8부터 앱스토어를 열기는 했지만 구글에 비해 개발자들에게 외면받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엣지 브라우저로 이를 얼마나 만회할지가 사업 성공의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나델라가 성공적으로 MS를 개혁할 경우 빌 게이츠에 이어 또 한 번 MS신화를 쓴 인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마치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팀 쿡의 애플로 변한 것처럼 달라질 수 있다.

 

나델라는 1967년 인도에서 태어나 '인도의 MIT'로 불리는 마니팔 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위스콘신-밀워키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2년부터 MS에서 근무를 시작해 클라우드와 엔터프라이즈 그룹 부회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2월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에 이어 MS의 3대 CEO로 선임됐다. 

 

2008년 MS가 구글 크롬에 대항하기 위해 내놓았던 인터넷 브라우저 '빙'이 나델라가 주도한 작품이다. 빙은 비록 크롬에 밀리기는 했지만 익스플로러보다 훨씬 가볍고 검색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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