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가상현실에 페이스북의 미래를 거는 까닭
SNS와 가상현실 결합해 시장지배, 광고 장악...가상현실기기 보급이 관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자신의 책상 한 켠에 가상현실 장치인 오큘러스리프트를 올려놓고 있다. |
“문자와 동영상을 잇는 차세대 콘텐츠는 가상현실(VR)이다.”
마크 저커버그 CEO가 페이스북의 미래를 가상현실사업에 걸고 있다.
저커버그는 가상현실이 조만간 문자와 사진 혹은 동영상처럼 우리의 삶 깊은 곳까지 파고들 것으로 자신한다. 곧 가상현실이 소통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본다.
저커버그는 가상현실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가상현실사업은 2014년 2조5천억 원을 들여 인수한 ‘오큘러스’가 담당한다.
저커버그는 왜 가상현실사업에 주목하는 것일까?
저커버그가 페이스북과 왓츠앱,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상현실을 접목해 SNS를 놓고 벌어지는 경쟁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철옹성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가상현실이 사진이나 동영상보다 전달력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가상현실을 소통의 중심에 세우게 되면 페이스북의 주 수입원인 광고매출도 따라서 급증할 것으로 바라본다.
“페이스북의 미래는 가상현실”
페이스북이 7월 말에 내놓은 올해 2분기 실적은 다소 뜻밖이었다. 페이스북의 성장세가 주춤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올해 2분기에 매출 40억400만 달러를 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했다.
그런데 2분기 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0% 줄어든 7억1900만 달러에 그쳤다.
데이빗 웨너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페이스북이 가상현실과 관련된 신기술 개발에 투자를 대폭 늘렸기 때문에 2분기 순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올해 2분기 가상현실 사업과 관련된 연구개발에만 무려 11억7천만 달러를 지불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배 증가한 금액이다.
페이스북의 자회사 오큘러스가 개발한 가상현실 기기 '오큘러스리프트' |
마크 저커버그 CEO는 한술 더 떠 페이스북이 가상현실에 들어가는 투자를 더 늘릴 뜻을 내비쳤다.
저커버그는 “몰입형 가상현실에 투자하는 것은 가상현실이 문자와 사진, 동영상을 잇는 차세대 주력 콘텐츠가 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라며 “페이스북의 가상현실장치인 ‘오큘러스리스프’의 성공을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큘러스리프트는 페이스북이 2014년 2조5천억 원을 투자해 인수한 ‘오큘러스’의 가상현실 장치다.
오큘러스리프트의 본격적인 상용화는 2016년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삼성전자 등을 파트너로 확보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모바일 가상현실장치인 ‘기어VR’은 이미 시장에 출시됐다.
“가상현실은 소통 수단”
“가상현실은 사람들의 생각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한 발언이다. 앞으로 가상현실로 구현되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발언은 가상현실 사업이 그동안 걸어온 모습에 비쳐보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페이스북의 오큘러스리프트를 비롯해 소니가 개발하고 있는 가상현실 기기인 ‘모피어스’ 등은 모두 게임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페이스북이 MS와 제휴를 맺은 것도 MS의 콘솔게임기인 ‘엑스박스원’에 오큘러스를 독점으로 공급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가상현실 기술이 응용될 수 있는 분야가 훨씬 다양하다고 믿는다.
저커버그는 가상현실이 일상 속으로 파고들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PC를 사용하는 사람이 마우스와 키보드를 쓰는 것에 익숙하듯 미래에는 가상현실 장치를 착용하고 컴퓨팅하고 소통하는 시대가 자연스럽게 열릴 것으로 본다.
저커버그는 1월14일 콜롬비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앞으로 10~15년 뒤 컴퓨터나 스마트폰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가상현실기기를 착용하고 컴퓨팅을 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백투더퓨처2에 소개된 미래의 동영상 광고 |
가상현실로 광고시장 장악 야심
1989년 제작된 영화 ‘백 투더 퓨처 2’에는 지금도 기억되는 유명한 장면이 나온다.
미래 2015년으로 간 주인공이 갑자기 입을 벌리고 다가오는 상어에 놀라 몸을 숙이는 장면이다. 주인공이 보고 놀란 상어는 광고를 위해 3D 가상현실로 제작된 것이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커버그가 생각하는 가상현실의 미래도 이와 다르지 않다”며 “그는 가상현실을 적용한 페이스북의 SNS 광고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외신들도 저커버그는 가상현실 광고 플랫폼 사업에서 가장 앞선 기업으로 페이스북을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분석한다.
페이스북의 주요 수입원은 모바일과 PC인터넷 광고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올린 매출 140억 달러 가운데 93%인 130억2천만 달러를 광고수익으로 거뒀다.
페이스북은 최근 들어 사진과 문자로 제공되던 광고 대신 동영상 광고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구글의 유튜브를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페이스북 이용자마다 다른 정보를 제공하는 동영상 광고사업을 시작했다.
저커버그는 이 연장선에서 가상현실을 주목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소통의 중심이 문자와 사진에서 동영상으로 옮겨가고 동영상 광고가 확대됐듯이 페이스북이 가상현실로 독보적인 소통도구가 된다면 광고시장에서도 절대 강자로 군림할 수 있게 된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우리는 비디오 등 영상콘텐츠에 대해 깊이 있는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며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특이한 형식을 내놓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성공할까
글로벌 광고업계는 페이스북의 이런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문자보다는 사진, 사진보다는 동영상이 정보의 전달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증명된 상황에서 동영상보다 더 실감나는 가상현실을 이용한 광고가 일반화될 경우 페이스북에 광고를 내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불편한 착용감, 비싼 가격 등은 가상현실 기기 사업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사진은 소니가 개발하고 있는 가상현실 기기 '모피어스' |
하지만 저커버그의 전략이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먼저 가상현실 장치의 보급을 늘려야 한다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오큘러스리프트의 출시 가격은 1700~1900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 어지간한 PC 1대보다 비싼 가격이다.
게다가 오큘러스리프트와 같은 가상현실 장치는 사용이 불편하다. 손으로 쥐기만 하면 되는 마우스나 키보드와 다른 문제다. 오큘러스리프트와 모피어스, MS의 증강현실 장치인 홀로렌즈 등은 이용자가 2시간 가량 쓰면 불편함을 느낀다.
페이스북은 이런 기술적인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낙관한다. 또 광고뿐만 아니라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동영상 서비스를 내놓으면 페이스북의 충성심 높은 고객들이 기기를 구입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불과 20여 년 전 닌텐도가 내놓은 초창기 가상현실 장치가 무게 5kg에 책상에 고정해야 했던 점을 떠올리면 페이스북의 이런 전망은 현실성이 있다.
구글은 장치의 대부분을 골판지 소재로 개발한 초경량 가상현실 장치를 선보였다. 이보다 가벼운 ‘구글글라스’(스마트 안경)에 가상현실 기능이 추가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CCS 인사이트에 따르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시장규모는 2018년 4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현실 기기의 판매량도 매년 늘어 2018년 약 2400만 개의 관련 기기가 판매될 것으로 이 기관은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