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소재 '탈일본' 바람… 반도체·디스플레이 속속 성과
LG이노텍, 고효율 페라이트 개발… TV 두께 60% 줄여
두산솔루스, 시스템 반도체용 하이엔드 초극박 수주
한화솔루션, 고순도 XDI 생산… 폴더블폰 시장 공략
LG이노텍(011070)은 지난달 세계에서 전력 손실이 가장 적은 ‘고효율 페라이트’를 개발했다. 페라이트는 자성(자석의 성질) 소재로 전압을 바꾸거나 불필요한 신호를 제거하는데 쓰인다. 이 소재를 사용하면 TV 두께를 약 60% 줄일 수 있다. 전력 손실이 적고 부품 개수가 1/3로 줄기 때문이다. 일반 파워모듈을 장착한 65인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두께가 약 46.9mm인 반면 고효율 페라이트 파워모듈을 장착한 제품은 두께가 20mm 이하로 얇아질 수 있다.
페라이트는 일본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해왔는데, 가격이 비싸고 수급이 어려웠다. LG이노텍은 2018년부터 고효율 페라이트 개발에 돌입, 슈퍼컴퓨터로 실험 횟수와 시간을 줄이고 결과의 정확도를 높였다. 최소 4년 이상 걸리는 개발기간을 1년 4개월로 단축했다.
전자소재 분야에서 ‘탈(脫)일본’ 바람이 불고 있다. 소재 강국 일본에 의존했던 제품을 국산화하면서 ‘소재 기술 자립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사태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부·장 생태계 구축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이노텍이 개발한 고효율 페라이트./LG이노텍 제공 |
◇ 日과 대등한 기술력 확보… 소재 시장·사업 확대
두산솔루스는 지난달 일본 기업이 독점했던 시스템 반도체용 하이엔드 초극박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두께가 2㎛(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인 초극박은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에 들어간다. 두산솔루션의 자회사인 서킷포일 룩셈부르크는 일본 기업과 대등한 수준의 초극박을 구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엔드 초극박은 미세회로 제조 공법의 소재로 시스템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PCB) 등에 쓰인다. 두산솔루스는 5G(5세대) 네트워크 장비용 동박에 이어 반도체용 초극박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게 됐다.
한화솔루션은 올 5월부터 전남 여수사업장에서 고순도 자일릴렌 디이소시아네이트(XDI)의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XDI는 폴더블폰에 사용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폴더블폰 디스플레이 패널용 소재인 OCA(광학용 투명 접착 필름) 등에 사용된다.
XDI는 폴리우레탄의 주원료인 이소시아네이트 화합물의 한 종류다. 순도가 99.5% 이상인 고순도 XDI는 투명성과 굴절성이 우수해 기존 렌즈보다 약 30% 얇고 선명한 고급 광학 렌즈의 원료로 쓰인다. 한화솔루션 여수사업장의 생산 규모는 연간 1200t으로 일본 미쓰이케미칼(5000t)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 규모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XDI 생산으로 국내 중소·중견 기업의 부품 사업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국산화로 안정적 공급 및 기술 협력 기여
SK머티리얼즈는 올 2월 금호석유화학의 전자소재사업을 인수하고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 시장에 진출했다. 포토레지스트는 빛의 노출에 반응해 화학적 성질이 바뀌는 감광액으로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노광 공정용 소재다.
SK머티리얼즈는 외산 의존도가 높은 포토레지스트 소재 시장에서 국산화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과 기술 협력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SKC는 반도체 노광 공정용 소재인 하이엔드급 블랭크 마스크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SKC 하이테크앤마케팅 천안공장을 반도체 소재 클러스터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이엔드급 블랭크 마스크 시장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진입장벽이 높다. 회사측은 진공증착 등 관련 기술과 경험이 있는 만큼 상업화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설성인 기자(seo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