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소주 한잔도, 애들 과자 사주기도 겁난다
[세탁세제 11%·우유 8%… 생필품 38개 중 21개 값 올라]
소맥 1만원 시대
하이트진로, 참이슬 6% 인상 "음식점선 5000원으로 받을 것"
삼겹살도 한달만에 13% 뛰어
하이트진로의 소주 값이 오른다. 하이트진로는 다음 달 1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360mL)의 공장 출고 가격을 병당 1015.70원에서 65.5원 오른 1081.2원으로 변경한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오비맥주가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38개의 생활필수품 중 21개 품목의 가격이 작년 1분기 대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 생수, 생리대 등 필수 소비재의 가격이 이례적으로 대거 오르면서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참이슬 신호탄으로 소주 가격 오를 것"
하이트진로가 소주 출고가를 올린 건 3년 5개월 만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2015년 11월 가격 인상 이후 원부자재 가격, 제조경비 등이 올라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하이트진로의 소주 출고가 인상률은 6.45%다. 하지만 음식점에선 곧 소주 값이 1000원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업체에서 출고가를 몇 십원 올리더라도 음식점에선 1000원 단위로 가격이 뛴다"며 "소주 한 병에 4000원 받던 음식점이 조만간 5000원으로 가격을 조정할 것이고 그러면 소맥(소주+맥주) 1만원 시대가 된다"고 말했다. 음식점에서 소주 한 병(7.5잔)을 5000원에 판매하면 소비자는 한 잔당 666원을 내고 소주를 마시게 되는 셈이다. 실제 이달 초 오비맥주가 카스 병맥주 출고 가격을 56.22원 인상했지만, 많은 음식점이 4000원이던 맥주 가격을 5000원으로 올렸다.
하이트진로가 소주 값 인상 신호탄을 쏘면서 다른 브랜드도 '인상 퍼레이드'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주류업계는 1위 업체가 먼저 가격 인상을 선언하면 다른 업체들이 줄줄이 따라가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에 이어 소주 부문 매출 2위인 롯데주류(처음처럼)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가 말하는 원가 상승 요인은 모든 업계가 마찬가지"라며 "1위 업체가 가격 인상을 선언한 만큼 모든 업체가 가격 인상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겹살에 생필품까지 줄줄이 오른다
소주, 맥주와 단짝이자 서민 외식의 대표 주자인 삼겹살도 가격이 뛰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 유통 정보에 따르면 24일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에서 판매되는 삼겹살(중품)의 100g당 가격은 평균 1950원이다. 1726원이었던 한 달 전보다 12.9% 상승했다. 봄철 수요가 는 데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중국의 돼지 생산이 줄면서 글로벌 시장 돼지 값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소주, 맥주, 삼겹살뿐 아니라 생활필수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서울, 경기 420개 유통업체에서 올해 1분기 38개 생활필수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작년 1분기 대비 21개 품목의 값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상승률 상위 10개 품목의 평균 인상률은 6.6%였다. 상위 10개 품목에는 세탁세제, 우유, 생수, 생리대 등 말 그대로 생활에 필수적인 제품이 포함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애경산업의 세탁세제 '스파크 리필'은 전년 1분기 대비 가격이 35.9% 뛰었다. 해태제과의 스테디셀러 '맛동산'도 같은 기간 가격이 26.8% 올랐다.
생필품 물가 상승은 올 초부터 예견됐다. 식품업체들이 주요 제품 값을 대거 올렸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햇반(210g 기준) 값을 종전 1480원에서 1600원으로 8.1% 올리는 등 7개 품목의 가격을 인상했다. 대상은 지난 1일 고추장, 된장, 맛소금 등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6∼9% 인상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격 인상 품목들은 소비자들이 줄이려고 해도 줄일 수 없는 필수 소비재들"이라고 밝혔다.
석남준 기자(namj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