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급여반납 공기업 공공기관 수장들, 고통분담 누가 많이 하나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공기업 사장과 공공기관 기관장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잇따라 급여의 일부를 자발적으로 반납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월 급여의 10~30% 정도를 일정기간 반납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
1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자료들을 기반으로 분석하면 코스피에 상장된 공기업 7곳 가운데 가장 많은 급여를 반납하게 되는 기관장은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스피에는 한국전력, 강원랜드, 한국가스공사, 한전KPS, GKL(그랜드코리아레저), 한국전력기술, 지역난방공사 등 모두 7개의 공기업이 상장돼있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월급여의 10%를 12개월 동안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장들이 월급여의 30%를 반납하기로 결정한 것과 비교하면 20%포인트 가량 적다. 하지만 4개월 동안 반납하는 기관들보다 8개월가량 기간이 길다는 차이가 있다.
김 사장의 급여는 연봉제로 김 사장의 급여로 2019년 책정된 예산은 1억5525만4천 원이다. 경영평과에 따른 성과급이나 기타 성과 상여금은 모두 제외한 순수 기본급만이다. 2018년보다 2019년에 2.35% 가량 연봉이 인상된 것을 고려해 비슷한 수준으로 2020년 기본급이 산정된다고 가정하면 김 사장의 올해 기본급은 1억5890만 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한 달 기준으로 계산하면 1324만 원 정도다. 세금 등은 고려하지 않은 금액이다. 김 사장이 반납하는 금액은 매월 130만 원 정도씩 12개월 동안 모두 1560만 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전력과 함께 발전자회사인 김범년 한전KPS 사장과 이배수 한국전력기술 사장도 12개월 동안 월급여의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김범년 한전KPS 사장의 2019년 연봉이 1년 전과 비교해 0.58% 올랐다는 점을 감안해 2020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됐다고 가정한다면 김 사장의 올해 기본급은 1억3633만 원가량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기반으로 계산하면 김범년 사장이 12개월 동안 코로나19 고통 분담을 위해 반납하게 되는 금액은 모두 1360만 원 가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배수 한국전력기술 사장은 김범년 사장과 책정된 기본급이 같아 이 사장 또한 12개월 동안 1360만 원 정도를 반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은 공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임직원의 급여를 자발적으로 반납하기로 결정해 주목을 받았다. 황 사장을 비롯한 지역난방공사 임원들은 올해 연봉의 10% 수준인 9400만 원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 기간은 밝히지 않았다. 알리오에 따르면 황 사장을 비롯해 지역난방공사 임원은 모두 11명으로 1인당 부담하는 금액을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약 854만 원 정도다.
문태곤 강원랜드 대표이사 사장. |
문태곤 강원랜드 대표이사 사장은 월 급여의 30%를 4개월 동안 반납하기로 했다. 강원랜드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초유의 장기 휴장을 이어가며 실적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강원랜드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2월23일부터 20일까지 57영업일동안 휴장하기로 결정했다. 2019년 기준으로 책정돼있는 문 사장의 1년 기본급은 1억3864만4천 원이다. 2019년을 기준으로 하면 문 사장은 한 달에 1155만 원의 기본급을 받았다. 이를 기준으로 문 사장이 4개월 동안 반납할 금액을 계산해보면 달마다 346만 원씩 모두 1380만 원 정도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그랜드코리아레저 기관장인 유태열 그랜드코리아레저 사장은 이번에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임금 반납을 결정하지 않았다.
가스공사를 이끌고 있는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임금 반납에 동참하지 않았다. 가스공사는 4월 안에 임원급 임금 반납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는 3월9일 대구지역의 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 1억7천만 원을 대구광역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한 바 있다.
이 밖에도 2019년 기본급 기준으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약 1380만 원,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약 1320만 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약 1370만 원,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반납하는 금액은 약 1260만 원, 손병석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약 1190만 원,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이 약 1280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반납하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3월21일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 급여를 4개월 동안 30%씩 반납하겠다고 발표한 뒤 공기업과 공공기관 수십 곳이 급여 반납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공기업과 공공기관들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의 눈치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식 참여를 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장들이 반납한 급여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격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들과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