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포켓몬고’ 발판 삼아 '게임의 애플' 되나
보유한 콘텐츠의 위력 재확인...콘텐츠와 새 게임기기 통합해 재도약 추진
닌텐도의 인기 캐릭터 '슈퍼마리오'와 '포켓몬'. |
닌텐도가 게임업계의 애플로 거듭날까?
닌텐도는 강력한 콘텐츠 경쟁력을 앞세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수직계열화해 독자적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닌텐도는 ‘닌텐도DS’와 ‘위’ 등의 흥행으로 급성장했지만 모바일로 변신이 늦어 정체를 겪었다.
그러나 최근 ‘포켓몬고’의 열풍으로 포켓몬과 마리오 등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반등할 발판을 마련했다.
닌텐도는 차기 게임기기 ‘NX’의 성공을 통해 소니의 게임시장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모바일 진출 성과
7일 외신을 종합하면 포켓몬고의 흥행으로 닌텐도의 강력한 콘텐츠 경쟁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CNBC는 “닌텐도는 포켓몬고의 성공으로 모바일시장에서 수익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고 평가했다.
닌텐도는 ‘포켓몬’과 ‘슈퍼마리오’ 등 콘텐츠의 지적재산권을 외부 게임업체에 판매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만든 하드웨어와 게임을 판매해 수익을 낸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런 전략을 지난해부터 바꿔 2017년까지 닌텐도의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모바일게임 5개를 외부업체와 협력해 출시하기로 했다.
닌텐도가 지난해 내놓은 첫번째 모바일게임 ‘미토모’는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를 활용하지 않아 부진했다. 하지만 최고 인기 캐릭터 ‘포켓몬’을 앞세운 포켓몬고는 전 세계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시장조사기관 슈퍼데이터리서치에 따르면 포켓몬고는 7월6일 출시된 지 3주 만에 매출 1억2천만 달러를 올렸다. 닌텐도 주가는 포켓몬고 출시 뒤 10일 만에 120%까지 급등해 6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포켓몬고 매출로 닌텐도가 벌어들이는 매출이 기대보다 크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닌텐도 주가는 급락하기도 했지만 공개된 지 20년이 지난 포켓몬 캐릭터로 돌풍을 일으킨 닌텐도의 ‘콘텐츠 파워’는 여전히 주목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닌텐도는 포켓몬고 흥행을 발판삼아 게임사업에서 다시 성공할 수 있는 확실한 성장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게임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키미시마 타츠미 닌텐도 CEO |
닌텐도는 1989년 ‘게임보이’를 출시한 뒤 휴대용 게임기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의 확대로 휴대용 게임기시장이 정체되면서 실적부진을 겪었다.
TV에 연결하는 형태의 게임콘솔사업에서도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강력한 경쟁사에 밀려났다.
닌텐도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24년부터 영업이익을 내 2014년 248억 엔, 2015년 329억 엔을 올렸지만 2010년 영업이익 1710억 엔과 비교하면 초라했다.
매출도 2010년 1조 엔이 넘었으나 지난해 5045억 엔으로 반토막났다.
올해 2분기도 매출 620억 엔, 영업손실 51억 엔으로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닌텐도가 기존 하드웨어사업을 지속하면서 모바일게임으로 변신을 꾀하는 전략이 재도약의 발판이 될지 주목된다.
미국 NDTV는 “닌텐도는 포켓몬에 이어 슈퍼마리오 등 인기캐릭터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을 지속적으로 출시해야 한다”며 “지적재산권을 적극 활용해 사업분야를 넓히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닌텐도의 콘텐츠 파워 주목
포켓몬고가 세계적으로 사회적 화두로 부상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한 것은 포켓몬고에 적용된 증강현실 기술보다는 캐릭터 자체의 영향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포켓몬고의 성공비결이 증강현실기술 때문이라는 분석은 완전히 잘못된 접근”이라며 “포켓몬고 게임개발사가 출시한 유사한 방식의 게임은 이런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증강현실기술은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인식한 주변환경에 가상의 물체를 띄우는 방식이다. 구글 등 대형 IT기업은 자율주행기술 등에 증강현실을 적용하기 위해 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포켓몬 캐릭터를 활용한 증장현실게임 '포켓몬고' |
게임과 애니메이션, 만화 등으로 인기를 끈 포켓몬의 바탕이 되는 요소는 주인공이 여러 지형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캐릭터를 수집하는 개념이다. 이런 특징이 증강현실기술과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포브스는 “포켓몬고의 성공은 닌텐도가 지난 20년 동안 포켓몬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며 세계적 인지도를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닌텐도가 없었다면 이런 게임은 두번 다시 나올 수 없다”고 분석했다.
포켓몬 게임 시리즈는 닌텐도에서 출시한 게임기기로만 구동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이 올해 3월 기준으로 2억8천만 개를 넘는다.
닌텐도는 포켓몬 외에도 인지도가 높은 슈퍼마리오와 ‘젤다의 전설’ 등 인기 캐릭터의 지적재산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마리오 시리즈 게임의 누적판매량은 5억 장 이상으로 알려졌다.
닌텐도는 앞으로 지적재산권의 활용을 더욱 확대해 새 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전무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그동안 캐릭터 지적재산권의 외부판매를 거의 하지 않아지만 이제부터 점점 영역을 넓힐 것”이라며 “빠른 성장을 어렵겠지만 전망은 분명히 밝다”고 강조했다.
닌텐도는 최근 포켓몬의 영화화 판권을 최초로 미국 헐리우드 영화제작사 레전더리픽처스에 판매했다. 이를 계기로 닌텐도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는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제품 NX는 반등할까?
닌텐도의 가장 큰 장점은 인기 캐릭터의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게임을 직접 개발해 출시하면서 이를 구동할 수 있는 게임기기를 같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닌텐도는 게임보이 시리즈에 이어 출시한 휴대기기 ‘닌텐도DS’와 ‘3DS’, TV에 연결하는 형태의 콘솔게임 ‘위’ 등이 모두 세계적으로 흥행하며 콘솔게임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해왔다.
닌텐도의 포켓몬과 마리오, 젤다의전설 시리즈 등은 한 기종의 하드웨어에 2~3개 이상의 게임으로 출시되며 세계시장에서 꾸준한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닌텐도가 자체개발한 게임은 외부업체가 개발해 닌텐도 기기에 공급하는 게임보다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높다.
닌텐도 게임콘솔기기 '위유' |
하지만 닌텐도는 2012년 출시한 ‘위유’가 경쟁작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에 비교해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으며 게임시장에서 입지가 빠르게 축소됐다.
이에 대응해 닌텐도는 그래픽과 구동성능을 크게 높인 게임콘솔기기 신제품 ‘NX’를 내년에 출시한다.
포브스에 따르면 닌텐도는 그래픽카드 전문업체 엔비디아와 협력해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던 게임기기의 그래픽성능을 NX에서 크게 끌어올리며 플레이스테이션에 정면승부를 노리고 있다.
경제전문지 모틀리풀은 “닌텐도는 그동안 PC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정면승부를 노리고 있다”며 “외부 게임개발사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리자드와 락스타 등 대형 게임사들은 ‘GTA5’ 등 인기작을 PC와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 콘솔용으로 모두 출시하고 있지만 성능이 낮은 닌텐도의 게임기에는 출시하지 않았다. 이는 닌텐도의 게임사업 경쟁력이 약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닌텐도가 최근 모바일게임 등으로 지적재산권 외부판매를 확대하는 전략이 닌텐도 캐릭터 게임을 즐기기 위해 게임기기를 구매하던 사용자의 수요를 잠식해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게임기기의 성능을 크게 높여 외부 게임개발사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면 하드웨어 자체의 경쟁력을 확보해 게임시장에서 다시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닌텐도NX가 기존 닌텐도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동시에 플레이스테이션 등 경쟁 하드웨어을 대체할 수 있는 기기로 자리잡아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닌텐도가 실제 사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주력게임을 모바일로 출시할 가능성은 적다”며 “자체 콘텐츠를 하드웨어와 수직계열화한 성과와 외부 게임개발자 유치에 모두 성공한다면 게임업계의 ‘애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글. 김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