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랜드, '과욕'이 '화'를 불렀다
공정위, '하이키 안마의자' 허위광고로 이례적 검찰 고발
상장 재추진에 걸림돌…'헬스케어 플랫폼'까지 먼 길
바디프랜드가 지난해 1월 안마의자 '하이키' 신제품 발표회를 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누구도 시도한 적 없던 제품, 하이키를 소개합니다. 전 세계 어떤 청소년이 성장과 학습에 관심 없겠습니까. 대한민국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는 하이키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19년 1월 7일,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
지난해 1월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가 신제품 출시 기념 행사장에 섰습니다. 하이키(High key)라는 제품을 내놓은 건데요. 박 대표는 이 안마의자가 청소년의 성장과 뇌 발달까지 도울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디프랜드의 연구·개발(R&D) 역량을 총동원해 만든, 세상에 없던 안마의자라며 자랑스워 했습니다.
하이키는 '높은(High)'과 '키(Key)'의 합성어인데요. '성장판 자극 마사지'와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브레인 마사지' 기능을 포함한 제품입니다. 세계 최초로 만든 성장기 청소년을 위한 안마의자라는 게 바디프랜드의 설명이었습니다.
당시 바디프랜드 측의 의욕은 그야말로 '충만'해 보였습니다. 우선 유명 병원 두 군데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고요. 이를 통해서 추후 이 제품을 의료기기로 등록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다소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이후 미국 대통령의 키는 전부 180cm 이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거나,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들도 하나같이 키가 크다고 언급하는 등 자칫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이 나왔습니다. 또 청소년들의 주요 스트레스 원인은 외모와 신체조건이라며 '하이키'가 아이들의 고민을 해결해줄 거라는 식의 홍보가 이어졌습니다.
임상시험을 마치지 못한 데다, 의료기기 등록도 하지 않은 제품을 홍보하는 것치고는 다소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발언들은 성급해 보이기도 했고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실제 바디프랜드의 '과한 욕심'은 부메랑이 돼 돌아왔습니다. 바디프랜드 광고의 위법성을 감지한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키가 출시된 다음 달인 지난해 2월 곧장 현장 조사에 나섰습니다. 같은 해 8월에는 해당 광고를 시정하도록 조치했고요. 그리고 공정위는 지난 15일 이 건에 대한 최종 조처를 발표했습니다. 제재 수위는 예상보다 높았습니다.
공정위는 바디프랜드가 이 제품의 키 성장 효능을 실증한 적이 없고, 회사 스스로도 효능이 없다고 판단했는데도 불구하고 허위 광고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학습능력 향상 역시 계량적으로 측정 가능한지 증명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허위 광고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22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검찰 고발까지 이뤄졌는데요. 자체 시정되는 경우가 많은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에서 공정위가 고발을 결정한 것은 이례적으로 여겨집니다. 그만큼 바디프랜드의 광고가 소비자들을 악의적으로 기만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공정위는 이번 조처에 대해 "청소년 및 학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 사항이 외모와 학습 능력이라는 점을 이용해 소비자를 오인 시킨 행위에 가장 엄중한 조처를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바디프랜드의 '기만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공정위는 바디프랜드가 강조한 임상시험이 사실은 자사 직원 25명을 상대로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숨긴 채 생명윤리위원회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고, 그대로 논문으로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공정위는 이 위반 혐의를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에 통보했습니다.
국내 안마의자 시장 1위인 바디프랜드가 지난해 연구·개발에 쏟은 금액은 167억 원에 달합니다. 코지마와 휴테크 등 경쟁사의 연간 연구개발비가 2억~3억원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모가 큰 수준입니다. 바디프랜드는 2017년 96억 원, 2018년 130억 원 등 연구개발비 규모를 지속해 늘리면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업계 선두 업체로서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기능의 제품을 개발해 내놓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가정용 의료기기'로 인증을 받은 팬텀 메디컬이라는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제품은 목디스크와 퇴행성 협착증 치료, 근육통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출시 초부터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바디프랜드는 여전히 의욕이 '충만'해 보입니다. 단순히 안마의자 판매업체가 아니라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올해 말에는 혈압을 측정하고 관리해주는 기능이 포함된 의료기기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하고요. 지난해 무산됐던 코스피 상장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번 공정위의 발표로 바디프랜드의 이런 노력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박상현 대표의 언급대로 바디프랜드의 연구·개발(R&D) 역량을 총동원해 만든 하이키라는 제품이 사실은 객관적인 효능은 없다는 게 밝혀진 셈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제재를 계기로 차분히 그간의 일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욕심이 과해지면 지금껏 공을 들인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커지곤 합니다. 공정위가 바디프랜드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하니 아무래도 당장 상장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속도 조절을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바디프랜드 측도 이번 공정위 제재와 관련해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앞서 부주의하고 미흡함이 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건을 계기로 바디프랜드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봅니다.
[비즈니스워치] 나원식 기자 setisoul@biz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