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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디야? 휠라야?' 브랜드 콜라보 효과는

직장인 박모(35)씨는 최근 서울 명동 한 백화점 펜디(FENDI) 매장에 갔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동네 10~20대 학생들이 많이 입고 다니는 스포츠 브랜드 휠라(FILA)를 연상시키는 옷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펜디 매장에 걸려있던 것이다. 박씨는 "요즘 명품 트렌드는 잘 이해하기 힘들다"며 "펜디가 휠라 짝퉁같다"고 했다.


펜디와 휠라의 동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브랜드의 협업은 젊은 소비자층의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다.

'펜디야? 휠라야?' 브랜드 콜라보

휠라 로고 디자인에 펜디를 입힌 ‘펜디 마니아’ 운동화와 가방 / 펜디

펜디는 지난달 15일 휠라 로고의 글씨체를 그대로 본 딴 ‘펜디 마니아’를 내놨다. 의류·신발· 수영복·선글라스·휴대폰 케이스 등에 휠라를 대표하는 흰색, 파란색, 빨간색을 사용했다. 첫 눈에 보면 펜디가 아니라 휠라 제품처럼 보인다.


이번 협업은 펜디의 이미지 쇄신 전략의 일환이다. 주력 구매층이 40~50대 이상 중장년층인 펜디는 ‘젋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내세우기 위해 10~20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휠라와 손잡았다. 휠라 역시 구매력이 좋은 30대 이상 소비자층에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과거 휠라를 패러디한 짝퉁 제품도 인기를 끌었는데, 펜디의 이번 휠라 패러디가 당시의 재미있는 감성을 일깨워주는 효과도 있다는 게 패션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펜디야? 휠라야?' 브랜드 콜라보

(왼쪽부터) 휠라를 패러디한 짝퉁 제품과 펜디가 패러디한 휠라 제품을 입은 모델

이번 협업을 먼저 제안한 쪽은 펜디다. 펜디 창업주 일가의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직접 진두지휘했다. 그는 작가 헤일 라일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펜디와 휠라 합성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어 협업을 추진했다. 펜디 측은 "두 기업 모두 이탈리아에서 시작했고 브랜드명이 ‘F’로 시작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면서 휠라코리아(081660)측에 러브콜을 보냈고, 협업이 성사됐다.


199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휠라는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이 지난 2007년 재무적 어려움을 겪던 이탈리아 휠라를 인수하면서 주인이 한국 기업으로 바뀌었다. 2000년대 부진했던 휠라는 최근 2~3년 사이 회사의 젊은층 공략 전략과 복고열풍에 힘입어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휠라는 올해 밀라노에서 패션쇼를 처음 열었다. 펜디와의 협업으로 홍보 효과가 더해지면서 매출이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9월에 밀라노에서 패션쇼를 연 이후 해외 바이어와 소비자들이 휠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젊은층을 사로잡으려는 노력은 명품 업계의 최대 화두다. 펜디를 포함해 최근 주요 명품 기업들은 ‘올드’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젊은층이 선호하는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앞서 루이비통이 지난해 스트리트(길거리) 패션 브랜드 슈프림과 협업해 선보인 ‘루이비통·슈프림’ 한정판 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명품 기업과 패션 브랜드간 협업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버버리와 고샤, 지미추와 오프화이트, 롱샴과 후드바이에어 협업 제품도 출시되자마자 품절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랄프 로렌은 유명 스트리트 브랜드 팔라스(Palace)와 협업한 제품을 이달 출시한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패션 유행은 10~20대가 주도하는데, 이들은 명품 브랜드보다 또래가 입는 스트리트웨어나 스포츠 의류를 더 선호한다"면서 "명품 기업들이 유행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젊은층에 인기가 많은 브랜드에 먼저 협업을 제안하면서 명품 브랜드와 스트리트 브랜드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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