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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가 범인잡는 비결

시스템과 사람의 결합…

이상거래 뜨면 직접 확인 월 5000건 모니터링…

내년엔 머신러닝 도입 백종윤 카카오뱅크 금융사기대응팀장 인터뷰


'띵동'


카카오뱅크 시스템에 이상거래가 감지된 곳은 마카오였다. 귀금속 매장에서 수천만원 규모의 결제가 이뤄졌다. 평소와 다른 패턴에 모니터링 직원이 계좌주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30대 초반 남성이었다. 그는 항공편과 숙박비를 지원받아 마카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본인 계좌에 돈이 들어오면 보석을 구입해 누군가에게 건네고 수수료를 받는 일이다.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전달책 역할이었지만 본인은 깨닫지 못했다. 계좌에 입금된 뭉칫돈은 누군가가 보이스피싱범에 속아 입금한 돈이다. 카카오뱅크 직원 설명에 두려움이 일었다. 귀금속 매장 밖에는 보이스피싱 일당이 기다렸다. 그는 인파 속을 헤치고 그 자리에서 도망쳐 공항으로 직행했고 가까스로 한국에 돌아왔다.


이렇게 보전한 금액은 4000여만원. 이 남성의 제보로 다른 전달책과 연결이 닿아 추가로 5000만원이 새는 것도 막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금융감독원 유공자 명단에 올랐다.


오프라인 지점을 운영하는 시중은행은 자동화기기(ATM)나 창구에서 수상한 낌새를 감지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지점을 운영하지 않는다. 그래서 데이터에 기반한 모니터링을 중시한다. 시스템이 먼저 이상거래를 걸러내면 직원이 고객에게 직접 확인하는 '의심계좌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의심계좌 모니터링 시스템의 현주소가 궁금했다. 지난 22일 오전 카카오뱅크 서울사무소에서 백종윤 소비자보호파트 금융사기대응팀장을 만났다. 백 팀장은 2017년 카카오뱅크 소비자보호파트 합류 전에도 증권사에서 10년 넘게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 이날도 보이스피싱 사기범들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비즈니스워치

카카오뱅크 의심계좌 모니터링 시스템은 두 단계로 구성돼 있다. 시스템이 이상거래를 탐지하면 모니터링 담당직원이 고객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는 식이다. 22일 카카오뱅크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백종윤 금융사기대응팀장은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과 직원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돈섭 기자/dslee@]

모니터링에 머신러닝 기법 도입

금융사기대응팀이 출범한 건 올해 초다.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는 사기대응 인력을 끌어모아 하나의 조직으로 출범시켰다. 현재 11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금융사기대응팀은 보이스피싱 예방정책을 기획하고 운영을 도맡아 한다. 모니터링과 환급절차 업무도 전담하고 있다.


"시스템이 이상거래를 탐지하면 직원들이 사기피해로 이어질지 판단합니다. 이를 위해선 시스템이 이상거래를 잘 걸러낼 수 있도록 그물망을 정교하게 짜는 게 중요합니다. 사기수법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진화합니다. 사기범이 악용할 우려가 있어 자세히 공개하진 못하지만 현재 보이스피싱을 잡아낼 수 있는 10여개의 그물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수사당국이나 정책당국 관계자를 사칭해 특정계좌에 입금을 유도하는 사기범이 많았다. 하지만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제한 등 영향으로 대포통장을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최근에는 일반인을 해외송금 알바로 모집한 뒤 그 사람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금융기관이 거래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송금이 이루어진 이후 시간을 두고 인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렇게 사기수법이 정교해지면 일반 금융거래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금융기관이 대응책을 마련하면 다른 금융기관으로 사기범이 몰려가는 풍선효과도 생긴다.


그렇다고 한정된 인력으로 모든 거래를 들여다볼 수는 없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운영중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내년 상반기 중 머신러닝 기법을 도입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3년여간 쌓아온 데이터를 활용하면 월평균 5000건 이상 이뤄지는 모니터링 횟수를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즈니스워치

백종윤 팀장은 "사기범은 매 순간 빈틈을 노리기 때문에 싸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융교육을 실시해 개인들이 금융사기를 인지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돈섭 기자/dslee@]

피해를 막는 건 결국 사람

시스템 구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시스템이 고위험과 중위험군으로 추린 이상거래를 살펴보고 고객에게 연락을 취하는 건 결국 직원 몫이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범은 '은행에서 연락이 오면 이렇게 대응하라' 식의 지침을 주기 때문에 계좌주를 설득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며칠전 소액을 거래해오던 20대 여성이 갑자기 1000만원을 송금받아 인출하는 행위를 감지해 직접 연락을 취해보니 "바닥 타일공사비 마련을 위해 지인에게 돈을 빌렸다"며 화를 냈다. 여기에서 주춤할 수 있지만 그래선 안 된다. 담당 직원이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하면 예상치 못한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18년 사례가 그랬다. 이상거래 내역을 살피던 직원이 고객과 수차례 통화를 한 결과 보이스피싱범이 다른 지역에서 인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정황을 발견해 경찰에 직접 신고한 일이 있었다. 해당 지역 경찰이 현장 출동해 그 자리에 있던 범인들을 일망타진했다. 카카오뱅크는 이 일로 광진경찰서에서 감사장을 받았다.


"고객이 계속 문제없는 돈이라고 주장하면 송금한 사람과 연락이 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몰랐다고 하지만 자금을 송금하고 나면 나중에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설명해 드리고요. 나중에 정상거래로 판명돼 불평하실 수 있지만 자산 보호를 위해 이러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양해를 구하면 대부분 고객들이 이해를 해줍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일정금액 이상을 인출하면 보이스피싱 예방문진에 응하게 하는 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맞춤별 문진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백 팀장은 "사기범은 매 순간 빈틈을 노리기 때문에 싸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융교육을 실시해 개인들이 금융사기를 인지토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워치] 이돈섭 기자 ds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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