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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수 LG 부회장, 주목받는 이유

전자·LGD·LGU+ 이어 화학서도 이사회 의장

계열사업까지 깊게 들여다보는 '베테랑 CEO'


70년 LG그룹 역사에 보기드문 상황이다. 권영수 ㈜LG 부회장을 두고 나오는 얘기다. 구(具)씨 일가 역대 총수 후계자 정도를 제외하고는 선대에도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넓고 깊은 업무범위를 가졌다는 게 배경이다. 전문경영인으로서 LG그룹에서 보기 드물었던 '강한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등장이다.


그는 재작년 만 40세 나이로 취임한 구광모 LG 회장의 최근접 조력자다. ㈜LG에서 구 회장은 '대내외 업무', 권 부회장은 '전사 경영 총괄업무'를 각자대표 형태로 나눠맡는 것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구 회장이 LG라는 배의 젊은 선장이라면, 권 부회장은 온갖 풍파를 겪어낸 경험으로 실질적인 항해와 운영, 안전을 책임지는 베테랑 기관장인 셈이다.

4개사 이사회 의장 겸한 지주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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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

과거에도 LG에서 그룹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던 부회장은 있었다. 하지만 권 부회장 만큼 많은 역할을 동시에 맡은 2인자는 없었다는 게 안팎 평가다. 게다가 이달 주총 시즌을 지나면 그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진다. 오는 20일 열리는 LG화학 정기주주총회가 그 중 한 계기다. 이 계열사 주총에는 권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이 올라있다. 임기는 3년이다.


지난달 25일 이 회사 이사회는 "권영수 이사 후보는 LG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CEO(최고경영자) 및 과거 4년간 당사 전지사업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뛰어난 식견과 당사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사회 일원으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다"며 그를 추천했다.


이는 LG화학 3개의 사내이사 자리중 재작년 LG화학 CEO에서 물러난 박진수 부회장의 공백을 채우는 인사다. 박 부회장은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대표이사 자리를 신학철 부회장에게 물려줬다. 그 뒤 상근고문 자격으로 이사회 의장직만 유지해왔다.


히지만 새로 이사진에 합류할 권 부회장의 역할은 그 이상이다. 일단 박 전 부회장이 사내이사 잔여 임기 동안 수행해 온 이사회 의장 역할을 맡는 것이 예정됐다. 최근 재계의 이사회 투명성 제고 흐름에 따라 LG화학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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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샵 중 (왼쪽부터)권영수 ㈜LG 부회장, 조준호 LG인화원 사장, 구광모 LG 회장이 나란히 걸으며 대화하고 있다./사진=LG 제공

권 부회장은 이에 더해 그룹 차원에서 LG화학에 대한 중장기 투자와 운영방침을 조율하는 책임도 진다. 그룹 COO로서 계열사 경영진이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것을 견제하는 역할이다. 그가 LG화학 업무에만 집중하는 일반적인 사내이사가 아니라 지주회사 상근 대표이사면서 LG화학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진에 합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년 전 고(故) 구본무 회장 시절엔 회장 친동생인 구본준 부회장(현 LG그룹 고문)이 맡았던 역할이다.


권 부회장은 이미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에서도 기타비상무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인 보드 멤버다. LG전자에서의 경우 기타비상무이사는 구본준 전 부회장, 이사회 의장은 조성진 전 부회장이 각각 맡아왔던 자리를 동시에 이어 받았다. LG디스플레이와 LG유플러스의 기타비상무이사 겸 이사회 의장 자리는 ㈜LG 대표이사 전임자인 하현회 부회장(현 LG유플러스 CEO)으로부터 물려 받았다.

구본준·하현회 역할 합친 '강한 COO'

그룹 안팎에서는 권 부회장의 위상이 단순히 구광모 회장이 총수로서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내부를 추스리는 역할 이상이라 보고 있다. 단순히 업무 범위만 봐도 구본무 회장 시절 '혈육'인 구본준 전 부회장, '가신'의 대표격인 하현회 전 부회장의 역할을 합친 것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LG에는 전통적으로 각 주력사업을 책임지는 다수 계열사 CEO군과 옛 구조조정본부나 지주사에서 그룹 전체 안건을 조율하는 회장 보좌역의 부회장들이 있다. 권 부회장은 후자에 가깝지만 앞선 CEO 경력이나 현재 주력 4개 계열사에 비상무이사로 이사회 의장까지 맡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훨씬 위상이 높다는 평가다. 선대 회장을 보필한 강유식 고문, 조준호 LG 인화원장 등의 현역 시절보다도 책임 범위가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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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고(故) 구본무 회장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권영수 부회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권 부회장은 오는 27일 열리는 ㈜LG 주주총회에서도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는 안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권 부회장은 지난 2018년 8월 처음 COO로 이 자리에 선임될 때 1년6개월이라는 짧은 임기를 받아 재계의 의구심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구 회장의 등기임원 임기(3년) 만료 시점(2021년 3월)과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LG 측은 설명한다.


권 부회장이 이처럼 강한 COO로 그룹 업무를 관장하는 것은 아직은 경험이 적은 구 회장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기도 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최근 LG가 처한 상황은 간단치 않다. 화학과 디스플레이가 2년째 급격한 실적 악화를 겪고 있고, 전자와 유플러스도 수익성이 처지고 있다. 모두 그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계열사다. 넓은 업무 범위 만큼 권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권영수 부회장은?


권영수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재무통이다. 1957년생으로 LG그룹내 5명 부회장 중 가장 젊다. 1979년 LG전자 기획팀에 입사해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기까지 약 30년간 주로 금융과 재경 분야에서 몸담았다. 그가 LG전자 재경부문장(CFO)이던 2006년 당시 구광모 회장이 대리로 재경부문에 입사햇다. 그때 인연이 지금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그는 이후 LG필립스LCD, LG디스플레이, LG화학 전지사업본부, LG유플러스 등에서 CEO를 맡았다. LG전자와 필립스 양사간 합작 투자를 성사시킨 일, LG디스플레이를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글로벌 1위로 키운 일, LG화학에 신사업으로 배터리를 장착한 일 등 LG그룹의 굵직한 역사에 그가 총대를 메고 있었다.


  1. 1957. 서울 생.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2. 1979.01 LG전자 기획팀 입사
  3. 1988.01 LG전자 해외투자실 부장
  4. 2000.01 LG전자 재경팀장 상무
  5. 2006.01 LG전자 재경부문장 사장
  6. 2007.01 LG필립스LCD 대표이사 사장
  7. 2008.03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8. 2012.01 LG화학 전지사업본부 본부장, 사장
  9. 2015.12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10. 2018.08 ~ LG 대표이사 부회장

윤도진 기자 spoon5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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