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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듀랑고' 접어, 수익 위해 창의성 내려놓나 게임업계 아쉬움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이사.

넥슨이 넥슨의 DNA이자 게임회사 필수요소인 창의성을 내려놓으려는 것일까? 넥슨은 16일 ‘듀랑고’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안내했다.


듀랑고 개발을 이끈 이은석 왓스튜디오 총괄프로듀서는 “여러분과 함께 걸어왔던 길이 마지막 도착점을 맞이하게 됐다”며 “무척 죄송하고 아쉽다”고 적었다.


게임회사가 운영하던 게임을 접는 일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넥슨은 올해 ‘히트’와 ‘니드포스피드 엣지’, ‘배틀라이트’ 등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넥슨레드의 ‘프로젝트G’와 띵소프트의 ‘페리아연대기’도 신규 개발을 그만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넥슨이 야생의 땅: 듀랑고를 접는 것을 두고 효율화를 넘어 안정화를 선택했다는 신호로 풀이한다.


올해 들어 야생의 땅: 듀랑고 매출순위가 빠르게 떨어지고 접속자도 줄자 이용자들은 넥슨이 게임 운영을 진작에 그만둘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넥슨은 업계의 예상과 달리 게임을 개편하고 5월 해외시장에 출시하면서 오히려 야생의 땅: 듀랑고에 힘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이사는 지난해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열린 ‘신임 경영진 미디어 토크’에 참석해 “야생의 땅: 듀랑고는 매출이 높지 않지만 이용자 수와 접속량은 상당히 많다”며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10년 갈 게임이라고 본 만큼 서비스부터 투자까지 치열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시 “김정주 NXC 대표이사를 만나 모든 고정관념을 벗어던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결론을 얻었다”며 “지금까지 넥슨은 여러 참신한 시도들을 해왔지만 앞으로 다양성 속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넥슨은 수익성에 집착한다는 이유로 ‘돈슨’(돈과 넥슨을 합친 말)이라고 비판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국 게임회사 가운데 참신한 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한다는 칭찬을 받아왔다. 넥슨을 게임사로 키운 ‘바람의나라’는 최초의 그래픽 기반 온라인게임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으며 야생의 땅: 듀랑고도 이런 게임의 대표적 사례다.


넥슨은 참고할 만한 게임이 없는 상황에서 야생의 땅: 듀랑고를 개발하는 데 6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지난해 1월 내놨다. 야생의 땅: 듀랑고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이날 넥슨이 야생의 땅: 듀랑고 운영을 그만둔다고 발표하자 게임 이용자들은 “양산형 게임과 달라서 좋았는데 아쉽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넥슨은 회사가 커진 뒤에도 창의성을 잃지 않고 ‘탱고파이브’나 ‘애프터 디 엔드’, ‘판택워’ 등 게임을 내놨다. 이 게임들은 대중성을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다른 게임회사들은 시도하지 못하는 실험을 해봤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넥슨이 안정화로 선회한 이상 앞으로 넥슨이 내놓는 참신한 게임들은 당분간 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넥슨이 올해 출시할 것으로 확실시되는 게임은 현재 ‘V4’ 하나에 그치는데 V4는 수익성을 추구하는 전형적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이 대표와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이사(넥슨코리아 고문) 등은 지난달 넥슨의 신규 프로젝트들을 모두 재검토했다. 사업조직을 개편한 것도 모바일게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안정성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넥슨은 9월 모바일부문과 PC부문으로 나뉘어 있던 사업부를 통합하고 지식재산별로 팀을 새로 꾸렸다. 모바일게임을 만들 때 기존 지식재산을 활용하는 방식을 활용해 보수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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