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장녀가 SK바이오팜에 입사하더니, 다 계획이 있었구나” 직원들 술렁
[비즈톡톡]
지난 2일 오전 8시 50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신관 로비. SK바이오팜 상장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조정우 대표이사 외에 검은색 정장 차림의 한 여성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31)씨였습니다. 행사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직원 대표로서 이날 자리를 지켰습니다.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31·왼쪽 첫번째)씨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K바이오팜 상장기념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독자 제공 |
최씨는 휴직 중이긴 하지만 SK바이오팜의 직원입니다. 지난 2017년 SK바이오팜에 입사해 전략팀에서 책임매니저(대리급)로 근무했습니다. 그가 있던 전략팀은 신약개발 분야와 성장 전략 등을 수립하는 회사의 ‘브레인’ 부서입니다. 이후 2년간 재직해오다 지난해 9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해 휴직계를 냈습니다.
재계에 따르면 최씨는 대학 때부터 바이오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왔습니다. 중국 베이징국제고를 졸업한 그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습니다. 같은 대학 뇌과학 연구소에서 2년 동안 연구원으로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바이오인포매틱스 역시 컴퓨터를 이용해 대규모의 바이오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신약 개발 등을 지원하는 학문으로, SK바이오팜 사업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습니다.
처음 최씨가 SK바이오팜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SK그룹 직원들 사이에선 "굳이 왜 그 회사에 갔을까?"하는 반응이 많았다고 합니다. SK이노베이션(096770), SK텔레콤(017670), SK하이닉스(000660)등 조 단위 매출을 내는 굵직한 계열사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SK가 이미 20여년 전부터 ‘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키워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납득이 갑니다.
SK는 그동안 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습니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SK그룹의 대표 계열사 모두 대한석유공사와 한국이동통신, 신세기통신, 하이닉스반도체 등을 인수·합병해 만든 기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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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SK바이오팜은 태생부터 다릅니다. 그룹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육성해왔죠. 그 시작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고(故) 최종현 회장은 SK의 강점인 정밀화학 사업을 발전시켜 차세대 먹거리로 제약·바이오 사업을 키우고자 했습니다. 1993년 대전 대덕연구원에 제약팀을 꾸린 뒤 제약이라는 뜻의 ‘Pharmaceutical’’의 앞글자를 딴 ‘P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최태원 회장이 선친으로부터 P프로젝트를 물려받아 지금까지 이끌어오며 혁신 신약 개발에 열을 올렸습니다. 2007년 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후에도 지주사 직속에 신약 R&D조직을 두고 투자를 아끼지 않을 정도였죠. 마침내 2011년 물적분할을 거쳐 SK바이오팜이라는 별도 법인으로 탄생했습니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국내 최초로 성인 대상 부분 발작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와 수면장애치료제 ‘솔리암페톨’ 등 신약 2종의 허가를 획득했습니다. FDA의 신약 승인 확률이 6~8%에 불과한 점을 고려했을 때 엄청난 성과였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미 최태원 회장의 장녀가 SK바이오팜에 들어갈 때부터 그룹 차원에서 차세대 1호 먹거리로 키우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SK바이오팜이 이번 청약에서 ‘대박’을 터트리면서 직원들 사이에선 "SK바이오팜을 다시 보게 됐다"는 반응도 나오는데요. SK 계열사의 한 직원은 "SK바이오팜이 ‘돈 먹는 하마’인 줄 알았는데 미래에는 그룹을 이끌어갈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물론 SK바이오팜의 우리사주도 SK 직원들의 큰 관심입니다. 상장 이틀째인 3일에도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시가총액이 12조9217억원을 기록, 코스피 상장사 중 21위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직원이 지닌 주식 평가액만 평균 20억원에 육박합니다. "지금이라도 이직하고 싶은데 가능하냐" "혹시 이직하면 우리사주를 받을 수 있냐" 등의 질문도 나옵니다. 다만 근로자복지기본법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의 우리사주를 지주사나 다른 계열사가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지금 이직을 해도 이미 지난 5월 19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우리사주를 배정받을 수 없습니다.
한편 최윤정씨 또한 우리사주를 청약하지 않았습니다. 최씨는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신분이기 때문에 우리사주에 청약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