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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냐 SUV냐 고민할 필요가 없다

지난 6월 부산모터쇼 현대차 제네시스 전시장. 전기차 콘셉트카인 에센시아가 베일을 벗자, 관람객들이 일제히 탄성을 내질렀다. 연료 효율성만 강조하던 전기차가 드디어 프리미엄과 고성능이란 무기를 갖추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전기차냐 SUV냐 고민할 필요가 없다

코나 EV의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406㎞로 국산 전기차 중 가장 길다./현대차 제공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성능 차량 등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실용성과 프리미엄을 추가한 전기차 2.0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현대차가 상반기 코나 EV를 출시한 데 이어, 기아차도 지난달 니로 EV 판매를 개시해 국내에 SUV형 전기차 시장을 열었다. 소형 SUV인 이 차들은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고성능 전기차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 첫 전기차 모델인 제네시스 에센시아는 고성능 스포츠 쿠페다. 현대차는 이 차를 2021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00㎞ 이상으로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성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의 고성능차와 미래차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정의선 현대차 총괄수석부회장은 코나 출시 행사에서 "2020년까지 모든 세그먼트의 SUV 풀라인업을 구성하고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도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으로 다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SUV 대중화 원년


코나 EV와 니로 EV는 올해 각각 1만8000대, 5000대의 사전계약을 받았다. 정부가 올해 전기차 보조금 규모를 2만대로 책정한 것에 맞춰 판매량을 조정한 것이지만, 시장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코나 EV는 사전계약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예약 판매가 종료됐다. 니로 EV는 단 이틀 만에 예약이 완료됐다. 기아차는 예약 취소자 등을 고려해 추가 계약을 받았지만, 이마저도 사흘 만에 마감됐다.

전기차냐 SUV냐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니로 EV는 여유있는 실내 공간, 넉넉한 트렁크 용량, 첨단 안전 장치 등으로 차의 경쟁력을 높였다./기아차 제공

가격은 두 차종 모두 4000만원 후반대지만 국가·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 안팎으로 떨어진다. 이들 두 차종은 SUV형 전기차라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전기차의 선택 폭은 경차나 준중형 세단에 국한돼 있었다. SUV의 특성상 차체 중량이 무거워 주행거리가 짧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터리 성능과 차량 경량화 기술이 발달하면서 중량이 무거운 SUV도 개발이 가능해졌다. 특히 모델에 비해 배터리 용량이 두 배가량 늘었지만 차체 중량에 따른 전비(電費·㎾당 주행거리)는 6㎞ 이상으로 과거와 비슷한 수준이다.


코나 EV와 니로 EV는 소형 SUV지만 준중형이나 중형 세단 못지않은 넉넉한 공간감에 각종 편의사양까지 갖춰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SUV는 과거 오프로드 전용 또는 남성 소비자들의 차량으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요즘은 도심에서 타고 다닐 수 있는 차량으로 주목받으며 여성 소비자들까지 가세해 기존 승용차를 능가하는 추세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SUV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SUV의 높은 인기가 전기차 시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고급차 브랜드들이 시장에 내놓은 첫 순수 전기차도 모두 SUV다.


양채모 현대·기아차 전기차성능개발팀장은 "200마일(321㎞) 이상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개발하려면 플로어 아래에 다량의 배터리 탑재가 필요해, 지상고가 높은 SUV가 세단보다 유리하다"며 "다만 SUV는 차체가 무거워 차량 경량화 기술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전기차도 등장


전기차를 타거나 구매를 고려하면서도 내연기관이 뿜어내던 강력한 퍼포먼스를 그리워하는 수요층은 여전하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내연기관 수준의 승차감과 변속감, 스포츠성 등을 갖춰서 전기차를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냐 SUV냐 고민할 필요가 없다

현대차 제공현대차가 개발 중인 제네시스 에센시아는 국내에선 드물게 버터플라이 도어를 장착, 운전자가 차에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했다./현대차 제공

재규어가 연내 국내 출시하는 중형 전기차 SUV 'I-페이스'는 1회 충전 시 480㎞의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최대 토크(엔진이 한 번 돌아갈 때 내는 힘)는 스포츠카 수준인 71㎏·m에 달한다.


메르세데스-벤츠도 경쟁에 합류한다. 벤츠는 전기차 SUV 'EQC'를 출시한다. 벤츠가 2016년 파리 모터쇼에서 EQ 브랜드를 선보인 이후 약 2년 만이다.


EQ 브랜드의 첫 번째 모델인 EQC에는 앞뒤 차축에 각각 연결된 두 개의 전기모터를 통해 최고출력 408마력, 최대토크 78㎏·m의 힘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5.1초면 도달 가능하다.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셰는 내년 스포츠세단 '타이칸'을 내놓는다. 1회 주행거리는 500㎞, 최대 600마력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5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타이칸은 지금까지 공개된 모든 차량을 통틀어 충전속도(350㎾ 고출력 충전 시스템, 일반적인 전기차는 50㎾)면에서도 가장 빠르다. 약 80%까지 충전하는 데 5분도 걸리지 않는다.


현대차도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현대차는 고성능 라인업 N시리즈에 전기차 모델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N브랜드는 2021년부터 이후 출시될 신차부터 파워트레인을 전동화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1회 충전 후 주행가능 거리를 최대한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고성능 전기차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전기모터와 인버터,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하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시험고성능차담당 사장은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 이후를 생각하면 N브랜드의 개발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더 좋은 섀시와 더 강한 힘을 갖춘 '아이오닉 일렉트릭 N'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참(pumpkin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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