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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배터리 잡은 LG화학, 가속 가능할까?

'지일파' 테슬라 CEO…일본과 끈끈한 인연 LG, 일본 독점망 끊어...점유율 '폭발 성장'


"축하합니다 테슬라 팀!"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월 1일(현지시간)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직원들과 같이 찍은 사진을 개인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뒤이어 직원들이 이날 머스크와 찍은 사진을 여럿 트위터에 올렸다. 이 가운데 머스크가 일본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새해 첫 날 임직원들과 대동했다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테슬라는 일본 만화와는 전혀 무관한 미국에 소재를 둔 전기차 제조업체다.


머스크는 과거에도 일본 문화 사랑을 숨김 없이 내비쳤다.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을 일본 만화 주인공으로 바꾼다든지, 일본 만화 예고편을 게시글에 올리는 등 본인이 '지일파'임을 숨기지 않았다. 더군다나 자신이 CEO로 재직하는 민간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 최초의 민간 승객으로 일본 최대 패션 쇼핑몰 '조조타운'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마에자와 유사쿠씨를 태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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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한 미·일 관계 파고든 LG

머스크는 사업적으로도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2010년 일본 자동차 제작사 도요타가 5000만달러(약 600억원)를 투자해 테슬라 지분 3%를 매입하며 테슬라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두 회사는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AV4' 전기차 모델 공동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까지 맺었다. 다만 도요타가 2016년에 이르러 테슬라 지분을 전부 매각하며 두 회사는 인연을 접었다.


머스크가 가장 최근까지 인연을 맺고 있는 일본 기업은 파나소닉이다. 테슬라는 머스크 취임 이래 2008년부터 전기차에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써왔는데, 파나소닉으로부터 전량 공급받았다. 삼성SDI, LG화학이 공급사로 추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종종 나왔지만 번번이 두 회사는 퇴짜를 맞았다. 테슬라와 파나소닉 양사는 5000억엔(약 6조원)을 투자해 미국 네바다주에 세계 최대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1'을 완공하는 저력까지 보였다. 이 공장의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은 35기가와트시(GWh)로 2013년 전 세계 배터리 총 생산량과 맞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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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1일 신년회에 나와 직원들과 사진을 찍은 엘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본 만화 등장인물이 새겨진 옷을 입고 있다./사진=트위터 갈무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주로 각형, 파우치형 배터리가 탑재됐다. 이 제품들은 에너지 밀도가 높고 성능도 좋지만, 높이가 높아 차체도 덩달아 높아져 SUV에나 적합했다"며 "테슬라의 경우 세단을 중시하고 있다. 원통형 제품은 높이가 낮아 차체를 껑충 높이지 않으면서도 제품 탑재가 가능해 세단형 전기차에 적합하다. 원통형 강자 파나소닉을 테슬라가 찾아간 것도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깨질 것 같지 않던' 파나소닉의 테슬라 독점 공급망에 처음으로 균열을 낸 것이 LG화학이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500억위안(약 8조4550억원)을 투자한 기가팩토리3에서 나오는 모델3, 모델Y에 쓰이는 배터리를 LG화학에서 조달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해 말 여러 외신은 전했다. 기가팩토리3의 전기차 생산량은 연간 50만대다. 테슬라가 기가팩토리1 증설 등 배터리 공급물량을 추가로 요구했지만, 파나소닉이 이를 거부하는 등 양측이 불화를 겪고 있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꾸준히 나온 바 있다. 지난해 머스크는 "신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만한 속도로 작업한다"고 은연 중에 파나소닉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잘 잡았다'

머스크가 LG화학을 선택한 데는 생산능력과 기술력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그간 원통형 배터리는 아니지만 파우치에서 경쟁력을 쌓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상위 20개 가운데 폭스바겐, 르노, 볼보, GM, 현대 등 13개 제조사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품질을 인정 받았다. 또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기준 전세계 점유율이 2016년 6위(4.3%)에서 2019년 3위(10.5%)로 두 배 이상 뛰는 등 안정적 설비 운영능력도 증명했다. 이점을 감안해 테슬라도 당초 기가팩토리3 배터리 납품사로 중국 업체를 고려했지만, 기술력이 만족스럽지 못해 LG화학에 제품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실력을 증명하고 있다. 현재 테슬라에 납품하는 배터리 성능은 기존 파나소닉 제품과 성능과 용량 모두 동일한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력으로 일본 애호가 머스크와 파나소닉 간 관계를 '정면돌파'한 셈이다. LG화학이 기가팩토리2에서 300㎞ 가량 떨어진 난징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두 곳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제품을 조달할 지리적 이점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LG화학 입장에서도 테슬라와 제휴가 나쁠게 없다. 4년 연속 순수 전기차 시장 판매량 세계 1위 테슬라를 잡으면 사업 확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LG화학은 2024년까지 회사 전체 매출 목표액을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60조원으로 잡았고, 이 가운데 절반을 전지 사업에서 벌어들일 계획이다. 현재 전지사업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후반대다.


시장조사기관 EVE볼륨스 김병주 한국·일본 대표는 "테슬라가 기가팩토리3 배터리 공급업체 납품가격을 일률적으로 책정하는 것이 아닌 유동적으로 조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물량이 많아지면 납품사 LG화학도 이익을 많이 남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성과는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기준 LG화학이 1.7GWh로 파나소닉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전년동기보다 출하량은 1.6배 늘고, 점유율은 13.5%에서 29.6%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3년전 연간 누계치 5GWh의 절반 이상을 2개월 만에 거뒀다. 1위 파나소닉과 격차가 한끗 차이로 좁혀졌다. 테슬라 모델3 중국산 판매량이 늘면서 배터리 공급사 LG화학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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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가 관건'

하지만 LG화학과 테슬라의 밀월관계가 마냥 깊어질 것이라 보긴 어렵다. 테슬라 배터리 납품을 둘러싼 타사와의 신경전도 넘어야 할 산이다.


당장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회사 CATL이 두 회사 사이에 껴들었다. 지난 2월 로이터통신은 CATL이 테슬라와 기가팩토리3 리튬인산철 배터리 납품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리튬인산철은 리튬이온배터리와 달리 배터리 용량 등 성능을 결정하는 양극재 소재로 니켈, 코발트, 망간이 아닌 철을 쓴다. 에너지 밀도가 낮고 부피가 크지만, 고가의 원재료가 쓰이지 않아 원가가 리튬이온보다 최대 절반 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든 CATL과 동일한 물량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추가 납품물량 확보 경쟁도 변수다. 머스크는 최근 텍사스 등 해외에 기가팩토리 추가 건립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 국내외 유수의 업체가 테슬라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글로벌 경쟁자를 따돌리고 기가팩토리3 이후 추가로 수주를 이뤄야 안정적 시장 점유율 확보가 가능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되기 시작한 세계 최대 시장 중국 등 침체되는 시장에서 마련해야 할 활로 모색도 LG화학에 주어진 과제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전기차 수요가 줄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도 신차 출시를 늦춘다고 발표했다"며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예측치를 종전보다 20% 가량 낮춰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워치] 최형균 기자 ch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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