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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4.0 나온다는데... "뭘 어디에 꽂아야 하지?"

1996년 세상에 등장한 USB(Universal Serial Bus·범용 직렬 버스)는 어느덧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습니다. 이 기사를 보는 독자분들의 컴퓨터와 스마트폰도 USB 없이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당장 마우스·키보드부터가 USB로 연결되고, 스마트폰 충전 또한 USB 선을 사용합니다. 과거 디스켓·CD가 차지하던 이동식 저장매체의 자리는 간편한 USB 메모리가 대체한 지 오래입니다.

 

IT 세상의 ‘필수요소’인 USB가 변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USB프로모터 그룹(USB Promoter Group)은 지난 4일(현지 시각) USB 4 규격을 올해 중순까지 확정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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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규격의 단자가 연결돼 있는 모습. USB 4 시대가 열리면 이 모든 단자를 하나의 형태로 통합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선DB

USB 4는 기존 USB 3.2의 두배인 40Gbps(초당기가비트) 속도를 지닙니다. 이는 초당 5GB(기가바이트)를 전송할 수 있는 속도입니다. 8K 해상도 영상은 초당 60프레임, 4K는 120프레임으로 실시간 재생할 수 있어 기존 HDMI등 디스플레이 포트를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또 기존 USB 3.2가 100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만큼, 같거나 더 많은 전력을 함께 공급할 수 있을 듯 합니다. USB 4 선 하나만으로 전력·영상·데이터 등을 모두 전송할 수 있는 셈입니다.

 

새 규격이 예고되고 있지만 시장에 안착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듯 합니다. 2017년 발표한 USB 3.2 기기도 아직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순 USB 4 규격이 확정되더라도, 하드웨어가 이를 지원하려면 2020년이 넘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USB4가 대중화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수많은 규격과 호칭으로 인한 파편화와 소비자 혼란입니다. 앞서 USB 3.2 규격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이는 정식 호칭이 아닙니다. 2017년 발표된 USB 3.2의 정식 명칭은 ‘USB 3.2 Gen 2X2’ 입니다. 전송 속도가 USB 3.2 Gen 2의 2배인 20Gbps로 늘었다는 이유로 이런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USB 3.2 Gen 2는 또 무엇일까요. 이는 흔히 ‘USB 3.1’로 불리는 규격입니다. 이 규격은 2013년 발표됐습니다. 속도는 10Gbps입니다.

 

USB 3.1의 이름에 얽힌 사연은 참 기구합니다. 최초 발표시엔 USB 3.1이었지만, 앞서 발표된 ‘형’ USB 3.0 때문에 이름이 두차례나 바뀌었습니다. USB 3.0은 2008년 발표된 규격입니다. 대역폭은 5Gbps입니다. 잘 나가던 USB 3.0에게 동생인 USB 3.1이란 ‘걸림돌’이 생겼습니다. 0.1 차이일 뿐인데, 순식간에 낡아버린 듯한 인상을 주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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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type C 단자는 위아래가 같아 방향에 상관없이 연결할 수 있습니다. /윤민혁 기자

컴퓨터 제조사들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3.0을 탑재한 기존 제품이 구형처럼 보인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결국 USB포럼은 USB 3.0에게도 3.1의 이름을 허락합니다. 2015년 USB 3.0의 공식 명칭을 ‘USB 3.1 Gen 1’으로 바꾸고, 기존 USB 3.1은 ‘USB 3.1 Gen 2’로 부르게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USB 3.2라는 ‘막냇동생’이 생긴거죠. 이에 USB포럼은 올해 초 다시 한번 이름을 바꿔줍니다. 기존 3.0은 ‘USB 3.2 Gen 1’이 되고, 3.1은 ‘USB 3.2 Gen 2’가 됐습니다. 두번이나 ‘눈가리고 아웅’을 해, 결국 USB 3.0, USB 3.1 Gen 1, USB 3.2 Gen 1이 모두 같은 규격을 일컫는 말이 됐습니다.

 

게다가 '커넥터(연결단자)' 규격은 또 다릅니다. 타입 A, B, C가 따로 있습니다. 과거 위아래가 달라 매번 방향을 확인하고 연결해야 했던 불편한 단자가 타입 A입니다. 최근 스마트폰 등에 활용되는 위아래가 같은 단자는 타입 C입니다. USB 3.0만 해도 이름이 3개, 단자가 3개니 총 9개 명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최초 USB는 ‘범용성’과 ‘표준화’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USB 4는 모든 연결선을 하나로 통합하자는 원대한 꿈을 집약한 새 규격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내부에서 ‘이름 싸움’으로 소비자 혼란만 키우고 있습니다. 새 USB 4 규격이 이런 소모적인 다툼까지 일거에 정리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윤민혁 기자(behere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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