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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따라잡는 AMD, 더 뜨거워진 'CPU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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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CPU·중앙처리장치) 시장에서 1위 인텔과 2위 AMD 간 또 한 번의 격전이 벌어졌다. AMD가 지난 8일 '라이젠 3세대' 제품으로 인텔의 최신 코어 i9 프로세서 제품에 도전장을 내놓으면서다. 이 제품은 인텔의 경쟁 제품보다 더 정밀한 반도체 공정으로 만들어진 데다, 더 많은 코어(계산장치)까지 갖추면서 성능 면에서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MD 제품이 성능 면에서 인텔을 따라잡은 것은 2000년대 초반 '애슬론' 브랜드로 최초의 1기가헤르츠(㎓) 속도 CPU와 최초의 64비트 연산 CPU를 내놓은 지 십수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반도체 공정 기술 개발에 실기한 사이, 와신상담(臥薪嘗膽)한 AMD가 치고 올라와 이제는 '가격 대비 성능'만이 아닌 '절대적 성능' 면에서도 두 회사의 진검 승부가 펼쳐지게 됐다고 보고 있다.

공정기술과 코어 수에서 앞선 AMD

AMD는 인텔의 아성을 뛰어넘기 위해, 반도체 업계의 최신 기술들을 새 CPU에 집약했다. 우선 PC용 CPU 중 처음으로 7나노미터(㎚) 공정을 채택했다. 이는 회로의 선폭이 머리카락의 10만분의 7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경쟁사 인텔의 최신 CPU는 이보다 두꺼운 14㎚ 공정에서 생산되고 있다. 회로의 선폭이 좁아지면 낮은 전압으로 회로를 동작할 수 있고, 발열량도 줄어들어 CPU 작동 속도를 끌어올리기 쉽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경우 최근 몇 년 새 반도체 생산 기술에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도 10㎚급 공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AMD는 대만 TSMC 등의 외부 업체가 생산을 대신해 주고 있어 좀 더 쉽게 7㎚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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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는 CPU 하나에 10개 이상의 코어를 집어넣은 파격도 선보였다. 요즘 PC에는 보통 코어가 4개인 쿼드코어 CPU가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성능 제품의 경우 6개(헥사코어), 드물게 8개(옥타코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새 라이젠 CPU의 최상위 제품인 '라이젠 9 3900X'에는 총 12개의 코어가 들어갔다. 코어가 많으면 여러 작업을 속도 저하 없이 동시에 실행시킬 수 있어 PC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다. 여기에 코어로 들어가는 명령어 입·출력 라인을 2개로 만드는 기술(멀티스레드)도 접목, 논리적 코어는 총 24개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AMD는 코어 수를 대폭 늘리기 위해 2~3개의 칩을 연결해 하나의 CPU를 만드는 기술도 활용하고 있다"면서 "반면 인텔은 여전히 칩 하나로 CPU 하나를 만드는 방식을 선호해 개별 코어 각각의 성능은 AMD보다 더 우수한데도 코어 수의 부족으로 전체 성능은 밀릴 수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CPU에 AI 기술 접목하는 인텔

실제로 미국 PC매거진의 CPU 성능 테스트에서 AMD의 '라이젠 9 3900X'와 인텔의 '코어 i9-9900K'는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성능을 보였다. 3D 그래픽 생성을 통해 CPU 성능을 평가하는 시네벤치 테스트에서는 코어가 12개인 AMD 제품이 코어 8개의 인텔 제품을 가뿐히 앞섰다. 하지만 코어 1개의 성능은 여전히 인텔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 게임을 실제로 구동하는 성능 테스트에서는 인텔이 '3D마크'와 '파크라이5' 등에서 앞섰고, AMD는 '카운터스트라이트'와 '툼레이더' 등에서 앞섰다.


인텔은 AMD에 맞서 올 연말 10㎚ 공정에서 생산되는 코드명 '아이스 레이크' CPU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제품은 2015년 이후 바뀌지 않았던 CPU 기본 설계를 대폭 개선해 성능 향상을 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관계자는 "개별 코어의 기본 성능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데이터 처리 요구가 급증할 때 작동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능력을 더욱 개선했다"고 밝혔다. 또 인공지능(AI) '딥러닝부스트' 기능과 별도의 AI 가속 코어도 내장해 AI가 적용된 소프트웨어를 기존 CPU보다 2배가량 빨리 실행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의 경쟁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 되면서 소비자에겐 더 우수한 성능의 PC를 더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정철환 기자(plom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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