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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이 삼성전자 벗어나 '삼성 총수'로 역할 넓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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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 등 계열사로 경영활동의 보폭을 넓히며 '삼성 총수'로서 위상을 키우고 있다.

 

삼성그룹이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 뒤 그룹 차원의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이 부회장도 삼성전자 경영에만 집중하던 것에 비해 이례적이다. 더욱이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이런 행보를 적극 알리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 부회장은 24일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요 임원을 만나 경영회의를 열고 삼성물산 구내식당을 방문해 임직원과 같은 공간에서 식사를 했다.

 

이 부회장이 일반직원들에도 공개적으로 모습을 보인 것은 삼성그룹 총수로서 리더십이 건재하다는 점을 알리고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수사, 이 부회장의 재판결과에 따른 거취 문제 등으로 삼성 계열사 전반에 불안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계열사 현안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뒤 리더십 약화를 우려하던 경영진과 임직원을 다잡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최근 이 부회장은 삼성SDI와 삼성전기 등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는 전자 계열사도 방문해 사업 추진방향과 중장기 투자계획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한동안 삼성전자 이외 계열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개적 행보를 자제해 왔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였던 삼성 미래전략실이 법적 근거 없이 계열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비판이 이어졌던 만큼 미래전략실 해체 뒤 여론을 고려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삼성전자로 경영보폭을 좁힌 것이다.

 

최근 이 부회장이 다시 그룹 총수로서 행보를 강화하는 점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이 그동안 구속수감에 따른 경영공백 등으로 삼성전자 경영에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오너경영자로서 역할과 능력을 놓고 회의적 시각이 힘을 얻고 있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기존 사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이 부회장이 주도한 자동차 전장부품과 시스템반도체 등 신사업은 성과를 확인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 부회장이 지난해 2월 출소한 뒤 올해까지 삼성전자 이사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아 등기이사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 총수로 역할을 강조하며 계열사 전반을 챙기는 것은 존재감을 보여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 등 영향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확산되며 삼성 계열사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 부회장이 총수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이 정부와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시각도 일각에서 나온다.

 

경제성장률 저하 등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에 경영공백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총수로서 역할을 전면에 부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를 진행중인 검찰과 이 부회장의 재판을 맡은 사법부도 이 부회장의 거취와 관련해 사회적 여론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운 만큼 이런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 부회장은 삼성 총수로서 뛰어난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뒤를 따르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4일 열린 경영회의에서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유명한 '신경영 선언' 당시 임원들에 "마누라 빼고 모든 것을 다 바꾸라"고 지시했던 것과 결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경영회의를 통해 삼성전자 이외 계열사를 전반적으로 챙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만큼 앞으로 경영보폭이 갈수록 넓어질 공산이 가능성이 크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운 상황에도 삼성의 사업은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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